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의 시작은 “신문이 왔구나”하고 잠결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어김없이 새벽 5시와 6시 사이에 우리 집을 향해 달려오는 털털거리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에 보도에 ‘툭’ 하고 신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집 드라이브 웨이에 한국일보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가 함께 배달되는 시간이다. 나는 7시쯤 되면 슬리퍼를 신은 채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드라이브 웨이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신문을 집어들고 들어온다.
평상시처럼 지난 16일 아침도 아내와 나는 침묵 속에서 아침신문을 읽는다. 이처럼 조간신문을 읽는 것이 우리부부가 함께 즐기는 여가활동의 하나임을 고백한다.
나는 갑자기 침묵을 깨뜨리며 “더블린 캘리포니아에서 경찰한테 총을 맞아 죽은 남자에 관한 기사를 읽었느냐?”하고 아내에게 물었다. “물론이지요. 1면 톱기사로 나왔어요” 하면서 아내가 대답한다.
아내는 읽고 있던 한국일보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몇 명의 한인들이 병실에서 시체를 둘러싸고 서있는 보도 사진을 보여준다. “유탄 맞은 김광구씨 14일 밤 끝내 사망”이라고 크게 인쇄된 제목을 가리킨다.
크로니클지에 보도된 기사를 몇 분전에 읽었기에 나는 한국일보가 치명적인 그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였는지 궁금하였다. 세 가지 차이점이 눈에 띈다.
첫째, 그 기사는 크로니클지 B면에 짧게 실려있는 반면 한국일보 A면에 톱뉴스로 실렸다. 그래서 아내는 벌써 그 기사를 읽었는데 나는 조금 늦게 읽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크로니클지에 실린 기사는 데미언 불와라는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 기자가 쓴 반면에 한국일보 기사는 한인인 한범종 기자가 썼다.
셋째,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이 두 신문 기사가 다른 관점에서 써졌다는 것이다.
크로니클지에 실린 이야기는 더블린 경찰국 대변인인 글렌 문이라는 사람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대부분 인용하였다. 두 명의 경찰이 목요일 밤 더블린에 있는 가정집에 도착하였을 때, 큰칼을 휘두르며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였다. 경찰이 그 남자에게 정지명령을 내렸지만 그 남자는 정지하지 않고 경찰에 대응하였기에 총기발사가 불가피하였다.
그 남자는 현장에서 죽었고, 잠겨진 방에서 총에 맞아 쓰러져 있는 다른 한 남자를 발견하였다. 리처드 김이라고 밝혀진 피해자는 3일 후에 병원에서 사망하였다. “나는 지금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미스터 김의 아내인 지 김의 짧은 말 한마디를 인용하였다.
크로니클지는 더블린 경찰국 대변인의 긴 설명을 인용하였다. “사건현장에서 두 경찰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으며 이러한 참사는 운이 없는 상황에서 생긴 불가피한 사건이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사건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면 하나의 ‘경찰 이야기’라고 다루어질 것이다.
한국 신문은 미망인인 김지영씨의 관점으로 비참한 이야기에 초점에 맞추었다 신문기사의 줄거리는 같지만 세세한 설명은 정말 다르다. 리처드 김이 김광구씨가 되었다. 처남과 매제간에 술을 마시던 중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 한국으로부터 미국에 사는 여동생 가족을 방문하였다가 이러한 사건 당했다는 인간드라마를 자세히 다루었다.
한국에서 여동생을 방문중인 이광태씨가 영어를 못 알아듣고, 술 취한 중에 영어로 명령하는 경찰에게 항복을 하지 않았다가 총살당한 사건이다. 만약에 이 사건을 한국말 텔레비전을 통하여 본다면 이것은 당연히 참혹한 ‘인간 드라마’일 것이다.
아내와 사건의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크로니클지에 실린 다른 뉴스를 읽는다. 이라크에서 죽은 미국 군인에 관한 기사를 읽는다. “뉴스에 실린 내용의 얼마만큼이 영어로 말하는 미군 대변인의 해석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신문을 읽는다. 이중문화 뉴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뉴스를 읽는다.
이라크 사람들이 자기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야기를 자기나라 신문에서 읽을 때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받아 들여지는 것이 이해가 된다.
<교육학 박사·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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