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칸 전쟁이 일어난 이유가 희한하다. 하나님이 부시 대통령에게 계시를 내려 “조지, 아프칸에 가서 테러리스트와 싸워라” 해서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라크 전쟁도 마찬가지다. “조지, 이라크에 가서 독재를 끝내라”는 계시를 내렸기 때문으로 나타나 있다. 서울시간으로 지난 토요일(8일) 아침 한국일보 국제면에 실린, 영국 BBC 방송의 보도내용으로, 뉴스의 진원지는 나빌 시아스 전 팔레스타인 외무장관.
백악관은 펄쩍 뛰며 “부시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나 그 자리에 함께 합석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증인 격이 되어 (당시)부시 대통령이 “나는 도덕적 종교적으로 의무가 있다”는 발언을 분명히 했다며, BBC 보도가 사실임을 넌지시 시사하고 있다.
이 뉴스에 대한 나의 관심은 발언의 진위를 당장 가리기에 앞서 그런 발언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는데 쏠려 있다. 텍사스 기질이 전통적으로 몸에 밴 미 대통령으로서 의당 토해낼 수 있는 발언으로 보고 싶은데, 부시 대통령은 수틀리면 아버지 부시하고도 맞짱 뜨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부시의 재선을 다룬 뉴스위크 특집을 보면 27세 시절의 부시가 어느 날 술에 만취해 아버지 부시한테 “정원에 나가 한판 붙자”며 덤볐고, 이를 보다 못해 아버지 부시가 “Shame on you!”(부끄러운 줄 좀 알아라)!를 외치고 자리를 떴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그 후 부시는 술을 끊었고, 사업가로 주지사로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 권좌에까지 차례로 올랐지만, 수틀리면 문제의 본체와 맞닥뜨리는 존 웨인 기질을 그는 결코 버릴 수 없으리라 나는 믿기 때문이다.
또 미 역대 대통령 대부분이 기독교 신자였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부시의 ‘계시’ 발언 가능성은 한 층 더 높다고 봐야 한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수년 전 시사 주간지 US 뉴스 & 월드 리포트에 기고한 `대통령 여행`이라는 글을 보면 그가 50여년간 목회활동을 펴며 수시로 만났던 역대 백악관 주인들을 소재로 한 신앙 스케치가 다음과 같이 그려져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55년 게티스버그에 있는 그의 농장에 도착하자 그는 벽난로에 기댄 채 내게 물었다. ‘빌리, 정말 천국이 있는 거요?’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는 구체적으로 입증해 보라고 졸랐다. 뒤늦게 알았지만 그는 당시 이미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존 케네디: 국정 운영능력 면에서 리처드 닉슨보다 한 수 아래였다. 그를 마지막 본 건 63년 전국 조찬기도회 때다. 당시 나는 독감중이라 백악관에 가 더 얘기를 나누자는 그의 부탁을 들어 줄 수 없었다. 달리스 참사 직전이다.
리처드 닉슨: 누구에게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퀘이커 교도였다. 다만 그의 어머니 해나와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달랐다.
제럴드 포드: 그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기독교 신자로, 나와는 여러 차례 예배를 함께 드린 일이 있다. 닉슨의 사면을 그에게 강력히, 또 여러 차례 종용했고 마침내 그의 단안을 얻어냈다.
로널드 레이건: 81년 3월 그가 저격 당했다는 비보를 듣고 전세 비행기편으로 워싱턴에 도착, 쾌유를 비는 기도를 드렸다. 옆자리의 프랭크 시내트라는 두 번이나 아멘을 반복했다. 유감스러웠던 건 부인 낸시 여사가 점성사를 불러 남편의 회생을 점쳤다는 점이다. 낸시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확인하자 그녀는 90%가 헛소문이라고 변명했다. 나는 단 10%가 사실이라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빌 클린턴: 95년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피해자를 위한 예배 때 느낀 것이지만, 그 날의 목사는 내가 아니라 그였다. 소년 시절의 역경과 인내 없이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요즘도 나와 주로 성경, 그리고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가 주위 신도들로부터 인정을 못 받지만 마음속으로 늘 하나님께 순종한다는 걸 나는 안다.”
글을 마무리하며 두 가지 의문을 남긴다.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그레이엄 목사가 정작 부시를 만난다면 대통령의 신앙 특히 그 수준에 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그리고 이번 계시 발언에 대한 정작 미국 국민의 반응이다. 불안도 함께 남는다. 부시가 최근 술을 다시 입에 댄다는 미확인 보도가 그것이다.
김승웅
한국 재외동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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