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아름다운재단이
12만 한인 모두의 것인 이유
이연택/북가주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어떤 모습의 사회가 가장 바람직한가는, 인류가 집단을 이루며 살기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연구되고 토론되어온 큰 과제다. 그런데 그 답은, 진작에 결론 났거니와 의외로 간단하다. 평화로운 사회,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사회에 대한 쟁론은 참으로 길었다. 이미 긴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라는 큰 줄기가 생겨났다. 치열한 부딪힘 속에, 자본주의라는 모델이 현재로선 거의 확실한 승자다. 국가적 체제는 자본주의 경제와 민주주의 정치를 지향하는 것이 낫다는 경험적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국가의 체제만으로는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이 가능하지 않다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아무리 행정력과 공권력을 가진 정부가 노력해도, 민의를 아무리 잘 반영하는 국회가 있어도, 공명정대한 판결이 보장되는 사법부가 존재해도 여전히 사회에는 기울고, 그늘진 구석이 보이는 것이다.
정치란 본시 그렇고 그런 것이니 놔두고, 경제 문제만 보자. 개인의 재산을 인정하고 부를 늘리고 줄임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딸렸다는 것이 자본주의 요체다. 말인 즉은, 자유로운 경제활동 운운하지만, 사실인 즉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차이는 그럴듯하게 들리는 공의로운 말로만 설명되거나 이해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곰곰히 생각건대 자유를 보장할테니 너희들끼리 주고받는 일은 알아서 하라는 자본주의는 좀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위대하다. 그토록 기나긴 세월, 많은 희생을 대가로 치루고 이룩해낸 시스템 또는 무슨 주의일망정 그것이면 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틀로만은 보듬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다시 고민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자선과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기관 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더 가진 자가 그 보다 못 가진 자를 돕는 아름다운 마음과 소속된 사회의 전체적 발전을 위해 공동의 기금을 마련하는 지혜가 동반됐다.
북가주아름다운재단의 존재이유를 너무 길게 늘어놓았나 보다. 그냥 좋은 일 하자는 거라고 간략 명료하게 외칠 수도 있지만, 작은 시작일 망정, 그래서 나약한 뿌리일 망정, 사람들의 생각의 역사만큼 긴 과정의 끝에 근거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사랑해야 하는 이웃을 묻는 이들에게 예수는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 누구인가를 되물었다. 다 빼앗기고 초죽음이 되어있는 이를 그냥 지나친 두 사람에게도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이 급히 가야할 일이 있었고, 더 중요한 일도 있었다. 그리고 두려움도 부인할 수 없는 이유였다. 세 번째 사람에게도 그냥 지나칠 이유는 똑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한 시간, 한 주머니가 헐벗기고 아파하는 이에게 얼마나 절실한가를 가늠할 줄 알았다. 또 두려웠지만 용기를 냈다.
북가주아름다운재단은, 이를테면 서로 이웃이 되는 운동이다. 나에게는 하나인 것이, 남에게는 열이 되고 백이 될 수 있다는 열린 사고에서 시작된다. 그 하나의 나눔이 사회의 그늘을 거둬내고 아름답게 한다는 믿음을 갖는 운동이다. 궁극으로는 이런 나눔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와 건강한 정신과 풍요로운 삶으로 결실된다는 것도 확신하는 운동이다.
또 아름다운재단에는, 운명적으로 함께 묶인 공동체를 위한 꿈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풍요롭다는 미국에, 그 중에서도 가장 살기 좋다는 북가주 땅에 함께 발 딛고 사는 한인들의 공동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일이다. 글로벌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민족의 해체가 아니라 정체성이다. 건실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시대가 요구하는 화합과 공존이 아닌 혼동과 충돌이 유발되기 십상이다. 우리들의 공동의 비전은 무엇인가. 여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심하고, 대안을 찾고 그것을 할만한 개인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공동의 비전을 일궈내지 못한 민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멸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얼마전 열린 재단 창립식에서 안철수박사는“목적과 결과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작은 나눔 정신이 북가주 아름다운 재단의 목적이요 결과라도 좋다는 생각이다. 이 시대, 이 사회에서 큰돈이라도 여전히 부족한 일은 많다. 그렇지만 작은 돈이라도 할만한 일 또한 적지 않다. 그러므로 누구나 같이 할 수 있다. 태어나고 죽는 일이 무수히 반복되면서 역사가 만들어지듯이, 첫 걸음마하는 재단도 오랜 인고를 거쳐야 실로 아름답다는 평가를 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한, 하늘과 땅과 공기와 물, 해와 달과 별을 두고, 어떤 이가 자신만의 것임을 주장할 수 없듯이, 아름다운재단이 그러하다.“하늘과 땅과 공기가 참으로 소중하니 이를 제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운동에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름다운 재단의 나눔 정신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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