따를 때 한 손으로 병을 들고 따른다
받을 때 잔은 식탁에 가만히 놓아둔다
레드 와인, 큰 글래스는 3분의 1 정도 따르는 것이 좋고
한 두 모금 남았을때 첨잔 더 마시기 싫으면 손짓을
건배할 땐 가볍게 들어올리거나 볼록한 부분 살짝대도록
손의 온도가 맛에 영향을 미치므로 잔은 다리를 잡아야
와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마실 때마다 조금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와인 병을 두 손으로 잡고 따르는 사람, 와인 글래스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술을 받는 사람, 둘다 한국식 술자리 매너는 완벽하게 지켰지만 와인 매너는 완전히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와인을 따를 때는 보통 한 손으로 병을 들고 따른다. 다른 한 손에 냅킨을 들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는 술을 따를 때 한두방울씩 병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재빨리 닦음으로써 테이블이나 손님 옷 위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식당에서 소믈리에가 와인을 따를 때는 병 바닥의 움푹한 부분에 손가락 세개를 넣고 따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초보가 흉내내려하면 다 쏟는 수가 있으니까 조심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잔을 받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 그냥 잔을 식탁에 가만히 놓아두는 것이 좋은 매너다. 들고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매우 부담스럽고 쏟을 염려도 있으며 양을 정확하게 따를 수가 없다. 한인들끼리는 다 아는 사이니까 대충 매너를 모르거나 안 지켜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되지만 미국식당에서 웨이터나 소믈리에가 따라줄 때 글래스를 들어올리면 굉장히 당황하므로 이것만은 조심해야겠다.
그런데 이러한 와인 에티켓을 잘 모르고 안지키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있는데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매너를 너무 과시하여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다. 어른이 술을 따라줄 때 남들은 다 술잔을 들어올리고 정중히 받는데, 혼자만 매너 좀 안답시고 뻗대고 앉아 손 하나 까딱 않는 모습은 결코 매너 있는 것이 아니다. 매너란 정해진 형식이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을 배려하고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럴 때 정중한 태도로 잔을 끌어다 따르는 사람 가까이 가져다놓고 잔 받침과 다리에 두 손을 대고 있는다. 이렇게 하면 와인 매너를 지키는 것도 되고 두 손으로 받는 한국식 예의도 지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어른에게 와인을 따를 때는 분위기를 보아 두 손으로 따르기도 한다. 한 손으로 따르는 것이 편하지만 두 손으로 따른다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후 다들 건배하며 분위기도 좋아지고 와인이 화제에 오르게 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사실은 와인을 따를 때는요… 와인 잔을 받을 때는요…” 하면서 부드럽게 매너를 일러주면 다들 “아, 그렇군요…” 하면서 열심히 배우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렇게 한가지 매너를 가르치면 그 다음부터 와인에 관한 질문이 쇄도한다. 와인은 잔에 얼마나 따라야 해요? 와인이 조금 남아있을 때 더 따르면 실례가 되나요? 병 밑이 움푹하게 들어간 이유는 뭐지요? 와인 잔은 왜 돌리나요? 와인 글래스는 왜 꼭 다리를 잡아야돼요? 등등…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부터 답을 해보겠다.
레드 와인은 잔에 3분의 1정도 따르는 것이 좋다.
▲와인 따르는 양
레드 와인의 경우 큰 글래스는 3분의 1 정도 채우는 것이 좋다. 반 이상 채우면 잔을 돌려서 향을 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화이트 와인은 반 정도까지 따라도 좋다.
▲와인의 첨잔
와인 잔이 다 비도록 놔두는 것은 결코 좋은 매너가 아니다. 와인을 더 따르는 적절한 타이밍은 한두모금 정도 남아있을 때. 더 마시기 싫으면 됐다고 손짓하면 된다.
▲와인 병 밑이 움푹한 이유
설이 분분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적포도주의 침전물이 고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오래된 적포도주의 경우 태닌으로 인한 침전물이 생기는데 병을 세워놓으면 아래쪽에 고이므로 잔에 따르거나 디캔팅 할 때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오래 보관하지 않는 백포도주의 병들은 대부분 움푹하지 않은 것을 보아도 그 이유가 맞는 것 같다.
▲잔을 돌리는 이유
와인을 가능한 많이 공기와 접촉시켜 충분히 향을 풀어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대화중 습관적으로 잔을 돌리면 보기 좋지 않다. 한편 가느다란 샴페인 잔은 돌리거나 흔들지 않는다. 흔들면 샴페인의 생명인 기포가 더 빨리 날아가기 때문. 또 수많은 기포가 계속 올라와 그냥 코를 대기만 해도 향이 강하게 느껴지므로 굳이 흔들 필요가 없다.
▲잔의 다리를 잡는 이유
몸통을 잡으면 손의 온도가 와인 맛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상온에 마시는 레드 와인은 그런 대로 괜찮지만 차게 마시는 화이트와인은 다리를 잡는 것이 좋다. 아울러 잔을 돌려 향기를 맡으려면 자연스럽게 스템을 잡게 돼있다.
와인 잔을 건배할 때는 볼록한 부분을 살짝 부딪친다.
▲한가지 더, 건배할 때
서양사람들은 잔을 부딪치지 않고 살짝 들어올리지만 한국사람들은 굳이 팔을 뻗쳐가며 부딪치기를 원한다. 그럴 때는 잔의 볼록한 부분을 살짝 대는 것이 좋겠다. 고급 식당일수록 ‘리델’(Riedel)이라는 고급 크리스탈 글래스를 사용하는데 아주 델리킷하여 깨지기 쉽기 때문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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