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비밀남녀’서 또 억척녀 또순이…사랑과 조건? 사랑이 중요하죠
한지혜 화보
2003년 신인 딱지를 떼지 못한 낭랑 20세의 한지혜는 갓 돋아나기 시작한 봄의 새싹처럼 파릇파릇했다. 사진 기자 앞에서 요리조리 포즈를 취하다가 이유없이 혼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어디로 튕겨나갈 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대꾸로 틀에 박힌 대답에 지친 인터뷰어의 얼굴에 미소를 새기곤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낭랑 22세의 한지혜는 당시와 똑같은 인터뷰 절차를 거쳤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무더운 날 야외에서 사진을 촬영하느라 땀을 비오듯 흘리는 사진 기자한테 손수건을 건네며 ‘힘들지 않느냐?’라고 의젓한 한마디를 던졌다.
무꺼풀의 눈매를 귀엽게 움츠린 채 ‘아하하하’하고 독특한 웃음 소리를 내는 것은 변함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말투와 행동에서는 2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보다 더 큰 변화가 느껴졌다. 이전에는 봄의 생기와 잘 어울렸다면 이제는 가을의 고즈넉함과도 잘 어울린다고 할까.
지난 2월 영화 ‘B형 남자친구’를 끝낸 뒤 6개월여동안 긴 휴식을 취한 한지혜가 29일 첫 방송을 내보내는 MBC 새 월화드라마 ‘비밀남녀’(극본 김인영ㆍ연출 김상호)에서 주인공인 또순이 ‘서영지’역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선다.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휴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 테고,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불안감에 떨었을 것”이라며 “딱 적당한 시기에 활동을 재개해 좋다”는 그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만족스러워했고, 그것을 많은 이들한테 드러내는 것에도 자신 있어 했다.
또 “직업상 이런 저런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성숙한 변화가 따라온 것 같다”면서 “인생과 꿈에 대한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며 조곤조곤 생각의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 ‘낭랑 18세’의 그녀가 자랐어요!
사랑과 계산 사이에서 갈등하는 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사랑방정식을 들여다보는 ‘비밀남녀’는 한지혜가 데뷔이후 처음 누구의 권유와 설득도 아닌 100% 자신의 의사대로 선택한 드라마다.
드라마 ‘낭랑 18세’를 통해 깻잎머리가 어울리는 신세대의 표상으로 부상한 그는 한 때 명랑하고 거침없는 소녀의 굴레를 벗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가 모토가 됐다.
’비밀남녀’의 서영지는 ‘정숙’(‘낭랑 18세’)의 성숙 버전이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이른바 ‘한지혜스러움’ 과 아직은 발현되지 않은 한지혜의 깊어진 눈매가 묘하게 어우러진 배역인 것이?
가난한 환경에서도 주차관리요원, 대리운전기사, 가사도우미 등 갖가지 생업을 전전하며 ‘해리포터’시리즈의 조앤 롤링 같은 유명 작가를 꿈꾸는 그는 ‘아미’(송선미) 대신 맞선을 보러 나갔다가 계급 차가 나는 아트디렉터 ‘준우’(김석훈)한테 마음을 빼앗긴다.
한지혜는 “실제로도 자동차를 몰 때 용감하게 속도를 즐길 줄 안다”며 “서영지처럼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도 못할 게 없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또 서영지의 아르바이트 종목 가운데 가장 자신있는 것에 대해 ‘가사도우미’를 꼽으며 빙긋 웃었다. “원래 대청소의 달인이자 살림꾼이다. 한번 청소를 시작하면 윤이 나게 싹싹 치운다. 또 보수도 괜찮지 않은가?(웃음)”
드라마 3회에서 처음으로 클럽에 놀러간다는 설정을 연기하며 한지혜는 영화 ‘코요테어글리’의 주인공처럼 바에 올라 화끈한 댄스를 보여줄 예정. 그는 “이미 촬영을 마쳤는데 어설픈 동작부터 능숙한 춤까지 신나게 구사했다. 하마터면 난간에서 떨어질 뻔 했다”며 재미있어 했다.
# 인기 때문에 사랑과 인생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맹목적인 사랑 지상주의에 은근히 딴지를 거는 드라마의 설정 때문에 한지혜는 사랑과 조건 사이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듣고 있다. 대답은 물론 사랑. 그러나 “오랫동안 열렬히 사랑했음에도 조건의 차이 때문에 결국 헤어지는 커플을 봤다”며 “사랑만 있으면 된다는 가치관에 한동안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럼에도 한지혜는 사랑과 관련한 인생의 노선을 이미 구체적으로 설계해놓았다. 연기자로서 한지혜의 욕심은 지금 이 정도가 딱 좋다는 것. 자유스럽게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관심을 받는 스타는 원하지도 않고, 감당할 자신도 없다는 그는 “얼굴을 마주쳤을 때 빙그레 웃어주는 정도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랑과 결혼 같은 여자의 인생을 일 때문에 미루거나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5년 후쯤 자연인으로 돌아가 프랑스 파리에서 스쿠터를 몰고 바게트 빵을 사러 가거나 공부를 하며 사는 게 그의 꿈이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처럼 운명의 상대를 그곳에서 만나고 싶다는 환상 따위는 없다. 다만 갈 때부터 동반자가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6냄廈㈄옛?서울 근교의 온갖 산을 섭렵하며 자일을 타고 암벽등반도 했다는 한지혜는 “꿈을 위해서는 겁없이 돌진하는 편이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조재원기자 miin@sportshankook.co.kr
/사진=임재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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