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르마트에서 태슈역을 경유 쟈스페까지 한시간 반 걸려 오후 5시께 도착했다.철도가 없어 오직 차로만 갈수 있고 조그만 마을 입구 외길 언덕 10층 높이의 공용주차장에 모든 차를 주차하고 호텔 안내인에 의해서만 미니밴으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 마을에도 차 출입이 통제되어 있고 개인집은 보이지 않아 꼭 관광객(등산 및 스키어들)을 위한 숙박시설만 있는 호텔 단지 같다. 자스페(Saasfee, 해발 1,800m)는 주위에 스위스의 최고봉인 돔(Dom, 4,545m)을 비롯하여 해발 4,000m가 넘는 거봉들이 원형 병풍처럼 둘러쌓여 있어
산속 분지형 산악 리조트 마을이다. 알프스에서 제일가는 빙하의 마을로 절경을 이루고 일 년 내내 눈이 녹지 않아 특히 이곳의 여름 스키장은 외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자주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스위스의 마을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고 Hotel도 현대식 건물은 없고 모두 3~4 층으로 된 큰 콜로니얼식 밤색 목조로 통일되어 있다.
마을 식당 내부 시설도 100년전 장식이고 저녁 후엔 식당 홀에서 스위스 전통음악이 나오고 댄스파티도 열어준다. 시계바늘이 옛날로 돌아간 듯 낭만적 분위기이다.다음날(7월8일) 아침 케이블카 편으로 산중턱의 펜스킨(3,000m) 중간 정류장에서 다시 산속 굴을 파서 만든 지하 45도 경사의 등산전차로 해발 3,500m의 종점 알라딘에 도착했다. 여기엔 360도 회전 식당이 있어 이곳에서 알프스에서 손꼽히는 4,000m가 넘는 10여개의 고봉과 국경 넘어 이태리의 고봉까지 커피를 마시면서 설경과 빙하의 대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3,500m) 식당이라고 한다. 스릴 넘치는 007 제임스 본드의 이곳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스키장 리프트 끝나는 지점까지 눈 속 산행을 하는데 기상이 악화 되면서 눈바람이 거세졌다.우리는 알라리호른(4,027m) 봉우리까지 목표를 정하고 김정섭 회장의 지시에 따라 대원들의 몸과 몸에 밧줄 고리를 달고 5m 간격으로 몸을 묶었다. 경사진 눈길의 실족사고와 클레파스(얼음
구덩이)에 잘못 빠질 때 구출하기 위해서였다. 건너편 산 계곡에서 ‘쾅 와르르르’ 하는 소리
가 나서 보니 어마한 눈사태가 일어났다.
한 시간쯤 전진 했는데 몹시 바람이 불고 구름이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눈사
태 소리가 또 들렸다. 왼편 쪽 봉우리 절벽엔 얼음과 눈이 잔뜩 쌓여 우리를 덮칠 것만 같았
다. 눈사태 소리를 들으니 필자도 눈사태를 당하지 않나하고 겁이 나기 시작했다.
김정섭 회장이 경험과 자신이 없는 대원은 내려가도록 해 마지막 7명(김정섭 회장, 정영은 대
장, 정광웅, 김기순, 강신호, 홍종학, 홍순권)의 대원만 남아서 무릎까지 빠지는 가파른 눈길을
걸었다. 기상이 더욱 악화되어 1m 앞이 보이지 않자 우리 일행은 휴식 및 점심 겸 샌드위치를
먹었다. 눈과 바람뿐인 구름 속 매서운 추위를 참으며 돌진하다 보니 목적지 봉우리를 얼마 남
겨두지 않은 3,900m 지점(?) 쯤에 선가 위험을 느끼고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여기
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리프트 종점으로 내려와 밧줄을 풀었다. 스키장은 벌써 철수했고 모두
내려가 우리 대원들만 마지막 적막한 하산 길에 있었다. 다행으로 모두 무사했다.
쟈스페에서 이틀째 만찬을 갖는데 평상시와 분위기가 달랐다. 종업원은 이날이 3대 민속 명절
중의 한 날임을 설명해주었다. 스위스 산 포도주를 겸해 후한 식사를 하는데 중앙 홀엔 스위스 민속악기(테이블 위에 크고 작은 수많은 종(Bell)이 진열, 타악기, 관악기) 등이 있고 식사 후 민속악기 공연이 있었다. 특유한 민속공연을 즐긴 후 알프스의 상징적인 알핀혼(긴 대롱 나팔) 불기 경연대회가 열렸다.
유럽노인 관광객 팀을 포함 남녀 팀(각각 10명 정도)으로 구성해서 불었는데 처음이라 아무리 불어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백인 노인들은 노래도 부르는데 다행히 박계방 대원이 소리를 잘 내어 체면을 유지했다. 경연 후엔 흥겨운 댄스파티가 이어지고 끝날 무렵 앞뜰에서 불꽃놀이가 마지막 밤 하이라잇을 장식했다. 이틀간의 식사 동안 체격이 크고 풍모를 갖춘 노인이 음식도 나르고 각종 악기공연과 행사진행, 사회를 맡곤 해서 누구냐고 물으니 식당 주인이라고 했다. 주인과 종업원이 함께 접시도 나르고 멋진 민속공연을 선사한 것이다. 스위스가 세계제일의 부유한 복지국가가 된 배경에는 이러한 상하 관계없이 근면한 국민성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직접 엿보게 된 셈이다. 우린 여름밤에 겨울 설경을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미동부 산악연맹(구 미동부 산악단체협의회) 홍종학 회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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