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계는 요즘 경기도 용인의 향상교회(담임 정주채 목사)가 예배당을 이전하면서 발생한 부동산 시세차익 40억원을 사회로 환원하기로 결정한 사실에 대해 갈채를 보내고 있다.
이 교회는 “부동산을 팔아 얻은 이익은 목사 돈도 아니고 교회 돈도 아닌 하나님의 돈”이라며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 돌려드리고 새 교회 리모델링은 다시 헌금해서 우리의 노력으로 짓자”고 제안해 교계에 신선한 뉴스로 떠올 랐다.
한국에서는 알게 모르게 자행되어온 교회들의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모양이다. 지난 8월24일 ‘성경적토지정의를위한모임’이란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투기를 한 교회와 기독인들이 참회하는 마음으로 토지 불로소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많은 중대형 교회들이 예배당과 수련원, 기도원, 교회 묘지 등을 빙자해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 교회를 성장시켜왔고, 부동산 투기를 통해 번 돈을 십일조와 감사헌금으로 드리고 목회자는 그것을 축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이 한국의 교회들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이야말로 부동산 호황으로 자고 나면 집 값이 오르는 고공행진이 계속돼 불과 몇 년새 남가주 주택 평균가격이 두배 세배 뛰었다. 집 값이 이렇게 오르는 동안 교회건물은 안 올랐을까?
물론 한인교회들이 투기의 목적으로 건물을 사는 것도 아니고, 건물을 금방 팔지 않는 한 에퀴티가 얼마나 쌓였건 큰 의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덩치가 클수록 오른 폭도 커지게 마련이니 분명히 상당액의 에퀴티가 발생했을 것 이다.
실제로 3년전 윌셔가에 큰 건물을 매입, 이전하려던 주님의영광교회는 건물이 교육구 토지수용령에 걸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교육구에 건물을 매각할 때 부동산 가격이 매입 당시보다 상승, 수백만달러의 이득을 본 것으로 알려진다.
풀러튼의 은혜한인교회는 5년전 26에이커의 대형 콤플렉스 부지를 1,500만달러에 구입했는데 현 싯가는 5,0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5번과 91번 프리웨이가 교차하는 황금지역에 6년전 1,300만달러를 들여 건축했는데 지금은 건물과 땅값이 수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4년전 윌셔와 웨스트레익의 LA카운티메디칼협회 건물을 구입한 나성열린문교회는 3,500만달러 예산으로 본당을 신축하고, 교육관은 리모델링 중인데 그동안 13만 스케어피트의 땅 값만 3배 이상 올랐다고 전해진다.
윌셔와 라브레아 코너의 그레이스선교교회는 여러번의 분쟁을 겪으면서 목사가 바뀌고 교인들도 다 바뀌어 실제 건축에 참여한 오리지널 멤버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최근 건물을 매물로 내놓고 보니 에퀴티가 엄청나게 올라있어 이를 놓고 또다른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외에도 세계비전교회(구 밸리한인장로교회), 삼성장로교회, 온누리교회, 나성한인감리교회, 충현선교교회, 에브리데이 처치 등이 최근 1,000만달러 이상의 건물을 구입하거나 신축했으니 다들 상당한 에퀴티가 쌓였을 것이다. 아울러 오래전 자체건물을 마련한 중대형교회들의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교회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요즘은 툭하면 수백만달러에서 1,000만달러가 넘는 규모의 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니 미국내 가장 많이 투자된 한인 커뮤니티의 자산은 교회건물이요, 미주한인교회들의 부동산 자산을 합치면 천문학적 숫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많이 투자되고 세워진 예배당들이 이 땅에서 얼마나 영속성을 갖게될까. 서구의 수많은 교회들이 텅 비거나 박물관으로 남아있는 모습을 볼 때 그런 건축학적, 역사적 가치조차 갖지 않은 한인교회들의 미래는 어찌될 지 걱정된다.
그런 한편 향상교회가 보인 신선한 결단이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하나 던진다.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공짜 에퀴티는 누구의 몫인가? 교회의 것인가, 목사의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것인가? 그 에퀴티를 뽑아 건물을 증축하거나 더 큰 건물을 사서 이전한다면, 그것을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보아야할까, 아니면 불로소득으로 이룬 인간의 욕심으로 보아야 할까?
정숙희 부국장·특집 2부 부장
skch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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