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은(간호사, 국제 펜 회원)
두 시간 반의 비행 시간, 갈아탄 것까지 합치면 4시간 이 상이 소요되었고, L.A.의 집합 장소에서 행사장인 데마큘라까지 가는데는 대도시의 트래픽까지 겹쳐 긴 인내를 요구했다. 옆자리에서 운전을 해 주시는 소 설가협회 회장님의 구수한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너무도 지루했을 꽃동네를 찾아가 는 길. 그러나 근 2년이나 격조했던 문우들을 다시 만난다는 기대감에 마음은 한 껏 달떠 있었다.
먼지를 내는 흙 길의 끝엔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 한둘 씩 눈에 띠었다. 늘 내 마음의 고향인 북가주. 그곳에서 온 문인들, 옛정을 나눌 시간도 없이 남가주의 문인들을 만났다. 악수를 나누고, 가벼운 포옹을 하고, 손 을 잡고 깡충깡충 뛰며 반가운 얼굴들을 확인했다. 여전히 활기찬 모습들. 그분들 의 생동감 넘치는 몸짓에서 난 한동안 변방에서 혼자였음을 재확인하게되었다. 갑 자기 다가드는 군중 속의 외로움이랄까, 새로운 곳에 제법 익숙해 졌다고, 콜로라 도의 달밤과 아스펜 숲, 발목까지 쌓이는 흰 눈 산정을 사랑한다고 생각되었던 것 은 머리 속을 하얗게 비우며 빠져나갔다. 왜 그곳까지 가야했던가? 다시 원초적 반문을 하게 되었다. 행사장 옆 갈대 숲 가장자리에 홀로 서 계시던 성모님. 그 홀로이신 모습이 내 감정을 한껏 고조시켰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오 신 세 분, 시인과 평론가, 수필가의 강의는 사뭇 진지하였다. 한 말씀이라도 놓칠 까 싶어 어깨를 세우고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분들이 준비를 해 오신 프린트 물을 넘겨보며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켰다. 아쉬움의 연장선에서 밤을 수 놓는 간이 파티가 이어졌다. 소주잔이 돌고 맥주 넘기는 소리가 문우들의 가벼운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간간이 들렸다. 한국인이 모이는 자리에선 빼놓을 수 없는 노래가 이어지고 사는 이야기가 그 뒤를 이었다. 달은 중천에 올라 있고 우리들의 사연처럼 수많은 별들이 총총히 떠 있는 밤. 아름답고 고고했다.
잠을 좀 자두어야 했던 것은 다음 날 일정 때문이었다. 총 정리를 위한 시간, 진지한 질문들은 쏟아져 나왔고 일일이 성의껏 대답해 주시는 세분 강사 님들이 고마웠다 . 아쉬움을 남기고 헤어져야 하는 시간. 다음 해를 기약하고 다음 만남을 약속하 지만 그래도 늘 아쉬움은 남는 것. 헤어지는 시간은 만날 때보다 훨씬 길었다.
늘 성심을 다해 미주 문협을 위해 일하는 문우의 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 수필가의 양산으로 제대로 된 수필 없다는 것, 수필은 차라리 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 소설의 줄임이 아니라는 것. 요즈음 젊은이들이 쓰고있는 실험 시에 대한 우려. 시는 늘 그 서정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 이민 사회 속의 시작(詩作)은 이제 그만 진부한 그리움을 벗고 된장과 버터가 적당히 혼합 된 독특한 맛이라야 한다는 것. 이민 사회 속의 소설은 단편이 가장 경제적인 문 학의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장편의 소재가 훨씬 더 많다는 것. 어찌되었거나 떠나 와 있는 우리들이 살아가야 할 곳은 미국, 이곳이고 보면, 주류사회 속하려는 노 력, 주류 사회 속의 일원, 아니면 왜 그렇게 되지 못하는 가에 대한 자성과 비판 적인 눈이 있어야겠다는 것. 등등...많은 이야기들을 되새겨 보았다.
내가, 아니 우리가 언제 이렇게 진지한 문학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던가. 문학 캠프 내내 가슴이 벅찼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너무 진지하고 풍부한 조 언들을 들었다.
살아 있는 동안 놓지 못할 이 문학이라는 삶의 숙제에 밝은 등불이 되어 줄 것 같다. 바라보고 있는 내 등불은 가끔 바람에 꺼질 듯 흔 들리기도 할 것이다. 그럴라치면 문학 캠프 내내 가졌던 마음이 되어 다시 심지를 세울 것이다. 기름을 더 부으러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곳에 가야겠다. 등불엔 든 든한 갓을 씌워 내 책상의 한 귀퉁이에, 늘 내 손이 닿고 보이는 곳에 놓아두련다 .
꽃동네의 아침은 갈대 숲에 서 계시던 성모님의 모습과 함께 다가든 다. 가슴이 따듯하고 푸근해 진다. 오래 오래 빛을 발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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