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근 4년만에 LA로 돌아와 2이닝도 못넘겨 선발자리 마저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신효섭 기자>
다저스 7
파드레스 3
1⅓이닝만에 강판 수모
최희섭 3타수 1안타
1볼넷, 1몸맞는 볼
박찬호(32·샌디에고 파드레스)가 근 4년만의 다저스테디엄 복귀전에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2회를 못 넘기고 일찌감치 강판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교체될 당시 단 2점만을 내준 채 3-2로 팀이 앞서고 있었음에도 불구, 브루스 보치감독이 좀 더 두고보지 않고 가차없이 그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것에서 이날 박찬호의 투구내용이 얼마나 실망스럽게 받아들여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11일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박찬호는 불과 1⅓이닝동안 단 11명의 타자를 상대해 3안타와 포볼 2개, 몸 맞는 볼 2개 등으로 2실점하고 팀이 3-2로 앞선 2회말 1사 주자 만루에서 구원투수 스캇 캐시디로 교체됐다. 삼진은 1개였고 폭투도 1개 범했으며 투구수 44개 가운데 꼭 절반인 22개가 스트라익. 지난 6월21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1이닝동안 10안타로 8실점한 생애 최악의 등판과 비교할 때 실점이나 안타수가 훨씬 적었음에도 불구, 오히려 내용상으로 그 경기에 버금가는 실망을 안겨준 투구였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부진한 피칭으로 감독의 신뢰를 잃은 박찬호는 이로써 오는 13일 부상자명단에서 복귀하는 페드로 아스타시오에게 선발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을 염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조기강판당하고 팀이 패했음에도 불구, 리드를 안고 내려간 박찬호는 승패와 관계없이 시즌 12승7패를 유지했고 방어율은 5.83에서 5.90으로 조금 나빠졌다.
박찬호는 파드레스가 1회초 다저스 선발 브래드 페니로부터 4안타와 포볼을 묶어 3점을 뽑아내 기분좋은 3-0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으나 곧바로 제구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 윌리 아이바에 깨끗한 중전안타를 맞은 박찬호는 2번타자로 나선 최희섭을 1루땅볼로 잡았으나 이어 오스카 로블레스를 포볼로 내보낸 뒤 제프 켄트에 좌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이후 삼진과 1루땅볼로 추가실점없이 1회를 마쳤으나 박찬호의 제구력은 2회들어 완전히 그를 저버렸다. 첫 타자 마이크 에드워즈를 노볼 투스트라익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몸 맞는 볼로 출루시킨 것이 불행의 시작. 이어 폭투로 주자를 2루에 보낸 박찬호는 제이슨 워스에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라오는 빨랫줄 타구를 맞았으나 순간적으로 내민 글러브에 볼이 빨려 들어오는 바람에 안타와 실점은 물론 부상의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투수인 9번 페니에게 중전적시타를 맞아 1점을 더 내주며 감독을 실망시킨 박찬호는 계속해서 아이바를 5구만에 포볼로 내보낸 데 이어 최희섭을 1볼2스트라익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몸 맞는 볼로 내보내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보다못한 보치 감독은 곧바로 마운드로 튀어나와 박찬호를 끌어내렸다. 다행히 구원투수 스캇 캐시디가 물려받은 1사 만루의 위기를 삼진과 캐처 파울플라이로 막아줘 박찬호의 실점은 2점에 그쳤으나 이날 투구내용은 박찬호가 계속 선발로테이션에 잔류할 수 있을지 여부에 심각한 의문을 던져준 것이었다. 다저스는 이날 3-3 동점이던 4회말 호세 크루스 주니어의 역전 투런홈런과 디오너 나바로의 랑데부홈런으로 경기를 뒤집고 결국 7-3으로 승리했다. 한편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선발 출장한 최희섭은 3타수 1안타에 포볼과 몸 맞는 볼을 1개씩 골라내 타율이 0.252(종전 0.25)로 약간 올랐다.
박찬호 인터뷰
4년만의 다저스테디엄 복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박찬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으며 굳이 실망감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또 감독의 투수교체 시점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 오랜만에 다저스테디엄에 돌아왔는데.
▲오랜만에 LA에 와 기뻤고 반가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는데 오늘은 경기에서 나쁜 날에 속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에 잘해야겠다.
- LA에서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크지 않았나.
▲글세 뭐…. 할 말이 없다.
- 오늘 처음 상대한 최희섭을 평가한다면.
▲좋은 타자가 될 모든 조건을 갖췄다. 기회가 많이 생기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늘 제일 큰 문제점은.
▲문제점이 있는 게 아니라 잘 한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 감독이 투구 릴리스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고 하는데.
▲필름을 연구해 보겠다.
보치감독 인터뷰
브루스 보치감독은 경기 후 박찬호를 계속 선발로 기용할 지를 묻는 질문에 샌프란시스코(다음 원정경기장소)에 가서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 오늘 박찬호의 문제점은.
▲좋은 질문이다(나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공이 어디로 가는지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았다. 바로 잡을 수가 없었다. 볼의 릴리스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어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 박찬호를 선발로 계속 기용할 것인가.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코치들과 의논해서 결정하겠다. 투수가 못하는 날도 있기 마련이지만 1회 3점을 뽑고나서 곧바로 점수를 내준 것은 다소 아쉬웠다.
- 아스타시오가 언제 돌아오나.
▲화요일(13일) 복귀시킬 예정이지만 언제 경기에 내보낼 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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