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건·인물 영화 많아
‘그리스도의 수난’반박성 작품 ‘메리’충격적 감동
버라이어티의 수석 영화평론가 타드 매카시도 말했듯이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를 질적으로 평가하기란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이다. 9일간(9월8~16일) 출품된 256편의 장편영화를 다 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총 42편을 봤는데 이것을 가지고 전체 영화의 질을 평한다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다.
나는 메이저와 이미 배급사가 결정된 영화는 피하고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 힘들거나 아예 볼 수 없는 영화들을 중심적으로 골랐다. 재수 좋게 잘 고르면 좋은 것을 많이 보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타작들을 보게 마련이다. 나의 올 수확은 평년작 수준.
이번 영화제에는 실제 인물과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많은 것이 특징. 필립 시모어 호프만이 오스카 주연상감이라는 소리를 들은 ‘카포티’(Capote)와 역시 호아퀸 피닉스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리라는 평을 받은 ‘워크 더 라인’(Walk the Line) 그리고 샬리즈 테론이 나온 ‘노스 컨트리’(North Country) 등이 그 대표적 작품들.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 영화들이 강세를 보인 것이 또 다른 특징.
TIFF는 오스카를 노린 작품들이 수상 시즌 첫 선을 보이는 기회로 이번에 출품된 영화들 중 ‘카포티’ ‘워크 더 라인’ ‘노스 컨트리’ 외에 올 베니스 영화제서 작품상을 받은 앙리의 ‘브로크백 마운튼’(Brokeback Mountain) 등은 여러 부문에서 2005년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브로크백 마운튼’은 60년대부터 수십년간 서로 사랑한 두 카우보이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인데 히스 레저의 완숙된 연기가 보기 좋았다.
내가 충격적인 감동을 받은 영화는 영화제 사흘째 본 ‘메리’(Mary)였다. 멜 깁슨의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반박성 작품으로 막달라 마리아의 얘기를 현대화한 것이다. 믿음과 그것을 명성과 부와 힘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다.
특히 TV 토크 쇼 호스트역의 포레스트 위타커의 연기가 가슴을 친다. 이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초치’(Tsotsi)는 남아공 달동네의 가슴이 굳어버린 젊은 킬러의 구원의 이야기. 냉혹한 킬러가 자기가 납치한 젖먹이를 통해 갱생되는 내용이 통렬하다.
이란 영화 ‘철섬’(Iron Island)은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가난한 사람들의 얘기다. 바다에 떠 있는 폐기된 오일탱커에 사는 잡다한 군상들의 삶이 사실적이면서도 동화처럼 묘사된 미와 추를 솜씨 있게 섞은 작품이었다.
베니스 영화제서 감독상(필립 가렐)을 받은 3시간짜리 프랑스 영화 ‘정규적인 연인들’(Regular Lovers)은 흑백 촬영이 눈부신 파리의 청춘들 이야기. 1968년 5월 파리의 대학생 봉기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삶을 뉴웨이브식으로 보여준 깊고 시적인 작품이다. 올 칸 영화제서 작품상을 받은 ‘아이’(The Child)는 청소년 문제를 잘 다루는 벨기에의 형제 감독 장 피에르와 뤽 다르덴의 영화. 아직 세상 사는 방법을 모르는 10대 연인이 아기를 낳아 모진 시련을 겪는 힘찬 드라마였다. 그리고 루마니아의 사회와 관료체제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 ‘라자레스쿠씨의 죽음’(The Death of Mister Lazarescue)도 영화제서 얻은 수확.
백인 여자와 흑인 남자의 육체 관계와 애정을 그린 두 영화 ‘남으로’(Heading South)와 ‘백인 마사이’(The White Masai)도 흥미 있는 영화들이었다. 중국 영화로는 상하이에서 지방으로 주거를 옮겨 사는 지식인들의 귀거래사인 ‘상하이 꿈’(Shanghai Dreams)이 기억에 남는다. 또 히치콕풍의 프랑스 영화 ‘그 남자의 손 안에’(In His Hands)와 에미르 쿠스테리차, 스파이 크리 및 앙 리 등 8명의 감독이 만든 세계의 버림받은 아이들에 관한 옴니버스 영화 ‘보이지 않는 아이들’(All the Invisible Children)도 수작. 그러나 그리스 영화 ‘키네타’(Kinetta), 브라질 영화 ‘모래의 집’(The House of Sand) 및 영국영화 ‘지진의 피아노 조율사’(The Piano Tuner of Earthquakes)는 보느라고 애를 먹었다.
영화에서 막달라 마리아 역을 맡은 마리(쥘리엣 바노쉬)는 촬영이 끝나면 이스라엘에 남는다. ‘메리’의 한장면.
박흥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