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가 허둥댄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난파지경에 몰렸다. 경제는 어떻게 되나. 여기저기서 나오는 우려의 소리다. TV 화면에 보이는 건 여전히 뉴올리언스뿐이다.
이라크가 시계에서 사라졌다. 9.11사태 4주년도 의미가 퇴색된 느낌을 준다. 후폭풍이 돼 몰아치고 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다. 올해 미국의 ‘탑 10 뉴스’ 중 탑이 될 것 같다. 워낙 스케일이 큰 재해이고 그 후유증 역시 만만치 않아서다.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도 별 관심을 못 끄는 뉴스가 있다. 수 주 전 한국발로 나온 보도가 바로 그 케이스 같다. ‘한국의 출산율은 1.16명으로 세계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잠시 관심을 끄는 것 같더니 이내 사라졌다. TV시대인데 그림이 잘 안 되는 뉴스였던 탓인가.
한국의 출산율은 1996년에 1.71명을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2004년에는 1.16명으로 떨어져 일본에 비해 무려 4배나 빨리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다는 거다. 가속이라도 붙은 것같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 한국의 출산율이다. 이를 과연 어떻게 보아야하나.
“한 사회나 국가가 소멸하는 주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 구성원들이 살지 않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역사 속의 숱한 문명의 부침과 관련해 한 문명비평가가 한 말이다.
환경의 악화가, 때로는 외부세력의 침입이 흔히 이유로 지적된다. 근본 원인은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사회의 정서, 그 집단의식이 얼마나 건강하게 형성됐는가가 생존의 열쇠라는 얘기다.
그리스는 로마의 침공으로 망한 것이 아니다. 로마군단은 텅 빈 그리스에 그저 진주했을 뿐이다. 고대 역사가 플루타크의 기술이다. 로마가 발흥하기 전 그리스는 이미 급격한 인구 감소와 함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당시의 분위기를 역사가 폴리비우스는 이렇게 전한다. “탐욕 때문인지, 겁이 나서인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은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나야 한명, 많아야 두 명이 고작이다.”
로마의 몰락도 이런 식으로 일부에서 설명한다. 전성기 때 100만이 넘었던 로마 인구는 7세기 무렵에는 10만으로 줄었다. 게르만족 침공이전에 로마는 이미 스스로 몰락의 외길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비슷한 현상이 21세기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 한, 두 나라의 예외를 빼고 최첨단을 걷고 있는 산업선진국들이 하나같이 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중 출산율이 특히 낮은 나라는 구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이다. 러시아 인구는 2050년께 22%나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더 급격한 인구감소가 이루어져 50%나 줄 전망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구 산업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하나같이 저 출산율을 보이면서 인구감소 쪽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여기서 하나의 역설이 발견된다. 현대화, 다시 말해 종교와의 결별과 함께 인류의 해방을 선언한 세속화(secularized)가 오히려 한 사회를, 한 국가를 서서히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신론을 체제 이데올로기로 내세웠다. 이런 구 소련공산체제에서 가장 급격한 인구감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 한 증거다.
동시에 발견되는 도식은 종교와 결별하지 않은 산업선진국에서는 여전히 인구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와 미국의 경우를 보자. 같은 문화전통을 이어받았다. 교육수준, 소득 등에서도 별 차이가 없다. 사회보장제도는 오히려 캐나다가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출산율은 캐나다 보다 훨씬 높다. 히스패닉 등 출산율이 높은 이민그룹을 제외시킨 비교에서도 그렇다. 왜. 종교라는 변수, 다른 말로하면 ‘God’s Factor’가 뭔가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교회 출석률이 현저히 다르다는 점 외에는 미국과 캐나다 국민의 두드러진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래서 나온 해석이다. 결론은 그러므로 이렇게 이어진다. ‘인구 위기는 다름 아닌 영적 위기다’-.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저하,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일본식으로 표현하면 ‘유사이래의 재난사태’다. 2003년 일본의 출산율이 1.29명으로 떨어지자 이 같이 규정하고 거국적 대책마련에 들어갔기에 하는 말이다.
2005년 한국의 탑 10 뉴스, 아니 ‘해방 후 탑 10 뉴스’의 하나는 바로 이 출산율 급락 뉴스가 아닐까.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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