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 3주가 지난 일이지만 중앙국악예술단의 공연을 보았다. 그리고 굳이 나보고 느낀 대로 이 공연을 평하라고 한다면 재미있었고, 황당했고, 아쉬웠다 라고 하고 싶다. 물론 황당함과 아쉬움이 전체 공연에 재미있었다 든가 흥겨웠다 라는 총평가를 폄하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란 단서를 붙이고 말이다.
사실 전 공연 중 나 또한 흥이 겨웠고, 박수도 열심히 쳤고, 앙코르 소리도 지른 관객이기도 했다는 것 거듭 강조하지만 옥에도 티가 있다고 해야할지 또는 나의 보수적인 눈길인지 몰라도 공연 중 중앙컬쳐밴드
의 공연은 요사이 젊은 청소년 소녀들이 짧은 셔츠, 허리춤에 거의 걸리는 바지, 그래서 배꼽과 엉덩이를 슬쩍 내보이는 옷이 유행이라고 그랬는지 그들 의상이나 공연내용이 저고리를 짧게 하고 고쟁이도 없이 치마만 허리에 걸쳐 배꼽은 내보이는 격으로 모방이나 비평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아 황당했고, 우리 민족의 긍지를 고려해서 <제천> 같은 경건한 것을 구태여 무대에 올려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오케스트라라 불리는 그 모습은 서양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대신 해금, 첼로 대신 아쟁이, 플룻 대신 피리 등등 우리악기를 서양악기에 대체랄까 그 소리의 하모니를 흉내낸 것 같고, 가야금 협주곡은 가야금을 타는 것이 아니고 가야금을 치는 연주 같아 그냥 피아노 콘체르토를 보고 듣는 것 같아 우리 고유의 것이 쉽게 서양음악에 정복(?)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보면서 아쉬웠다 라는 느낌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뭐 하나 더 있었는데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다 어제 한국판 신문을 보고 아 그것이었구나 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출연진들이 입은 <의상>이었다.
지난 9월22일 국회 문광위의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 장관, 차관이 모두 한복을 입고 나와 한(韓) 브랜드사업을 홍보했다는 기사이야기 말이다. 더군다나 그 타이틀이 ‘여 개량한복, 한나라 전통한복, 옷차림도 개혁 보수 차별화?’ 였다. 그랬다. 지난 공연 때 내 눈에 일부이기는 했지만 꽤나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 소위 개량한복이었다.
사실 우리는 이상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이상한 단어 때문에 우리의 얼을 뺏기고 있는 것 같고, 그 중에 좋은 예가 개량한복인 것 같다. 개량이라 함은 국어사전에 나쁜 점은 고쳐 좋게 함 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전통한복의 남자 바지는 소변을 보려면 허리춤 띠를 풀고 엉덩이를 까야한다. 그래서 양복처럼 지퍼를 단다든가, 대님을 매는 불편을 스냅 단추나 벨크로로 바꾸거나 하는 것이 개량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복디자이너라고 불리우는 그분들이 만든 이상한 한복인지, 작품(?)인지 이에 대한 검증도 받지 않고, 또 보통사람 눈에 옷 입은 모습이 호(好) 불호(不好)에 관계없이 개량이란 단어로 우리에게 그 옷이 좋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한복만이 아니라 전번적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의 우리 고국 한국에서는 변화는 곧 개량이며, 개량은 곧 진보이고, 진보는 곧 세상의 모든 선(善)이 돼버린 것 같다. 이것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곳에 걸쳐 통용되는 진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때로 변화가 개량이 아니고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는 분들의 말이 골통 우익 보수라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언젠가 중국의 유교, 공자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 교수들이 우리나라 아악, 경상도 안동에 가서 제사지내는 것을 보고 이를 배우면서 우리 한국만이 모든 옛것이 잘 보전되어 있다고 감탄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 전통 혼례 퍼포먼스에서 신부가 퍼머하고 출연했다고 흥분하는 우리 전통음악 무용지키기에 열정을 쏟는 C씨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우리 워싱턴에 우리 문화 지킴이가 정말 훗날 값진 보배가 될 수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진정 우리 국악 전세계에 알리기에 온 신경을 쏟는 중앙국악예술단에게도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단 변화가 곧 개량의 전부는 아니며, 변화 또는 세계화는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공감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또한 오늘 모국 사회에서 개량, 진보, 진리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쓰지 말라고 모든 분들에게 호소하는 나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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