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도 자신감도 모두 회복, 희망 얻어”
박찬호 본보와 시즌결산 단독인터뷰
“포스트시즌 못 들어간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실수될지도”
“결혼설 터져 막판 집중 못해 아쉬워”
<샌디에고- 이의헌 기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 박찬호는 7일에도 팀훈련을 소화하느라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연기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다음 시리즈에서는 뛰게 될 수도 있으니 몸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박찬호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음은 박찬호와의 일문일답.
- 이번 시즌을 끝낸 소감은.
▲예년과는 다르다. 개인적으로 100승을 기록했고, 29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올해로 메이저리그 10년을 채웠다. 기쁘다. 경기는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다. 건강하기만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과 희망을 갖게 됐다.
-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잘 하다가 결혼설 스캔들 때문에 불편해 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신경 쓰느라고 운동에 집중을 못해 두 게임 정도 못한 게 안타깝다. 마인드 컨트롤을 못해 로스터에 못 들어간 게 어쩌면 인생의 가장 큰 실수가 될 지도 모르겠다. 언제 다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지 알 수 없는데….
- 결혼설에 대해서 한마디만 해 달라.
▲그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 샌디에고는 마음에 드나.
▲좋은 팀에 온 것에 만족하다. 텍사스에 비해 팀 분위기, 기후, 커뮤니티 모두 좋다. 특히 체력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후다.
- LA나 다른 팀으로의 이적계획은 없나.
▲LA는 친정같은 팀이다. 하지만 내가 있었을 때의 LA와 지금의 LA는 이름만 같지 완전히 다른 팀이다. 선수들도 예전에는 LA에서 뛰고 싶어했는데 지금은 별로다. 개인적으로는 어디에서 뛰느냐보다 얼마나 잘 적응해서 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 후배들에 대해 한마디한다면.
▲서재응, 송승준, 김선우처럼 마이너리그에서 고생 많이 한 선수들이 역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에는 김선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마치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김병현도 좋아지고 있다. 재능이 있고, 어려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희섭은 가능성이 풍부하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 환경을 지배하는 게 중요하다.
- 메이저리그 생활은 어떤가.
▲힘들고 외로울 때가 많다. 그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친한 친구도 좋다. 샌디에고에서는 일본선수와 친하게 지내고, 한국식당에도 같이 간다.
- 아픈 데는 없나.
▲지금 몸은 괜찮다.
- 동계훈련 계획은.
▲작년부터 겨울에도 운동을 열심히 했다. 11월에 체력훈련을 시작하겠다. 한국에서 할지 미국에서 할지는 못 정했다.
-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나.
▲오래하고 싶은데…. 메이저리그 선수 중 10년을 버티는 선수는 전체 2-3% 정도라고 들었다. 지금도 많이 만족한다. 나에게는 이제는 1년 1년이 중요하다.
- 은퇴 후 계획은.
▲야구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우수선수와 관중이 한국 프로야구를 등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에서 공부한 우수한 인력이 다시 한국에 돌아와 국가 발전에 공헌했기 때문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야구수준과 관중들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우수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응원해 줘야한다.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결국 한국에 돌아간다. 좋은 것 많이 배워야 많이 환원할 수 있다.
- 오랜 타지 생활이 외롭지 않나.
▲10년 넘었으니 이제는 여기가 내 보금자리다. LA에 6년 살면서 LA가 집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에 가든 거기서 편안함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고국은 그립다. 월드컵 때도 한국이 4강에 오른 것과 한민족이 보여준 단합된 모습과 응원의 힘을 다른 선수들에게 자랑하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 팬들에게 한마디한다면.
▲팬들이 나에게 기대하고 내가 만족을 줄 수 있었다는 게 기쁘다. 나는 특별했다. 야구팬이 아닌 국민들의 힘을 등에 업고 미국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국민의 힘에 늘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 결혼설이 있는데.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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