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축제들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주인공이 돼 즐기는 잔치여야 할 영화제. 하지만 스타들과 이들을 뒤쫓는 파파라치로 인해 칸, 베니스 등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영화제는 우리 일반인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많다. 하지만 영화제란 게 뭐 그리 대단한 건가. 가장 소박하게는 맘에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영화 DVD를 몇 개 빌려다 보며 영화를 매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 오히려 진정한 영화제의 원형은 이런 소박한 모임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보는 명화 ‘추억 속으로’
올여름 LA에는 이처럼 관객 모두가 참여하는 진정한 의미의 영화제가 여럿 마련돼 이를 접하는 우리들을 흐뭇하게 한다.
이들 영화제에서는 개봉관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클래식 영화를 주제별로 묶어 상영하는 등 독특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패사디나 원 콜로라도에서 마련되는 야외 영화제에서는 ‘사랑은 빗물을 타고’ 등 흑백시대 뮤지컬 영화들을 여러 편 묶었고, 아메리칸 웨스트 뮤지엄의 영화제에서는 서지오 레오네의 작품들을 깊이 있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꾸민 것 등이다. 총명한 기획자들은 영화 상영과 더불어 영화를 더욱 깊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까지 마련해 흥미를 더하고 있다.
길고 긴 여름 밤, 해가 지고 나도 아직 대지의 뜨거움이 수그러들지 않는 시각.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야외극장이든, 냉방장치 잘 된 실내극장이든,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던 추억의 영화들을 가족과 함께 지켜보는 여름밤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시간이 될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마법의 세계가 펼쳐진다. 일주일에 한 편씩 보았던 ‘주말의 명화’뿐 아니라 단성사와 피카디리 극장에서 보았던 할리웃 영화와 함께 자라난 우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할리웃 키드들.
그런 우리들에게 클래식 무비 스타들은 웬만한 친척 아저씨보다 가까운 존재다. 황홀한 입맞춤을 나누는 남녀 주인공들을 바라보는 당신은 마치 첫사랑으로 가슴 저리던 20대처럼 온 몸을 바르르 떨게 될 지도 모른다.
포스터 앞에서 관객들이 영화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다.
독특한 주제의 영화 시사회와 영화제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 덤도 많지요
■7월 23일(토) 오후 7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알렉스 극장(Alex Theater, 216 N. Brand Blvd, Glendale)의 영화 시사회
오트리 내셔널 센터와 알렉스 필름 소사이어티가 함께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재생된 와이드스크린 프린트를 개봉 당시 잘려나갔던 부분까지 포함해 상영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일약 국제적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이 작품은 웨스턴이라는 장르를 영원히 바꿔 놓았다고 평가된다. 서지오 레오네의 스타일 넘치는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휘파람 소리가 아련한 엔리오 모리꼬네의 영화 음악이 영화를 더욱 기억에 남게 만든다.
영화 상영 전, 알레산드로 알레산드로니가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사운드트랙을 비롯해 엔리오 모리코네의 다른 영화 사운드트랙을 라이브로 공연하며 영화사가인 크리스토퍼 프레이링 경은 서지오 레오네의 삶과 예술 세계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하게 된다.
티켓은 온라인 alexfilmsociety.org.
■아메리칸 웨스트 뮤지엄의 릴 블랙 카우보이 영화제와 웨스턴 축제(Reel Black Cowboy Film and Western Festival at Museum of the American West)
▲7월 28일(목) 디너와 무비(Dinner and a Movie) 시리즈에서는 디너와 함께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를 상영한다.
구체적 스케줄이다. 오후 5시, 아메리칸 웨스트 뮤지엄 플라자에서 바비큐 파티를 시작으로 오후 5시45분과 6시 15분 두 차례 15분간, 갤러리 가운데 영화와 관련된 부분을 돌아본다.
오후 7시15분에는 진 오트리 엔터테인먼트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고 오후 7시30분에는 웰스 파고 극장에서 새로운 프린트로 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4) 시사회를 시작한다. 영화가 끝난 오후 9시께에는 제작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Once Upon a Time in America는 뉴욕 이스트사이드 마피아들의 삶을 그린 이야기로 로버트 드니로와 제임스 우드가 출연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 뮤지엄도 돌아보고 그리피스 공원에서의 일몰도 지켜보자. 목요일 오후 4시 이후 뮤지엄 입장료는 무료다. 디너와 영화 참가비는 15달러.
뮤지엄 주소 4700 Western Heritage Way, Los Angeles, CA, 90027
www.afi.com/onscreen
▲7월 30일(토) 오후 2시. 아메리칸 웨스트 뮤지엄(Museum of the American West)에서 Once Upon a Time in Italy를 상영한다.
이곳에서도 영화 상영 전, 알레산드로 알레산드로니가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사운드트랙을 비롯해 엔리오 모리코네의 다른 영화 사운드트랙을 라이브로 공연하며 영화사가인 크리스토퍼 프레이링 경은 서지오 레오네의 삶과 예술 세계에 대한 주제 발표와 그의 책 사인회도 있게 된다. 티켓은 10달러로 그리피스 공원 방문자 서비스 데스크에서 구할 수 있다.
뮤지엄 주소 4700 Western Heritage Way, Los Angeles, CA, 90027
문의 (866)468-3399
■패사디나의 원 콜로라도(One Colorado) 플라자에서 ‘Top Hat & Tails’라는 주제로 열리는 영화제에서는 클래식 미국 댄스 영화 시리즈를 야외 프로젝트를 통해 무료 상영한다.
진 켈리, 스탠리 도넌 등 전설적인 배우들이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들은 경제 공황 시기의 암울함과 전후의 피폐함을 이겨낼 만한 위안을 주었다. Dancin’ Cheek to Cheek, Singin’ in the Rain 등, 이 시기 뮤지컬 영화에 삽입됐던 멜로디는 미국인들에게 있어 패티 김의 가을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 김수희의 애모만큼 귀에 익숙한 톤들.
쪾7월 22일(금) 오후 8시30분. 로열 웨딩(Royal Wedding, 1951):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결혼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애스테르가 호텔 천장 위에서 춤을 추는 전설적인 장면이 삽입돼 있다.
쪾7월 23일(토) 오후 8시 30분. 사랑은 빗물을 타고(Singin’ in the Rain, 1952): 무성 영화 시대에서 유성 영화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의 뮤지컬로 위대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대를 열었던 작품. 뮤지컬 사상 최고의 영화로도 불린다. 진 켈리와 데비 리놀즈, 도널드 오코너가 주연했다.
쪾7월 29일(금) 오후 8시30분. 밴드 왜건(Band Wagon, 1953)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작품.
쪾7월 30일(토) 실크 스타킹(Silk Stockings, 1957): 1939년 그레타 가르보가 출연했던 클래식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 영화. 채리스의 발레와 댄스 듀엣 All of You, 그리고 피날레인 The Ritz Roll & Rock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많다.
주차장은 Fair Oaks와 Union St. 남동쪽 코너. 원 콜로라도는 이 주차장에서 길 건너 서쪽 방면. Colorado 선상 Fair Oaks, Union, DeLacey 일대.
주소 24 E Union St. Pasadena, CA 91103
문의 (626)564-1066. www.onecolorado.net
■할리웃 포에버 묘지에서 마련되는 시네스피아 시사회(Cinespia Screenings at Hollywood Forever Cemetery)
할리웃 포에버 묘지에서의 영화 시사회는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LA의 여름 행사 가운데 하나다. 시네스피아는 특이한 로케이션에서 명작영화 상영을 기획하는 단체로 오래된 클래식 명작들을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불러온다. 다소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장소 가운데 하나인 묘지에서의 시사회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피크닉 의자, 도시락을 가져와도 되며 영화 상영 전후로는 DJ가 음악을 믹스하며 흥을 돋운다.
쪾7월 23일(토) 오후 9시.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쪾7월 30일(토) 오후 9시. 캐리(Carrie)
6000 Santa Monica Blvd. Los Angeles, CA, 90038
참가비는 10달러 기부금.
<박지윤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