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도문 등 조선족 많은 중국 동북지방,
과연 투자의 황금지대인가
급피치 올리는 북가주 한인사회 중국투자 긴급진단
중국은 과연 기회의 땅인가. 특히, 연길 도문 등 중국 동북부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는 황금의 땅인가. 지난 5월 초 연길시 대표단의 SF한인상의(회장 유대진) 주최 코리아무역박람회 참가와 지난 7월 초 SF한인상의 대표단의 답방 및 SF한인상의-연길시 경제개발구 관리위원회 자매결연을 지렛대 삼아 중·미 코리안 경제교류가 원론적 덕담 차원을 실질적 투자 단계로 넘어가는 등 급피치를 보이면서 이같은 질문들이 새삼 비중있게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지사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커녕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초보적 상식조차 망각한 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 ‘묻지마식 투자’나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 투자’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이쯤 해서 냉각수 또는 경보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봇물 터진 중·미 코리안 경제교류의 경과
이렇다할 교류가 전혀 없었던 중국 동북지방 조선족사회와 북가주 한인사회의 경제교류는 지난 연말 연길시인민정부 조철학 시장과 량호 외사판공실 주임(실장)이 유 회장 등 SF한미상의 집행부와 만나면서 첫 씨앗이 뿌려졌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대미통상사절단 일원으로 북가주를 방문한 조 시장·량 주임은 켄터키주 한인실업가이자 연길시의 대미통상대사인 박현우 씨의 주선으로 SF한인상의 집행부와 상견례를 겸한 첫 만남에서 경제교류 원칙에 구두 합의했다.
싹은 금방 텄다. 불과 몇개월만인 5월 초 SF한인상의 주최 제2회 코리아무역박람회에 연길시가 당(민광덕 시당위 서기)·정(김성철 경제개발구 부주임 및 량호 외사판공실 주임) 대표를 포함해 4개 기업을 파견하고 SF한인상의-연길 경제개발구 간 자매결연 의향서에 조인했다. SF한인상의는 7월 초 유 회장이 인솔하는 대표단을 연길에 파견해 정식 자매결연 조인식을 갖는 한편 대외수출 및 투자유치 담당부처 책임자들과의 접견과 공단 견학 등을 통해 경제교류 의지를 재확인했다.
줄기와 가지 뻗기 속도 또한 빨랐다. 연길 방문 시 공식 일정을 마치고 서울 등지를 통해 귀환길에 오른 대표단과 떨어져 홀로 현지에 남은 유 회장은 투자조건 등에 대한 추가조사를 하고 돌아온 뒤 투자처(햄버거샵·주유소 등 단일아이템 또는 패키지아이템)와 투자액(대략 1인당 10만달러 이상) 등 청사진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연길투자 세일즈에 나섰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도문시의 당·정 대표단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유 회장을 통상대사로 위촉하고 도문투자 세일즈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용정시에서도 대표단이 온다는 소식이다. 또 9월에는 유 회장이 예비투자자들을 이끌고 연길 등 중국 동북지방 순회방문을 할 계획이다. 이같은 핑퐁 방문이 잦아짐에 따라 북가주 한인들의 중국 동북지방 투자는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환상은 절대금물…중국투자 유의사항 10계명
광대한 국토·풍부한 인력·무한한 자원,·값싼 인건비·각종 세제혜택에다 조선족이 많이 사는 연길 등 동북지방의 경우 자유로운 언어소통과 중국-러시아-남북한으로 이어지는 사통팔달 교통요지 등등, 매력적인 투자포인트에 대해서는 수없이 소개됐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장밋빛 환상 뒤에는 무수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리백룡 연길시 경제개발구 관리위원회 주임(시 서열 4위)은, 해외투자유치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책임자이면서도, 지난 7월 초 자매결연 조인식 뒤 SF한인상의 대표단을 위한 만찬을 베풀면서 중국을 처음에 쉽게 본 사람들은 3년 지나면 ‘하 이상하다’ 하고, 5년 지나면 ‘어리벙벙하다’ 하고, 8년 지나면 풍에 걸려 나간다. 어렵게 본 사람은 웃고 나간다는 말과 함께 알고도 모르고 모르고도 아는 곳이 중국이라며 지나친 환상과 섣부른 투자를 오히려 경계했을 정도다. 연길투자 성공사례 중 한곳인 원양어선 낙시도구 제조업체 연길센트로의 심흥길 사장은 실전경험에서 우러나온 구체적인 설명을 해줬다. 급한 대로 받아적은 기자의
메모는 대충 이렇다.
미국식 개념을 중국에 도입하려면 잘 안된다. 그래도 계약서가 있으면 꼼짝 못하지만 계약서가 나오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과실송금에 문제가 있고 (혜택기간이 지나면) 법인세율이 33%로 무차별이다. 100개 (기업) 중 99개는 망한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 내수 바라보고 오면 안된다. 술 많이 먹고 여자 얽히면 백발백중 망한다. 망한 회사들 중 90%는 그 때문이다. 재고 또 생각하고 생각해야 나중에 낼 학비를 미리 깎아주는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아직도 공산주의여서 똑같은 일을, 서류 1장으로 될 일을 5, 6개 만들어야 여러사람을 먹여살린다. 나는 10년동안 백두산(연길에서 4시간 거리) 한번 못가봤다. 골프도 안친다. 직원들한테 존경받는 사장이 안되면, 사생활이 조금만 흐트러지면 성공하기 어렵다.
과장이 아니다. 수출한국의 전진기지인 KOTRA도 지난해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매달 약6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나 성공률이 높지 않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절반 이상이 투자 후 4년 이내에 철수 또는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며 중국투자시 유의해야 할 사항 10계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①충분한 타당성 조사와 준비 선행돼야…지방정부나 파트너의 말 맹신은 위험 : 우선 중국의 투자 제한·장려·금지·우대 등의 범위를 확인하고 진출 목적, 진출 형태 및 지역, 판로 확보 등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중국 지방정부나 파트너 말을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가능하면 투자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제반 환경과 시설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②투자 형태, 규모와 투자지 선정은 품목, 판매 형태에 따라 고려해야 : 중국 현지 생산품을 내수 판매할지 혹은 수출할 것인지 투자 목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원부자재를 수급의 국내 조달 여부 및 물류비를 고려하여 입지 선정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투자 규모는 여유 자금을 확보한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해야 투자 환경 변수에 대비할 수 있다.
③중국 투자 관련법규를 숙지하고 개정 여부를 주시해야 : 중국 진출 외국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중국의 복잡하고 불명확한 법규와 잦은 개정이다. 게다가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방정부의 대책이 혼재되어 업체들에게 혼동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세무·회계·통관·노무 등 법규를 숙지하고 수시로 개정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④현지 파트너 선정에 주의해야 : 현지 파트너와 제휴 시에는 기업의 경영방식·능력·평판·재무·영업·노무 상황을 분석하고 선정해야 하며 규모가 크다고 건실하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세심한 분석을 요한다. 아울러 일단 적절한 파트너가 선정되면 파트너의 경영자원 및 영업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토록 한다.
⑤계약은 전략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 합자 계약 시 계약서는 중문 및 한글로 작성하고 내용을 각각 한글 및 중문으로 번역하여 이중 체크하는 것이 좋다(북가주 투자자들은 영문 번역 추가). 기본 발생 비용 뿐 아니라 후방시설 증설에 따른 소요 비용 책임 등 세부 내용도 계약서에 명기하여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 아울러 전문가의 자문과 검토 후 계약을 체결해야 함을 잊지 말자.
⑥제품 품질 및 브랜드 인지도 제고로 현금결제 유도 : 중국 내수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도 현지의 외상거래 관행으로 문제를 겪거나 이른바 흑자도산을 하는 업체가 많다. 제품의 품질 및 인지도를 향상시켜 현금결제 통한 전략적 내수시장 진출을 꾀해야 한다.
⑦준법경영이 꽌시(관계, 즉 關係의 중국어 발음. 인간관계를 뜻함)보다 우선 : 중국은 WTO 가입 준비과정에서 총 2,700여 건의 경제 법률과 규정을 개정하여 법제도를 재정비하였다. 합법적인 영업등기 획득 및 합법적 세무 이행 등 준법 경영의 기반을 최우선으로 하고 ‘꽌시’는 부차적인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⑧우수 현지인력 확보에 힘쓰고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 중국 진출 기업은 생산 분야 뿐 아니라 영업·개발·유통·재무 등의 현지 매니저를 채용하며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직률을 억제하고 우수한 현지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직원의 애사심 고양 및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 도입 등 업무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⑨다양한 마케팅으로 내수 시장을 공략할 것 : 중국은 지역마다 소비패턴 및 문화가 크게 달라 지방분권적 특성이 강하다. 구매력 있는 지역은 직판점 체제로, 내륙지역은 대리상 체제를 활용하는 등 중국 시장을 세분화하여 다양한 마케팅을 구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⑩이미 진출한 동종업체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중국 접촉창구를 구축해야 : 동종 선발 업체들이 체득한 노하우를 수집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자. 중국 접촉창구를 정하고 긴밀한 연락망을 구축하며, 중국 정부 관계자를 커뮤니티 고문으로 위촉하고 정기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최신 정보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좋다.
◆북가주 한인사회의 뒤탈없는 중국투자를 위하여
①SF한인상의 입장에서 : 연길 등 중국 동북지방에 대한 투자창구 역할을 맡게 된 SF한인상의(또는 유대진 회장 개인)는 투자자 모집에 앞서 위와 같은 유의사항을 심사숙고해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투자 자체에 급급한 나머지 기대심리를 부추겼다 나중에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선봉에 선 이들의 개인적 신뢰는 물론이고 SF한인상의의 공신력 또한 회복불능 상태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②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 투자는 어디까지나 투자라는 점을 재삼재사 명심할 필요가 있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는 기본전제를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냉정한 눈으로 현장조사를 거친 뒤 투자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 투자는 ‘남의 말이 아니라 나의 결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다시금 새겨둘 필요가 있다. 올해 초 터진 KL금융 사건에서 보듯, 처음 투자할 때나 잘나갈 때의 마음과 일이 꼬였을 때의 태도가 180도 달라져 ‘투자와 채권채무’의 경계를 넘나들며 갈등을 빚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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