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어깨중 한명인 ‘로켓’ 라저 클레멘스는 리그 최우수 방어율을 자랑하지만 정작 승리는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방망이 지원이 아쉬울 뿐이다.
클레멘스 ML서 가장 빛나는 방어율 불구
승수 못 챙기는 억세게 운 나쁜 투수 1위
막강 투구 엔젤스 와쉬번 “어찌 패가 더 많네?”
야구는 투수 경기라는 말이 있다. 투수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투수가 잘 던지면 이기고 투수가 약하면 팀이 승리를 거두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디 야구가 투수 한사람만 하는 경기인가. 아무리 빛나는 투구를 해도 타자들의 공격이 숨죽이고 있다면 승리는 거둘 수 없다. 기껏 잘 던지고 패배의 쓴잔을 들이키기 십상이다. 동료 타자들을 원망해야 할까, 운이 없다고 제 가슴을 쳐야할까.
올해 시즌도 막바지에 들어간 요즈음 속이 푹푹 썩는 투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로켓’ 라저 클레멘스(휴스턴 애스트로스). 메이저리그를 대표해온 어깨인 그는 은퇴할 나이가 한참 지났건만 올해도 타자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무서운 공을 던지고 있다. 방어율 1.57(3일 현재)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투구다.
팀의 간판 투수로 이런 방어율이라면 15승이나 20승은 거뒀어야 옳지만 그의 성적은 의외로 초라하다. 11승6패.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ML 최고의 빛나는 투구임을 감안하면 턱없는 성과다.
한물 가기는커녕 타자를 압도하는 공을 던지고 있는 클레멘스가 올해 만약 사이영 상을 못받는다면 본인보다는 팀 공격 탓일 것이다. 클레멘스가 등판한 경기에서 애스트로스는 무려 8번이나 1점도 못올리는 영패를 당했다. 타자들이 한점도 못올리면 아무리 잘 던져도 이길 수가 없다. 그가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평균 올린 점수가 3.3점이었다.
클레멘스는 지난달 말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져 패전 투수가 됐는데 6패중 5패가 1대0 이란 점수의 패배였다. 투수로서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노동절 연휴에는 공교롭게도 ML내 가장 불운한 투수들이 여럿 마운드에 올랐다.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의 크리스 카펜터가 지난 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4대 2 승리를 거둔 뒤 캐처 몰리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완투한 이날 경기에서 카펜터는 장단 8안타에 2점을 허용하면서 너끈히 승수를 추가, 20승 고지에 올라섰다.
3일 애스트로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는 클레멘스와 크리스 카펜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강력한 후보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 묘하게도 승패를 가른 것은 이번에도 ‘운’이었다.
클레멘스는 2회 타자로 나와 번터를 하다 햄스트링을 다쳐 물러났는데 불운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카펜터는 안타 8개를 맞으면서도 9회까지 완투하며 4대2 승리를 거뒀다. 시즌 20승4패의 휘황찬란한 고지도 밟았다.
카펜터가 방어율 2.28로 공을 워낙 잘 던지기도 했지만 운도 있었다. 클레멘스가 1대0으로 패한 것이 다섯 번이나 되는데 반해 카펜터는 등판했을 때 동료 타자들이 평균 5.3점을 올려 주었다. 클레멘스가 불운이라면 카펜터는 운도 따른 셈이다.
그러나 노장 클레멘스는 막강한 명투수답게 덤덤하다. “난 팀 공격력이나 불운을 탓하지 않는다. 그런 것이 야구 아닌가. 나도 지난 22년 동안 승리를 건질 만큼은 건졌다. 만약 건질 수도 있었는데 날려버렸다고 애를 태웠다면 돌아버렸을 것이다.”
엔젤스의 와쉬번은 AL방어율 리더중 한명이지만 승리보다 패배가 많아 가슴이 터질 노릇이다.
클레멘스 보다 더 열 받는 투수들도 있다. 방어율은 뛰어난데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은 경우다. LA 엔젤스의 재로드 와쉬번이 대표적인 경우. 방어율 3.18(3일 현재)로 아메리칸 리그내 방어율 선두 주자중 한명이지만 올 성적은 7승8패. 승보다 패가 더 많다.
그는 지난 3일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길 수 없는 방법(?)을 잘 보여줬다. 7이닝까지 안타 단 3개 1점만을 내주고 내려왔는데 뒤에 3대 6으로 뒤집혀 버렸다.
와쉬번이 이길 때는 엔젤스는 평균 4점을 얹어줬고 질 때는 1.63점 밖에 내주지 못했다. 와쉬번의 방어율은 AL내 7위다.
같은 날 미네소타에서 등판한 클리블랜드 우완 케빈 밀우드도 올해는 운을 피해간다. AL사이영상에 빛나는 조안 산타나(14승6패, 방어율 3.15)와 맞붙어 7회까지 2대2 동점으로 끌고 오며 내려왔지만 경기는 뒤에 2대3으로 뒤집혀 버리고 말았다. 승리를 또 챙기지 못하고 7승11패 그대로 유지했고 방어율만 3.15로 약간 내렸다.
워싱턴의 우완 잔 패터슨(8승4패, 방어율 2.44)도 별나게 운이 없는 케이스. 신나게 던지고 내려오면 뒤늦게 방망이가 터져 팀이 이기거나 지는 경우인데 승패 없는 등판이 14회로 리그내 가장 많다. 욕은 안먹어 다행이지만 품만 팔고 돈은 못 받는 심정은 쓰릴 것이다.
3일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서도 8.2이닝 동안 산발 5안타 1점을 내주는 역투를 했지만 결과는 헛품만 판 꼴이었다. 그가 내려온 뒤 양팀의 방망이는 불이 나 워싱턴이 5대4로 극적으로 이겼고, 패터슨에게는 승수가 추가되지 않았다.
워싱턴의 방망이는 왜 패터슨이 내려오고 나면 터질까.
“좀 일찍 때려주면 안되나?” 입이 삐죽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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