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숫제 코미디다. 써놓고 보니 너무 무책임한 표현 같다. 블랙 코미디. 그래도 뭔가가 부족하다. 통곡의 코미디. 이건 너무 무겁지 않을까. 이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였나. 그 신문에 실린 하워드 프렌치의 칼럼을 읽는 순간 전해진 느낌이다.
수백만이 굶어죽고 있다. 그래도 핵무기 개발에만 돈을 쏟고 있다. 마약밀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개인숭배로 전 사회가 질식할 지경이다.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김정일 체제의 북한이다. 아니, 중국이다. 2005년 시점의 중국이 아니고 50년 전, 40년 전, 그러니까 모택동 시절의 중국이다. ‘모택동: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란 신간을 인용하면서 칼럼은 이런 식으로 펼쳐졌다.
중국 경제를 아프리카 수준으로 떨어뜨리면서 핵개발에 여념이 없던 모택동. 혹시 미친 게 아닌지, 그 음흉한 크렘린조차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던 모택동. 그 때 그 시절의 모택동을 파헤치면서 김정일 체제와 비교했다.
얘기인 즉은 경애하는 지도자가 하는 일이라는 게 사실은 모택동이 하던 짓을 카피한 데 불과하다는 거다. 창의적이거나 주체적인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다. ‘막가파’식의 벼랑 끝 외교란 것까지.
주체사상, 그리고 김일성 부자를 우상으로 떠받들고 있는 것도 그렇다. 천황(天皇)을 신으로 모시던 일본 군국주의의 해괴한 이데올로기와 행태를 모방한 데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경멸이 깔려 있다. 보고 배운 게 그런 것밖에 없다는…. 김정일 체제를 그러면서 숫제 코미디로 다루었다. 그 말도 안 되는 체제하에서 그런데 엄청난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 그래서 ‘통곡의 코미디’란 말을 붙여 본 것이다.
이건 코미디도 못되는 것 같다. 싸구려 소극(farce)이라고 해야 할지….
햄릿의 심각한 독백 같이도 들린다. 고등학생의 두발 자유화. 그 소중한 권리가 과연 유린되고 말 것인가…. 계속된다. 초등학교 학생의 일기를 검사한다는 것, 이 역시 보통 심각한 인권침해 사항이 아닐까.
한국의 인권위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시급을 다투는 인권문제가 중첩되어서다. 바로 고교생 두발문제이고, 초등학교 학생 일기검사 문제다.
월스트릿 저널 기사다. 한국은 이 문제에 너무 바빠 다른 문제는 돌볼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탈북자를 만나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대한민국으로서 가장 중차대한 인권문제는 고교생의 두발 자유화와 초등학생의 표현의 자유이므로.
이제는 아예 냉소(冷笑)에, 홍소(哄笑)만 흘릴 뿐이다. 귀가 아플 지경으로 북한의 실상을 전한다. 섹스 노리개로 팔려 가는 북한 여성들, 짐승만도 못한 탈북자의 신세. 기아 · 고문 · 공개처형 등으로 점철되는 북한의 인권상황…. 그러나 전혀 무감각이다.
김정일 체제야 어차피 스탈린에서 모택동으로 이어지는 혈통이니 그렇다고 치자. 대한민국은 그래도 명색이 인권을 존중한다는 민주국가다. 이 대한민국이 동족의 고통에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 그리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눈을 부라린다. 한국 정부, 집권층이 보이는 반응이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 아픔을 호소한다. 탈북자의 피를 토하는 증언이다. 그런데 감동이 없다. 마치 먼 별나라에서 온 ET를 대하는 듯하다.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미 언론이, 국제 사회가 한국 정부에, 한국의 집권층에 절망한지는 이미 오래다. 그 절망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인 전체로. 그 표시가 바로 냉소이고, 홍소다.
동시에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난형난제(難兄難弟)라 했던가. 남북한을 한데 묶어서 경멸의 시선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현장이 워싱턴 북한 인권대회였다. 북한의 인권탄압 못지 않게 지탄을 받은 게 한국의 비겁한 침묵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6자 회담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어떤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 반드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게 북한 인권사태다. 만인의 공분을 산 문제로, 핵 문제와는 별도로 이제는 국제 현안(懸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이동풍이다. 오직 들리느니 연정만이 살길이라는 대통령의 독백이다. 그 가운데 온갖 버전의 ‘X파일’만이 화제다. 북한 인권문제는 여전히 실종된 상태에서.
‘아! 아! 대한민국…’ 비명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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