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해변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 샌루이스 오비스포와 샌타바바라 지역 해변들은 여름방학 마지막 주말 여행지로 그만이다. 바닷물이 밀려나간 샌타바바라 가비오타 주립공원.
중가주 해변으로 떠나는 주말여행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이들의 개학도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이었지만 이제 막바지에 달하니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다. 남은 여름을 너무 멀지 않고 비교적 조용한 곳에서 보낼 수 없을까?
샌루이스 오비스포와 샌타바바라 지역 해변은 남가주의 해변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여름의 향기가 그윽한 해변은 끝없이 이어진 백사장과 거친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 푸른 수면 위로 불어오는 해풍으로 바다의 정열이 물씬 전달된다. 바다 위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점점이 떠 있어 오리건의 바닷가 마을을 연상시키는데 깨끗한 태평양의 해변과 뜨거운 햇살을 감싸주는 각종 숲이 잘 어우러진 주말 여행 장소로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여름의 막바지에 샌타바바라와 샌루이스 오비스포 인근의 크고 작은 해변 도시들과 주립공원들로 주말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새로운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좋은 체험이 될 듯 싶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 지금 중가주 ‘초록 바다’ 올 휴가철 마지막 여행을 계획해 보자.
쉬자, 그러나 쉴 틈 없는 바다의 유혹
◆샌타바바라 골리타/엘캐피탄/가비오타
샌타바바라 엘 캐피탄 주립공원.
엘 캐피탄 주립공원 캠핑장.
해변이 산과 연결되어 하이킹도 즐길 수 있다.
샌타이네즈(Santa Inez) 산맥을 등에 업고 이어지는 샌타바바라의 해변은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샌타바바라 역시 다운타운에서 가까운 해변들은 주말이면 각 지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인파를 피해서 이 지역 주민들이 가장 잘 찾는 바닷가는 다운타운에서 15분 서쪽에 있는 골리타(Goleta) 지역이다.
서부에서 가장 경치가 수려한 곳에 캠퍼스가 들어섰다는 UCSB가 있는 도시로 엽서에 나올 만한 작은 비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바닷가마다 작은 피어와 품위 있는 레스토랑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피크닉 시설이 뛰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양생물학과 전기공학으로 유명한 UCSB 캠퍼스도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스패니시풍 건물의 교정을 오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한없이 밝기만 한 곳이다.
가는 길은 LA에서 101번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가 샌타바바라를 지나서 골리타로 들어가는 사인판이 나온다. 해변 공원들은 UCSB를 중심으로 양쪽 3~4마일에 거쳐 몰려 있다.
샌타바라라의 해변 주립공원은 엘 캐피탄 캐년, 가비오타, 레푸지오 등인데 이들 주립공원은 오렌지카운티 도헤니 주립공원과 함께 남가주에서 유일하게 6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성수기와 주말 캠핑이 거의 불가능한 곳이다. 태평양의 백사장 바로 옆에 캠핑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깊은 산중에 들어있는 것 같이 주변에 나무들이 무성하다.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에 물까지 흐르는 천혜의 캠핑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엘 캐피탄은 성수기는 물론 비수기에도 주말에 캠핑장을 예약하려면 11월이나 자리가 날 만큼 남가주 최고 인기의 캠핑장이다.
백사장에서 불과 10여야드 떨어진 곳에 캠핑 사이트가 우거진 고목 숲에 숨어 있듯이 조성되어 있다. 텐트를 치고 누우면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로 인해 깊은 숲 속에 들어선 것 같은데 파도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게 이 곳이 바다인지 산인지 분간이 안 되는 묘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그늘진 잔디밭 앞쪽으로 깨끗하게 출렁이는 바닷물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양쪽으로 끝이 안 보이는 모래사장 위를 가족과 또는 연인과 정답게 거닐게 된다. 도심에서 약간만 떨어져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모두 140개의 사이트가 있다. 거의 모든 사이트가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어디를 선택해도 상관없다. 한꺼번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그룹 캠핑장도 있어 동창회나 교회 등에서 단체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그룹 캠핑장 옆으로 넓은 잔디밭과 플레이 그라운드가 있어 단체로 행사를 진행하기 수월하다.
풍부한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서북쪽에 있는 레푸지오 주립공원까지 이어지는 2.5마일의 자전거 트레일이 있으며 수십개의 하이킹 트레일도 있다. 각 사이트마다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 있는 화덕이 있으며 단체를 위한 파이어 핏도 있다. 매 주말이면 레이저가 리드하는 가이드 투어가 실시되며 조류 관찰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가을철에도 낮에는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의 온도가 비교적 따뜻하다.
하루 피크닉도 가능하고 캠핑장에 마켓이 있어 필요한 물건을 현지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엘 캐피탄의 백미는 해변에서 직접 하는 광어나 도미 낚시. 고기를 잡아 회나 매운탕을 만들어 즐기면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보며 가족간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주립공원의 데이빗 밀러 레인저는 “예약을 없이 캠핑장을 찾으면 야영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6개월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캠핑준비를 할 것”을 당부했다.
엘캐피탄에서 좀더 서쪽으로 향하면 노천 온천으로도 유명한 가비오타 주립공원을 만난다.
이밖에도 캘피포니아 10대 비치로 매년 선정되는 카핀테리아(샌타바바라시 동쪽 10마일 거리), 수백만달러의 저택들이 즐비한 아로요 부로(Arroyo Burro, 샌타바바라시 서쪽 5마일) 등도 샌타바바라 카운티가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해변 휴양지들이다.
샌타바바라 카운티 해변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의는 샌타바바라 관광청(800-549-5133, www.santabarbaraca.com)으로 하면 된다.
모로베이
아름다운 해안도시 모로 베이.
LA에서 3시간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도시인 모로 베이(Morro Bay)는 보수적이며 주변에 자연적인 관광자원이 풍부한 독특한 도시이다. 만의 입구에 거대하게 들어선 576피트 높이의 모로 바위가 가득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항구에는 레저용 요트보다는 고기잡이배들이 많이 정박하고 있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저녁시간에 석양이 물든 바다 위로 솟은 모로 바위는 장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항구답게 각종 음식과 신선한 생선의 구입이 가능하다. 인근에서 직접 잡은 게와 광어, 도미, 새우 등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해변을 끼고 20여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바닷가에서 도미낚시도 할 수 있는데 보통 물때만 잘 맞추면 15인치의 대어를 낚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낚시는 물론 오션 카약, 요트, 산악 모터사이클, 해양생물 관찰, 하이킹,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다.
모로 베이 주립공원(Morro Bay State Beach Park)은 피크닉 그라운드와 캠핑장 시설이 완벽한 곳이다. 선착순으로 캠핑장이 나오는데 주말 사용을 위해서는 금요일 오전에 도착하는 것이 거의 필수적이다. 캠핑장 인근에 있는 왜가리 서식지(Heron Rockery)도 유명하다. 문의: (805)772-7434
40여개의 호텔과 모텔이 있다. 모로 베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정보는 모로 베이 관광청(800-231-0592, www.morrobay.org)으로 하면 된다.
가는 길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가 샌타바바라를 지나서 나오는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1번 하이웨이 노스로 갈아탄다.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15마일 정도 달리면 모로 베이에 도착한다.
몬태나 데 오로 주립공원
몬태나 데 오로의 스프너스 코브.
기암절벽으로 유명한 몬태나 데 오로 주립공원.
모로 베이 남쪽에 위치한 8,000에이커 규모의 대형 주립공원이다.
기암절벽과 전체가 바다 생물로 뒤덮인 벼랑 밑 바위들이 남가주 해변에서는 좀처럼 보기가 힘든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절벽 사이로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조그마한 백사장들이 있는데 인파가 몰리지 않는 주중에 이 곳을 방문하면 해수욕장 전체를 혼자서 차지지하는 행운을 거머쥔다. 가장 유명한 비치는 캠핑장 맞은편에 있는 스푸너스 코브(Spooner’s Cove).
해변 절벽 위로 이 지역만이 만들어내는 평안한 모습의 구릉과 평야가 이어지고 절벽 사이로 작은 강물도 흐른다. 계곡을 따라서 높이 1,347피트의 발렌시아 픽(Valencia Peak)이 공원을 사수하는 장군처럼 우뚝 솟아 있다.
발렌시아 픽으로 향하는 트레일을 비롯해 수십개의 하이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훌륭한 갯바위 낚시터로 홍합이나 갯지렁이를 이용한 도미낚시가 짭짤한 재미를 제공한다. 백사장에선 백도미 낚시도 가능하다.
봄에는 노란색의 야생화들이 공원을 뒤덮는데 스패니시로 ‘마운틴 오브 골드’(Mountain of Gold)라는 뜻의 공원 이름도 야생화의 물결로 인해 지어졌다.
캠핑장 예약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예약: (877)444-6777
가는 길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로 가다가 샌루이스 오비스포 시내 근처에서 로스 오소스 밸리(Los Osos Valley)에서 내려 왼쪽으로 20분쯤 가다가 페초 밸리 로드(Pecho Valley Rd.)로 바꿔 타고 왼쪽 끝까지 가면 된다.
문스톤 비치
문스톤비치에서 볼 수 있는 바다사자들.
서민들의 몬트레이라고도 불리는 중가주 캠브리아의 숨은 진주이다.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북쪽으로 약 50분 정도 가면 해송으로 뒤덮인 예술인들의 마을 캠브리아(Cambria)가 나온다.
동화에 나오는 곳처럼 아담하고 정겨운 느낌을 주는 이 곳의 비치가 바로 문스톤이다.
흰 모래밭과 맑디맑은 물빛을 자랑하는 문스톤은 썰물 때 소라와 불가사리 그리고 재빨리 움직이는 조그만 게들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바다와 육지가 조화를 이루며 뒤편으로는 경사가 원만한 구릉들과 평화로운 들판이 이어진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들꽃 향기에 취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에게 오랜 추억을 만들어 준다.
캠브리아 내륙으로 들어오면 메인 스트릿과 버튼 드라이브 양옆으로 길게 이어진 각종 상점들과 식당 그리고 화랑들이 저마다 특색 있게 눈에 들어온다. 여러 상점을 돌아보는 데만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
문스톤 비치에서 남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하모니(Harmony)라는 작은 마을도 들러볼 만하다. 그림 같은 상점과 양조장이 있는데 20세기 초반으로 장식된 화단을 거느리면 아주 딴 세상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가는 길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1번 하이웨이 노스를 타고 35마일 정도 달리면 캠브리아가 나오고 여기서 내려서 해안으로 들어서면 문스톤 비치가 나온다. 문스톤에서 북쪽으로 20분만 가면 유명한 허스트 캐슬에 도달하게 된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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