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람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듯 살갑게 대하는 것이 한국인의 정(情)이지만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마을과 패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불구대천의 원수인 양 돌팔매질을 해대는 것이 우리민족이기도 하다.
내가 속한 울타리 속인가, 아니면 타인인가에 따라 이렇듯 달라지는 대인관계 때문에 4·29 LA폭동 때에는 흑인 커뮤니티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농경사회의 폐쇄적인 이웃관을 벗어나 보다 열린 마음으로 타민족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더욱 필요한 것이 이곳 미국생활이다.
◆히스패닉에 빚졌지요
산타클라라에서 챔피언 바디샵을 운영하는 김경수 사장은 북가주 아름다운재단(www.beautifulfoundationusa.org)에 올봄 ‘타 커뮤니티 지원기금’으로 1천달러를 기부하며 이웃사랑의 울타리를 동구 밖까지 넓히는데 앞장서고 있다.
타민족과 이해를 넓히기 위해 뿌린 씨앗이 튼튼히 뿌리를 내리도록 김사장은 매달 40달러씩 비료를 뿌리고 있다. 김사장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 기금은 지난 6일 현재 2,920달러로 불어났다.
모두 다 3D업종을 기피하는 마당에 히스패닉이 없으면 미국경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김사장. 히스패닉은 한국인과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어 정이 많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5년간 자동차 바디샵을 운영해온 김사장은 직업상 히스패닉 종업원을 많이 쓰게 됐다. 히스패닉은 충실하고 순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어려운 일도 잘 참아 일하고 급할 때에는 오버타임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고마워했다.
김사장이 운영하는 바디샵에는 12년간 일하는 장기근속 히스패닉 직원이 있다. 조금 기술이 없어도 주인이 인내를 갖고 가르치면 금방 배우는 사람들이라며 집안 사정으로 직장에 나오지 못하는 직원을 도와줬더니 그가 다시 직장에 나오게 된 후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조금만 관심을 쏟아도 되돌려주는 이들이 바로 히스패닉이라고 말했다.
◆열린 마음으로 성공한 미국생활
고대 사학과를 나와 제대후 월남에서 미군 위문단원으로 활동하는 등 연예인의 끼가 다분히 흐르는 김사장은 서른 두 살이던 1974년 하와이로 이민했다. 도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에 입대, 헬리콥터 엔진 정비사로 근무했다.
5년의 미군 근무를 마쳤을 때 김사장은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능력을 터득했다. 또 영어의 귀와 입이 완전히 트여 훗날 미국인들을 상대로 비즈니스할 수 있는 토대를 닦았다. 사학과를 나왔지만 뒤늦게 발견한 미캐닉의 적성을 발휘, 1980년 산호세에 정착하면서 자동차 바디 수리에 일가를 이루게 되었다.
종업원으로 일하던 바디샵을 인수, 1983년 자신의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1986년에는 엘카미노 선상의 2만3천 스퀘어피트 대형 바디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은 대형 샵으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5년은 물론 지금도 김사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8시 이전에 회사에 나와 오후 6시가 넘도록 일한다. 남들이 다 하는 골프도 손에 대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 보면 몰라도 내 눈에 들지 않으면 일을 다시 하고 마는 장인정신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사장은 자신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타 커뮤니티 지원기금이 거목으로 성장, 열매를 나누고 한인들과 더불어 성장하는 다른 민족 친구들을 많이 기르고 싶은 소망을 키우고 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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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챔피언 바디샵을 운영하는 김경수 사장은 히스패닉 종업원을 사랑하는 마음을 넓혀 타민족 지원기금의 씨앗을 아름다운재단에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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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타 커뮤니티 지원기금은 무엇?
북가주 아름다운재단의 여러 기금중 타 커뮤니티 지원기금은 히스패닉과 흑인, 그리고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해 조성됐다. 최용오 상임이사에 따르면 이 기금의 첫 사업은 타 커뮤니티의 젊은 학생을 선발, 한국에 여행을 시키는 것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을 사랑하는 ‘친한파’를 키우기 위한 이 사업은 추천과정을 타 커뮤니티에 맡겨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선발된 타민족 학생은 본국 아름다운재단(상임이사 박원순)이 주선한 재단 후원 기업들이 스폰서를 맡아 산업시설을 둘러보고 한국문화 체험을 하게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 타민족 꿈나무들은 여행기를 써서 한민족의 아름다운 정을 타민족 커뮤니티에 널리 알려 한인의 벗으로 남게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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