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 주와 유타 주는 묘한 이웃이다. 주경(州境)이 서로 맞붙어 있고 땅 크기와 인구도 서로가 비슷하다. 둘 다 록키 산맥 바로 너머에 있고, 땅덩이 대부분이 사막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딱 하나있다면, 주민의 평균 수명이 반대로 나타난다는 점인데, 네바다 주민의 평균 수명이 미국 최단인 반면 유타 주민의 수명은 미국 최장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네바다 주를 상징하는 환락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성행하는 도박과 이혼 자유, 그리고 유타 주를 상징하는 몰몬 교의 엄격한 신앙 때문이다. 삶을 `제멋대로` 사는 네바다 주민의 자유, 이에 대해 엄격한 금욕을 기저에 둔 유타 주민의 경건한 삶이 이처럼 평균 수명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논리인데, 서울 예수회 소속 송 봉모(토머스) 신부의 테이프 강좌에 나오는 진단이다.
확인해 본즉 유타 주의 크기는 21만2,000㎢, 네바다 주는 28만㎢로 둘 다 한반도 정도의 크기이다. 인구 역시 유타 주 200만, 네바다 주 160만으로 엇비슷했다. 다만 두 주의 평균 수명 비교는 연감에는 없는, 그만이 내린 진단이었지만 정확했다. 진실은 이처럼 영성을 지닌 사람에게만 옷자락을 내비치는 것 같다.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를 이 논리에 대입해 본다. 지금 700만에 이르는 우리 동포 수효는 미주 지역 230만을 필두로, 중국 땅의 조선족 220만, 일본 80만, 러시아 등 CIS지역의 고려인 60만… 순으로 계속 늘고 있다. 남한 인구 7명 가운데 한사람은 해외에 살고 있다는 수치가 나온다.
지금 남한 인구의 출산율 저하는 세계 1위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지금의 7대 1 비율이 앞으로 6대 1 또는 5대 1로 좁혀드는 건 시간문제다.
본토의 한국인은 주는데, 반대로 동포 수는 늘고… 이 사실이 뜻하는 의미는 뭘까. 이런 현상은 앞서 예로 든 유타, 네바다 두 주의 평균 수명의 길고 짧음과 단순 비교할 성질의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 해외 동포 수의 증가와 유타 주민의 평균 수명이라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음과 같은 반문은 매우 적절할 싶다. “만약 해외 동포들이 (또는 그 1세가) 이민 길에 오르지 않고 그대로 한반도 땅에 눌러 살았다 쳤을 경우, 그 수효가 과연 지금처럼 700만에 이르렀을까?”
또 하나 지목될 고려 사항은, 하와이 사탕수수 밭이나 멕시코 애니껭 농장에서 시작해서 100년 넘게, 또 연해주 러시아 극동군 밭갈이로부터 140년 넘도록 일관되게 유지돼 온 초창기 해외동포들의 삶의 자세다.
한마디로 굶주림과 공포로 얼룩진 삶이었다. 노예 신분으로 팔리거나 중앙아시아 사막의 혹한과 혹사로 동포 20만 중 반 이상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들의 삶이 어떠했겠는가. 한마디로 검약과 절제 아니고는 살아남을 수 없던 환경이었다.
고무적인 것은 이 검약과 절제가 해외동포에게 지금껏 전통으로 계승돼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재외동포들의 이러한 검약과 절제의 삶과, 몰몬 교도들의 종교적인 경건한 삶과는 다르다. 그러나 만사에 한 쪽은 검약과 절제로, 또 다른 쪽은 기도와 간구로 임해 온 한국 해외동포와 유타 주민이 각각 공유한 삶의 연관성만은 인정돼야 할 성싶다. 두 쪽 다 적어도 `네바다 식` 삶은 살지 않았다는 연관성이다.
그렇다면 해외 동포의 검약과 절제, 또 상승 일로의 동포 증가가 우리 미래에 안겨줄 결과물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유대인의 경우가 그 좋은 대답이 될 것 같다.
현재 이스라엘 땅에 발붙여 사는 유대인은 400만 안팎에 불과하다. 1,000여만 이상의 유대인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해외거주하고 있다. 소위 디아스포라를 말한다.
그리고 역대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30% 이상을 유대인이 차지하고 있는데, 알고 보면 이 수상자들 거개가 이스라엘 국내거주 유대인이 아닌, 디아스포라라는 사실도 우리에겐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유타 주민을 상쾌하게 적시한 예의 송 신부가 700만 우리 해외동포에 대해 내리는 진단은 과연 어떤 것일까, 추석이 지나 그를 한번 만나봐야겠다.
김승웅
한국재외동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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