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이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상식과 순리가 실종된 타락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세상에는 상식과 순리가 있다. 상식은 일반사람이 가지는 일반적 지식이며 순리는 순조로운 도리요 이치다. 일반적인 지식을 벗어나 순조롭지 못한 일을 하게되면 무리가 따르고 그 무리는 때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비화돼 멸망을 초래한다.
이번 X파일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가 너무나 많은 욕심을 낸 데서 비롯된다. 돈 있는 자가 권력을 가지려하고 돈과 권력이 있는 자가 명예까지 추구하다 멸망한 케이스다.
홍석현이 누구인가.
한국인이 엄두도 못 내던 유엔사무총장이 되겠다고 스스로 밝힐 만큼 화려한 배경과 이력의 소유자다. 보광이라는 알짜기업과 중앙일보의 사실상 소유자다. 돈과 권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그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명예를 무리하게 추구하다 처참하게 무너졌다.
유력 언론사의 사주로서 검은 돈을 직접 거래한 추악한 모습까지 드러났다. 큰 명예를 추구하다 작은 명예까지 날린 셈이다. 진원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X파일로 인해 제대로 소리한번 내지 못하고 낙엽처럼 떨어졌다. 엊그제 만난 한국에서 온 한 교수는 “세상은 순리를 따르는 사람에게만 후한 법”이라며 “그는 주미대사가 되기 전에 나왔던 여론의 지탄에 더 겸허하고 주미대사가 된 후 더 자중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믿었던 것이 실수라는 지적이다.
욕심을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성경은 이르고 있다.
또 다른 X파일의 주역, 삼성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서 화가 치민다.
대학생 취업선호도 1위의 삼성, 가장 존경받는 CEO를 가진 삼성이 아닌가. 그런 삼성이 돈을 이용해 권력을 사고, 언론사주에게 검은 돈 심부름을 시키고, 불법으로 기업인수 로비를 벌였다. 어떤 권력을 가지려 하고 얼마의 부를 더 쌓기 위함인지 도저히 계산이 안 된다.
특히 기아차 인수로비는 불법 선거 자금 제공과 같은 개인적인 사안이 아니라 수십년간 키워온 기업이 쓰러지고, 수 천명 근로자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대중적 피해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 큰 충격이다.
요즘 ‘삼성 제국’이란 말이 나돈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고장난 녹음기처럼 말을 되풀이하면 삼성의 로비가 있었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모든 권력이 삼성으로 넘어갔다고 성토하고 있다.
더 우려되고 슬픈 것은 삼성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데 있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삼성은 사건이 터진 후 발표한 사과문에서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언론보도 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사과한다’고 했다. 재수가 없어 들켜 언론에 보도됐고 이로 인해 물의를 빚게돼 사과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기미가 안 보인다.
삼성은 연일 봇물을 이루고 있는 네티즌들의 비난과 비판에 귀기울여야 하고 삼성 앞에 모인 데모대의 함성도 한번쯤 들어봐야 한다. 일등은 추구하되 싹쓸이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에는 멸망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경주 최부잣집이 수백년을 만석꾼으로 이어온 데는 나름대로 철저히 지켜온 비밀이 있다. ‘과거는 보되 진사 이상은 보지 말라. 재산은 만석 이상 가지지 말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등이 그것이다.
X파일의 내용이 하루하루 벗겨지고 있다.
X파일 사건을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 정도의 해프닝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냥 지나치는 3류 소설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전에도 있었던 불법 도청사건의 하나로 넘겨서는 더더욱 안 된다.
X파일 사건은 지나친 욕심에 사로잡혀 상식과 순리에 벗어날 때 그 일은 머지 않은 장래에 이상한 모습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권기준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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