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배진남 이광빈 기자 = 12년만에 남북대결을 펼친 한국과 북한 축구대표팀이 사이좋게 비겼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0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 남자부 2차전에서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고도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해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2경기 연속 무승부로 북한(1승1무), 중국(2무)에 이어 남자부 3위를 유지했다. 중국과 승점은 2점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중국 3골, 한국 1골)에서 뒤진 것.
지난 93년 10월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한국 3-0 승) 이후 12년만에 남북대결을 펼친 한국은 이날 무승부로 북한과의 역대 A매치 상대 전적 5승3무1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본프레레호는 중국과의 1차전에 이어 이날도 골 결정력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무승부에 그쳐 2연패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과의 1차전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방적인 공세를 펴고도 1-1 무승부에 그쳤던 본프레레호는 이날 왼쪽 라인을 모두 교체하며 측면 강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본프레레 감독은 1차전에서 좌우 윙포워드를 맡았던 이천수와 김진용의 자리를 맞바꿔 왼쪽부터 김진용-이동국-이천수로 이어지는 새 스리톱 전형을 선보였고, 양상민과 곽희주를 각각 왼쪽 라인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각각 기용한 것.
그러나 초반 기선제압에 나선 쪽은 박규선-이천수로 이어지는 오른쪽 라인이었다.
박규선은 전반 1분 볼이 상대 수비의 몸에 맞고 뒤로 흐르는 것을 놓치지 않고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회심의 오른발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볼이 흐르는 바람에 득점포를 터뜨리지는 못했다.
반격에 나선 북한도 2분 뒤 한성철이 엔드라인 근처에서 문전으로 올려준 볼을 김철호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역시 ‘거미손’ 이운재의 손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후 경기의 양상은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로 흘러갔다.
이천수는 전반 8분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부터 환상적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2명을 잇따라 제치며 페널티지역 안쪽까지 파고든 뒤 문전으로 쇄도하는 김진용을 향해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줬으나 북한 수비수가 한발 앞서 걷어내는 바람에 슈팅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전반 13분 이천수의 오른쪽 코너킥을 문전에서 김진규가 헤딩슛한 볼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 골대 윗그물에 떨어진 것도 아쉬웠던 장면.
볼 점유율 3대7의 절대 열세를 보인 북한이었지만 11명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다가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통해 전반 36분에는 김영준이 수비수 1명을 제치고 아크 정면에서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슛을 날리는 등 가끔씩 기세를 살리기도 했다.
한국은 전반 29분과 39분 각각 부상으로 물러난 김정우와 곽희주 대신 정경호와 김한윤을 투입하며 왼쪽 측면을 강화했으나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는 못하고 전반을 그대로 마감했다.
후반 들어 한국은 9분 이동국의 왼발슛, 12분 양상민의 왼발 중거리슛으로 북한의 골문을 두드렸으나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13분 북한의 번개같은 역습에 선제골을 내줄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김영준이 미드필더 왼쪽에서 길게 올려준 대각선 크로스를 조커 채웅천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논스톱 오른발슛을 뿜었으나 이운재가 간신히 막아낸 것.
이후 한국은 ‘본프레레호의 황태자’ 이동국을 앞세워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이동국은 후반 21분 정경호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올려준 완벽한 크로스를 무인지경의 골문을 향해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살짝 넘기는 바람에 땅을 쳤고, 4분 뒤에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그림같은 오른발 터닝슛을 뿜었지만 골키퍼 김명길이 간신히 막아내 또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열린 여자부 남북대결은 안종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후반 31분에 터진 박은정의 결승골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1-0으로 제치고 2연승을 달렸다.
지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0-7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해 4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예선 1-5 패까지 6전 1무5패(3득23실)만을 기록했던 한국으로선 15년 만에 이뤄낸 북한전 첫 승리.
한국은 지난 1일 중국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챙기며 오는 6일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자력으로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정정숙-한송이 투톱을 중심으로 중국전 선발 멤버를 그대로 가저간 한국은 아시아 여자축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북한(7위)을 상대로 팽팽한 공방전을 펼쳐나갔다.
한국은 전반 43분 해결사 박은선을 투입해봤지만 북한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18분 북한 김경화의 중거리슛이 골키퍼 김정미의 손을 거쳐 크로스바에 맞고 튕겨나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교체투입된 박은정이 오른쪽 코너에서 한진숙이 짧게 내준 코너킥을 이어받아 페널티지역 안으로 치고 들어가며 왼발슛을 날렸고, 발끝을 떠난 볼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한국은 이후 북한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잘 막아내며 값진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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