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디언 유적지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노던 애리조나. 세도나,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 등 인디언들의 역사와 문화가 가득 담긴 관광 명소들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다.
애리조나 노던 인디언 컨트리를 찾아 <2·끝>
애리조나 북부의 고원(Northen Arizona Plateau) 그랜드 캐년을 중심으로 사방 150여마일을 ‘인디언 컨트리’(Indian County)라고 부른다. 애리조나의 별명 중 하나가 ‘아파치 스테이트’(Apache State)인 것처럼 아파치를 위시한 인디언의 영토였던 이 지방에는 현재에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디언 유적지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곳은 미국 전역에서 가장 광대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랜드 캐년과 여러 가지 색깔이 나타나는 사막(Painted Desert), 하늘 높이 치솟는 선인장 등은 단지 노던 애리조나 관광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디언들의 생활터전이었던 카이밥 국유림, 스패니시 개척자들이 황제의 도시로 착각했던 몬테주마 캐슬, 기의 도시 세도나, 수백년 전 인디언 집단 주거지(pueblo)가 그대로 남아 있는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오늘날 노던 애리조나의 문화는 고대 인디언, 멕시코와 스페인 탐험가, 보물을 찾아다니던 사람들, 악당, 보안관, 그리고 궂은 의지와 용감한 개척 정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러한 다양한 영향력의 흔적이 노던 애리조나 전역에서 발견된다. 또한 그 영향력은 현재의 생활양식과 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주에 이어 노던 애리조나 인디언 컨트리로 역사 여행을 떠나본다.
한때 100여명의 인디언들이 거주했던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
그랜드 캐년에서 약 80마일 동남쪽에 위치한 유명한 인디언 집단 거주지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를 방문하면 레인저들이 원주민들의 사냥 방법을 설명해 준다.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 인근에 있는 인디언 폐허.
붉은 바위산 ‘침묵의 향연’… 즐기며 배우는 역사 박물관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
곳곳에 화산재 덮인 분화구
인디언 건축물 폐허 수두룩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Wupatki National Monument)는 그랜드캐년에서 약 80마일 동남쪽에 위치한 유명한 인디언 집단 거주지이다. 그랜드캐년에서 64번 이스트를 타고 가다가 89번 사우스로 갈아탄다. 30마일 정도 남쪽으로 향하면 모뉴먼트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온다.
구경은 이 도로로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엄청난 사막의 절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모래 사막이 아니고 낮은 부시(bush) 종류가 뭉글뭉글하게 끝없이 펼쳐져 있다. 낮게 지평선 너머로 하늘에 걸려 있는 구름이 펼쳐지는 대지와 함께 황량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이 곳의 대표적인 식물은 래빗 브러시(Rabbit brush)이다. 보기에는 반들반들 하지만 만지면 빳빳한 사막 덤불 종류로 인디언들이 바구니를 짜는 재료로 사용했으며 작은 노란 꽃은 염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인가는 물론 오가는 차량도 없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굽이치는 언덕이 많아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곳곳에 전쟁터에서 폭격을 받은 건물 모양의 인디언 건축물 폐허를 만나게 된다.
화산 폭발로 인한 여러 지형을 만날 수 있는데 분화구에서 뿜어난 검은 화산재로 덮여 전혀 식물이 자라지 않는 층도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우팟키 내셔널 모뉴먼트에 도달했다. 성인 1인당 5달러의 입장료를 내면 한때 100여명의 인디언들이 거주했던 인디언 마을을 만난다.
레인저들이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옥수수 빻는 맷돌(grinder) 사용법과 활을 이용한 사냥법 등을 직접 알려준다. 어린이들을 위한 인디언 토기 빗는 프로그램도 인기가 있다.
마을에는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고대 축구 경기장도 있다. 남미와 중미 원주민들이 즐겼던 축구가 이 곳까지 전수됐다는 것이다.
문의: (928)679-2365, nps.gov/wupa
선셋 크레이터 내셔널 모뉴먼트
그랜드캐년의 관문이라고 알려진 플래그스태프(Flagstaff)에서 89번 노스로 12마일 가서 표지판 따라 우회전하여 2마일 더 가면 비지터 센터가 나온다. 센터에서는 화산과 지진에 대한 설명과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1064년부터 대 폭발을 시작한 센셋 크레이터(Sunset Crater)는 녹은 바위와 고도로 압축된 개스인 마그마를 대지의 갈라진 틈과 허공을 향해 마구 뿌렸고 이것이 굳어져서 오늘의 모습을 만드는 기초가 되었다.
그 후 200년 동안 주기적인 폭발이 잇따라 일어나서 무거운 파편들은 1,000피트의 화산 추를 형성하였고 가벼운 것들은 노던 애리조나 800평방마일에 재의 형태로 흩뿌려졌다.
마지막 폭발이 일어난 것은 1925년이고 이 때에 철과 유황을 다량 포함한 마그마가 터져서 적색과 황색의 입자를 흩뿌려 놓아 주변은 영원한 일몰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선셋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비지터 센터를 출발하여 길을 따라가면 검은 용암이 녹아서 묘한 모습을 연출한 보니토 라바 플로(Bonito Lava Flow)가 나온다. 흙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검은 색의 용암 사이로 푸른 침엽수들이 자라고 있어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게 되는 곳이다.
여기서 좀 더 올라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본격적인 트레일이 시작된다. 용암이 흘러내려 굳어버리거나 터져 나온 용암이 흩뿌려져서 쌓여져 굳어진 것이나 모두 기기묘묘한 모양을 만들고 있어서 온통 검은 조각품 세상이다.
오랜 세월 동안 부서져 가루가 되어서 검은 잔디처럼 곱게 깔려있는 위에는 노란 민들레가 점점이 피어있고 언덕 기슭은 검고 고운 가루로 덮여있어서 탄광에 쌓아놓은 석탄더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곳에서 우뚝 솟은 봉우리가 선셋 크레이터인데 다른 화산 추와 마찬가지로 산화철과 유황으로 조성되어 어두운 적갈색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나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깨어지기 쉬우므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1973년부터 등반과 하이킹이 금지되었다.
문의: (928)526-0502, nps.gov/sucr
시나구아 인디언들의 주거지였던 몬테주마 캐슬 내셔널 모뉴먼트.
몬테주마 캐슬 내셔널 모뉴먼트
플래그스태프에서 17번 사우스로 가다가 260번 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2마일 지점에 몬테주마 캐슬(Montezuma Castle)이 있다.
스패니시 개척자들이 처음 이 곳을 발견하면서 당시 멕시코 아즈텍족의 몬테주마 황제의 궁으로 잘못 알고 현재의 이름이 붙여졌다. 사실은 12세기에 이 지역에서 경작을 하다가 떠나 버린 시나구아 인디언들의 주거지였다.
비지터 센터에서 시나구아 부족들의 생활과 거주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센터를 나와서 짧은 트레일을 걸어가면 15야드 정도의 깎아 내린 듯한 절벽 위쪽 움푹 파인 곳에 빌딩 닮은 건물이 지어져 있다. 적의 침입으로부터의 대비하기 위해 높은 절벽에 건물을 만든 것이다. 몬테주마 캐슬은 노던 애리조나에서 가장 잘 보존된 12세기 원주민 거주지 중 하나로 평평한 관목지대와 비버 크릭으로 형성된 계곡을 끼고 있어서 인디언들이 정착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
문의: (928)567-3322, nps.gov/moca
노던 애리조나의 중심 도시 플래그스태프의 샤핑거리.
플래그스태프
아름다운 폰데로사 소나무로 둘러싸인 플래그스태프(Flagstaff)는 그랜드 캐년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고 노던 애리조나 대학(Northern Arizona University, NAU) 본교가 있다. 인구 5만7,000명인 플래그스태프는 주변 지역을 여행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중심점 구실을 하는 곳이다.
애리조나의 주요 고속도로인 40번과 피닉스를 잇는 17번이 교차하는 길에 있어 숙박비가 싸고 서부지역에서 첫 번째로 만들어진 대륙횡단 하이웨이 ‘루트66’(Route 66)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관광도시의 공통된 특징인 특이하고 예쁜 간판이 다운타운의 가게들을 장식하고 있다. 비록 아주 가깝진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그랜드 캐년이나 세도나 인근의 숙소를 원한다면 플래그스태프를 추천한다.
플래그스태프는 특히 가을철인 지금 애리조나 주화이기도 한 야생 해바라기가 한창이기 때문에 도시 자체가 노란색으로 한껏 치장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로는 노던 애리조나 박물관(Museum of Northern Arizona, 3001 N. Fort Valley Rd. 520-774-5211)이 있다. 호피(Hopi) 인디언의 지하 예배장인 호피 키바(Hopi kiva)가 볼만하다.
‘로웰 천문대’(Lowell Observatory, 1400 W. Mars Hill Rd) 역시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1930년 명왕성을 발견한 천문대인데 이곳에 들러 거대한 망원경을 통해 별들을 관측해 본다. 주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입장료 4달러. 매일 3회 투어가 있으며 각종 프로그램과 스페셜 이벤트가 입장료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한국 식당도 있다. ‘코리아하우스’(928-773-1122·www.coreahouse.net)를 방문하면 여행 중 만나기 힘든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관광정보도 알려 준다.
인디언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카이밥 국유림. 세도나 인근에 있다.
세도나
입구 들어서자 신비한 기운
종교단체·예술가 등 몰려
“세도나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신비한 기운에 휩싸이게 된다. 붉은 산들이 당신을 맞이하고 한줄기 바람이 거침없이 당신의 품을 파고들 때 당신은 어느새 끌려가고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세도나 관광청 안내문에서 볼 수 있는 문구인데 누구든 이 아름다운 도시를 방문하면 이 문구에 적극 동의하게 된다.
세도나는 플래그스태프의 남쪽 약 25마일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사막에 자리하고 있지만 높은 고원에 위치함으로써 기후는 일년 내내 온화하다.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오크 크릭 캐년(Oak Creek Canyon)은 세도나의 젖줄이며 주위에는 많은 캠프장과 낚시터가 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명상에 잠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불과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지도상에 그 이름조차 올라있지 않던 세도나는 현재 인구 1만7,000명의 마을로서 100개가 넘는 종교단체가 등록되어있다.
이곳의 특별한 에너지는 영감을 일깨우고 영감은 예술적 본능을 일깨워서 세도나에는 1,000명이 넘는 되는 예술가들이 모여 살고 있다. 정신세계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지구 내에 있는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볼텍스(Vortex)가 세도나에는 4개가 있다고 한다. 볼텍스란 인간과 우주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영적인 기운을 연결할 수 있는 강력한 기운을 지닌 특정한 지점을 말한다.
세도나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종처럼 생긴 벨 락(Bell Rock), 성당처럼 생긴 캐시드럴 락(Cathedral Rock), 정상이 테이블처럼 평평하여 공항으로 쓰이고 있는 에어포트 메사(Airport Mesa), 그리고 음양의 기운 중 어느 하나만 분출되는 다른 볼텍스와는 달리 두 기운이 함께 분출된다는 보인튼 캐년(Boynton Canyon)등이 바로 유명한 4개의 볼텍스이다.
<백두현 기자>
<사진 제공: 독자 저스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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