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박웅진 특파원> 지금 한국은 한쪽에서는 미군철수다, 맥아더 장군 동상 폐지다, 여전히 반미 감정이 팽배해 있지만, 한쪽에서는 유학이든, 관광이든, 이민이든 미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미대사관으로 가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대사관의 담 모퉁이를 거의 둘러싸며 영사들과의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는 오전 시간대와 오후 시간대 두 차례로 나뉘어 실시되지만 비자를 받기 위한 행렬은 찌는 듯한 더위나 추운 겨울이나 줄어드는 적이 없다.
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 이후 미정부의 방문비자 발급은 전체적으로 3분의 1이상 줄었다. 99년부터 2003년 까지 현황을 보면 상용방문비자(B-1)는 99년 9만3019건에서 2003년 6만892건으로 3분의1 이상 줄었다. 관광비자(B-2)는 64만2676건에서 27만1358건으로 줄어 60%에 달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비이민 방문비자 발급 총 건수도 344만7822건에서 220만7301건으로 35% 감소 됐으며, 유학생 비자(F-1) 발급이 26만2542건에서 21만5694건으로 줄어들었다.
비자 심사는 더 까다로와 졌다. 지난 9.11 테러 이후 서류를 검토하는 영사들의 자세가 더욱 진지해 졌으며, 미국내에서도 불필요하게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나 없지 않기 때문이다. 즉 미대사관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신청자 중 다수는 기대하고 있던 미국행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과거에도 비자 심사 담당 영사들이 까다롭게 서류를 검토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간혹 필요한 서류가 하나 정도 없다고 해도, 융통성을 발휘해 비자를 허용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말로 비자를 받기 위해선 신청용 사진의 크기가 0.5 센치만 틀려도 기대하지말라는 말이 실감 날 만큼 거부 혹은 재심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8월 2일 오후부터 실시된 H1 비사 심사에서도 역시 다수 신청자들이 추가 서류를 요구 받는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H1 비자를 신청한 지원자는 어림잡아 20명 선이었다. 애초 인터뷰는 오후 12시 30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서류접수, 지문 검색 등의 절차를 마치자 어느덧 1시 30분. 오전 일정이 늦어져 영사들이 점심을 먹으러 간 탓에 인터뷰는 결국 오후 2시 30분 정도 가 되서야 시작됐다.
학생이나 관광 비자의 경우와는 달리 H1비자는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기 때문인지 훨씬 까다롭게 진행됐다. 서류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이 발견되면 담당 영사는 동료 영사와 함께 이에 대해 상의하거나,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 시간은 보통 20-30초 정도 안에 진행되는 학생 비자 심사 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 됐다.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처음 몇 명은 아무런 제재 없이 무난히 비자를 받는 가 싶더니 그 다음 부터는 다수의 신청자들이 추가 요구 제출을 영사로부터 요구 받았다. 비자는 줄 수 있지만 준비된 서류가 만족스러우면 그 때가서 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설령 비자가 완전히 거부 당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이런 경우는 신청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추가 서류를 제출하게 될 때는 대개 택배를 이용해서 신청 하게 되는데, 이 경우 신청서를 다시 작성해야 하고 우편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2주간의
기간이 소요된다. 출국 날짜가 임박해 있는 지원자에겐 낭패인 셈이다. 여기에 영사가 추가로 원하는 서류가 만약 구하기 까다롭거나 기간이 오래 걸린다면 최대 몇 달 까지도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경우가 심심 찮게 발생한다. 이날 심사에서도 줄잡아 10여명 정도가 추가 서류 제출 요구를 받고 얼굴을 붉히며 돌아가기도 했다.
H1의 경우 영사의 서류검토 및 심사 과정은, 크게 하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개 2분안에 끝이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는 부분이 발견될 때는 경우에 따라 5분, 10분 까지도 쉽게 끌 수 있다. 가령 전공은 미술인데 병원에 취직됐다고 작성돼 있으면, 이에 대한 질문을 반드시 던져진다. 재직 증명서에 취직 날짜가 없어도 질문의 대상이 되며, 사진속의 얼굴은 안경을 벗고 있으나, 인터뷰 당시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고 해서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날 추가 서류 요구를 받은 신청자들의 사유를 살펴봐도 ‘여권이 너무 낡아서’, ‘졸업장은 있지만 성적 증명서가 없어서’, ‘미국에서 신분 변경을 한 경우 특정 기간에 합법적으로 머물렀다는 기록이 없어서’, ‘배우자의 경우 남편과 함께 대사관에 나타난 이유가 명확지 않아서’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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