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거주하는 김모(39) 씨는 최근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위에 벌레가 물린 듯한 빨간 물집이 생기고 부위가 아픈 것 같아 황급히 피부과를 찾았다. 무슨 벌레에 물려 이리 아픈가 하고 걱정했지만 알고 봤더니 그 유명한 ‘대상포진’. 다이어트 관련 비즈니스를 새로 열면서 계속 맘을 조리며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일본의 마사코 왕세자비나 가수 전인권이 앓은 질병으로도 잘 알려진 ‘대상포진’(Shingles 또는 herpes zoster로 불림)은 어릴 때 앓은 수두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발병하는 수포성 피부질환이다. 나이가 들면 나타날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이나 심지어는 아동에게도 나타나기도 한다. 백강인 피부과 전문의는 “어릴 때 수두를 앓은 경험이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걸릴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어린이에게도 대상포진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백강인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대상포진에 대해 알아본다.
합병증‘신경통’이 통증보다 괴로워
잠복했던 수두 바이러스 활동으로 발병
몸 곳곳에 물집… 어린이에 나타나기도
발진부위 긁지말고 노약자에 전염 주의
▲대상포진이란?
쉽게 말하면 통증이 있는 물집이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감염증세를 말한다. 수두바이러스의 2번째 발진으로 수두와 비슷하지만 어릴 때 보다는 덜 가렵다.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는데 원인은 수두 바이러스로 알려진 배리셀라-조스터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다. 즉 어릴 적 앓았던 수두와 성인이 된 후 앓을 수 있는 대상포진의 바이러스는 같은 것으로 아동기에 수두에 걸렸다면 바이러스는 인체에서 빠져 나가지 않고 척추 부위 신경절에 잠복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자극이나 몸의 저항력 또는 면역이 떨어져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게 돼 발병하는 것이다.
한편 물집이 생기기전 몸 한쪽에 심한 통증이나 감각이상이 생길 수 있는데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 엉뚱하게 심장마비 증상이나 담석으로 오인받아 엉뚱한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원인 및 위험 요소
다시 재발하는 원인은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면역 시스템이 약화돼 있는 경우 걸리기 쉽다.
건강한 성인 10명 중 1명 정도가 어릴 때 수두를 앓았다면 50세 이후 대상포진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 대상포진을 한번 경험했다 해도 다시 재발하기도 한다. 지압이나 마사지로 바이러스가 잠복된 신경절을 건드려 대상포진이 나타날 수도 있다.
대상포진은 전염성은 아니다. 하지만 대상포진을 앓고 있는 사람이 수두를 앓아본 적 없는 아동에게 수두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확률은 높다.
성인으로 대상포진을 앓고 있다면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아동이나 신생아, 임신부, 면역이 약한 사람 주위는 피하도록 한다. 또한 임신부가 수두 감염에 걸리면 태아가 위험할 수 있다.
▲치료
대상포진은 심각한 질환은 아니지만 초기 통증치료를 잘 해야하는 것이 바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피부과 의사에게 보이도록 한다.
대개 6~8주면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지만 빠른 치료는 회복을 빠르게 하고 신경통이나 다른 합병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코나 눈 주위에 발진이 나타났다면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이 부위의 발진을 치료하지 않으면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시력손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눈의 조리개가 망가져 이중시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면역시스템이 약한 시기인 65세 이후 나타나면 특히 신경통 등 합병증에 주의한다.
먹을 수 있는 항바이러스 제제인 ‘조비랙스’(Zovirax), ‘발트렉스’(Valtrex), ‘팜비어’(Famvir) 등 약이 처방되기도 하며 소염제(애드빌)을 복용하기도 한다. 발진이 나타나기 전 첫 48시간~72시간 내에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으며 신경통을 겪기 시작했다면 통증 완화제를 처방받는다.
바르는 치료제로는 캅사이신계 약으로 ‘조스트릭스’(Zostrix), ‘Zostrix-HP’등이 있다. 바르는 연고제는 잘못 바르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꼭 상담한다.
한편 증상에 따라 부위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코티솔 정맥주사를 놓기도 한다.
▲합병증
대상포진을 앓은 사람 중에서는 발진이 없어지고도 나서도 통증을 계속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바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 이다. 몇 개월이나 수년간 신경통에 의한 통증이 계속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신경통이 생길 확률이 높은데 70대는 70%, 60대는 60% 정도 생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의 경우 바람만 불어도 또는 닿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기도 하며 드물게는 얼굴 근육 마비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는 뇌 염증 이나 폐렴, 신경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신경계 손상으로 나타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통증 완화제나 항우울제, 경련방지억제제가 통증을 진정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방
사실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5세 아동의 95%가 수두에 걸리기 쉬운데, 미국에서는 12~18개월 유아기에 수두 예방접종을 맞게 된다. 만약 성인이나 18개월을 지난 어린이라도 수두를 앓지 않았다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백신을 맞게되면 발병해도 증상이 훨씬 약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발표된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따르면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실험적으로 60세 이상의 3만8,000명의 성인에게 예방접종한 결과 대상포진의 위험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의 증상
-등이나 가슴, 눈, 목, 팔, 다리, 얼굴 등 몸 한쪽에 띠 모양으로 수포성 물집과 벌레에 물린 듯한 붉은 뾰루지가 생긴다. 피부 신경조직을 따라 나타나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물집이 생기기전 발열, 전신 피로감 등 전조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른쪽이나 왼쪽에 몸통이나 팔, 다리에 이상감각이 있을 수 있다.
-따끔따끔 아프기도 하며 쑤시고 얼얼하고 아리며 욱신거리기도 한다.
-둔화된 느낌 혹은 아주 민감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간혹 열이 나기도 한다
-두통, 오한, 배탈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 관리법
-발진부위는 깨끗하게 한다.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부위에 물이 흐르지 않게 하면서 얼음찜질을
해도 좋다.
-따뜻한 욕조에 잠시 몸을 담구거나 피부소염제인 칼라민(calamine)
로션을 바르면 가려움증을 완화할 수 있다.
-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통증 완화제나 애드빌, 모트린 등을
복용해도 된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충분히 쉰다.
-물집에는 균이 있으므로 특별히 타인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
-물집을 건드리거나 긁으면 세균감염으로 흉터가 남을 수 있으므로 조
심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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