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의 발달은 지난 30년간 테니스를 크게 변모시켰다. 세계 파워 테니스의 중심에는 첨단 소재를 사용한 라켓이 있다. 보다 더 센 파워를 생산해 내기 위해 라켓은 소재나 사이즈에서 대단한 혁신이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는 테니스를 변화시키는 것이 라켓이 아니라 라켓에 매는 줄(string)이다. “지난 2-3년간 테니스에 큰 변화를 몰아오고 있는 것은 줄이다”라고 미국 데이비스 컵 대표인 복식전문 마이크 브라이언은 말한다.
신세대 합성줄 ‘통제된 파워 구사’ 최고
남자 탑 프로 거의 전부 거트에서 전향
세로줄은 거트, 가로줄 신세틱인 혼합형도
대부분의 팬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인조 합성 줄(synthetic string)은 세계 테니스를 장악해버렸다. 생동감과 터치가 좋아서 엘리트 프로들이 애용해온 천연 줄(natural gut: 소나 양의 내장을 재료로 만든다)은 이젠 특히 남자 탑 프로들은 거의 아무도 쓰지 않는다.
남자 탑 10 프로중 대부분이 신세틱 스트링을 쓰고 몇 명은 신세틱과 내추럴 거트를 섞어서 쓴다. 소위 혼합형이다. 탑 10내의 여자 프로중 몇 명도 거트를 버리고 신세틱으로 바꿨다. 우주시대의 최첨단 신세틱 줄은 거트보다 더 많은 파워와 더 무거운 탑 스핀을 전달시킨다. 촉감(feel)은 약간 덜하다.
세계 랭킹 1위 라저 페더러(23)는 거트를 쓰다가 3년전부터 거트와 신세틱 줄을 섞어서 맨 라켓을 쓰고 있는데 아주 만족한다.
“거트보다 잘 끊어지지도 않고 스핀과 콘트롤도 더 많이 먹일 수 있는 것 같다. 내 플레이에는 아주 잘 맞는 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윔블던 여자 우승자인 마리아 사라포바도 두가지 재질의 줄을 섞어서 맨 라켓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녀는 의식적으로 줄을 바꾸지는 않았다. 지난해 아버지가 라켓줄을 하이브리드로 바꿔서 매 주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트에서 바꾼 셈이 됐다. “차이를 모르겠다”는 그녀는 그러나 그 때 이후 혼합형의 스트링을 쓰고 있다.
테니스에서 지난 30년간 가장 큰 발전을 이룬 분야는 물론 라켓이다. 나무 라켓이 주류였던 시절 지미 코너스가 철제 라켓인 윌슨 T-2000을 들고 나와 74년 윔블던에서 켄 로즈웰을 꺾고 우승함으로써 철제 라켓 붐이 일었고, 뒤를 이어 알루미늄과 그라파이트, 타이태늄, 그리고 케브라 등으로 라켓은 발달해 왔다.
재질 뿐 아니라 사이즈 면에서도 부단한 시도와 발전이 있었다. 70년대 중반 프린스 오버사이즈가 처음 나온 이래 스윗 스팟을 넓게 또는 안정적으로 만드는 갖가지 사이즈가 시도됐다.
라켓에 이어 이젠 스트링 차례. 구스타보 쿠에르텐은 신세틱 스트링으로 성공함으로써 신세틱 붐이 확산되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한 선수로 꼽힌다. 쿠에르텐은 지난 97년 시드도 배정받지도 못한 세계 랭킹 66위의 무명이었으나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함으로써 그 때 라켓에 맨 룩실론 상표의 신세틱 줄에 관심이 쏠리게 했다. 이 때부터 신세틱은 인기를 더 높여 지금은 대부분의 탑 프로들이 신세틱을 선택한다. 쿠에르텐은 프랑스 오픈을 도합 3번이나 우승한다.
뒤이어 다른 클레이코트 스페셜리스트들도 신세틱으로 줄줄이 바꿨는데 거트 보다 공을 더 잘 물어 탑 스핀을 더 먹일 수 있고 잘 끊어지지도 않아 좋았다.
윔블던에서는 대회기간중 줄매주는 사람이 30여명 동원되는데 그중 한 사람인 글린 로버트는 “클레이코드 전문 선수들로부터 신세틱 바람이 불었다”고 말한다.
로버트는 두가지 줄을 섞어 매는 혼합형은 안드레 애거시가 수년전 사용하면서 인기를 얻게 됐다고 말한다. 그랜드슬램 대회를 8회 우승한 애거시는 유명 선수중에서는 처음으로 천연 거트와 합성 줄을 반반 섞어 맸다. 애거시는 지금은 신세틱만 쓰고 있다.
신세대 줄은 어떤 점이 뛰어날까. 선수들은 공에 커트를 더 세게 먹일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콘트롤이 손상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공에 더 많은 탑스핀을 후려쳐 넣을 수 있으므로 공의 빠른 스피드에도 불구하고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인 플레이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브라이언의 설명을 좀 들어보자. “정확하게 맞히지 않아도 공에 공격적인 커트가 먹힌다는 것이 장점이다. 엄밀하게 맞추는 뛰어난 재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공을 세게 후려만 치면 적당히 맞아도 들어간다”
줄의 포구력이 뛰어나 비틀리거나 빗맞아도 공을 잡아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신세대 줄은 발리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서브 앤드 발리 전문 선수들이 멸종으로 가고 있는 한 이유를 줄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신세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촉감’이 덜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페더러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라켓 줄에서 주력부가 되는 세로줄은 거트를 매고 가로줄은 신세틱 줄을 맨다. “주력인 세로줄은 볼 컨택트에 더 중요하기 때문에 두 가지 줄을 섞어 매면 ‘필’을 최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페더러는 말한다.
다른 선수들은 파워와 스핀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주력 부에 신세틱줄을 맨다.
페더러는 어떤 줄을 매는 가는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에 달렸다고 말한다. 베이스라이너에게는 세게 후려쳐도 공이 멀리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단점이 된다.
여자 경기에서는 파워가 덜 중시되기 때문에 여자선수들은 신세틱으로 남자선수들 만큼은 바꾸지 않았다.
린지 데븐포트는 여전히 거트만 쓴다. 10년 이상 거트만 쓰고 있는데 주위서 신세틱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듣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신세틱의 파워, 스핀, 안끊어지는 것들을 칭찬들을 하지만 나는 바꿀 생각이 없다. 그런 것들은 남자 경기에서 더 필요한 것들로 여겨진다.”
스트링 테크놀러지
■천연 거트(natural gut) - 고급 테니스 줄. 탄성과 장력 안정성, 살아있는 촉감이 탁월하다. 볼 그립이 좋아 스핀이 잘 나온다.
■합성 줄(synthetic) - 재질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등을 섞어서 제조한다. 장력을 잘 유지한다.
■혼합형(hybrid) - 두가지 줄을 섞어서 맨다. 파워형 선수중에서도 볼 콘트롤과 인 플레이를 중시하는 선수들이 즐긴다. 촉감과 편안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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