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론
▶ 이찬일/워싱톤 한인천주교회 본당 신부
지난 10일자 ‘워싱턴 포스트’ 주말 부록판 ‘퍼레이드’를 보면 “배아 줄기 세포를 사용하고 있는 의학 연구에 대해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찬성 58%’ ‘반대 29%’, 나머지 13%는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 운동 사무국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7%는 연구 과정에서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치료용 유전자 복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갖고 있고, 불과 15%만이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런 시각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배아 줄기세포’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먼저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다음, 난치병 환자에게서 직접 얻은 피부 세포, 즉 체세포에서 핵을 채취한다. 그리고 핵을 제거한 여성의 난자에다가 체세포에서 채취한 핵을 이식시킴으로써 복제 배아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복제 배아를 약 14일 동안 키운 다음, 이 복제 배아에서 줄기 세포를 추출하는데, 이 줄기 세포는 신체의 모든 장기나 조직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만능 세포로서, 이렇게 추출한 줄기 세포를 배양 생산하여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명 과학 기술 이면에는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렇게 인간 배아를 복제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생산해내는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창조품으로 믿는 우리의 신앙에 대립하는 것이다. 비록 복제된 배아라 할지라도 이는 분명 인간 생명이므로,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이나 조작은 인간 생명의 파괴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살인 행위이다.
둘째 복제된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게 되면 복제 인간으로 출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생명을 유린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처사이고, 인류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셋째 배아 생산과 복제를 위해서는 난자의 확보가 필수적인데, 기술적으로 난자 채취 과정이 간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숙한 난자를 얻기 위해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 발생과 위험이 있고, 따라서 여성은 자칫 생물학적인 기능만 하는 도구로 전락할 윤리적인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천주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 가운데 윤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배아 줄기 세포를 이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임상적으로도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성체 줄기 세포 치료는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탁월하기 때문에 천주교는 ‘배아 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대신 ‘성체 줄기세포(Adult Stem Cell)’를 활용해야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체 줄기세포란 무엇인가. 성체 줄기세포란 성인의 골수나 혈액 등에서 근육, 뼈, 간 등 구체적 장기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 세포를 말한다. 즉 혈액이나 지방, 골수, 혹은 탯줄 혈액, 태반 조직 등 사람의 몸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줄기세포이다.
이렇게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뇌경색증 환자가 정상적으로 걷게되고, 15년간 휠체어를 타고 있던 척수환자가 일어서게 됐으며, 괴사 상태에 있던 당뇨병 환자의 발이 정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성체 줄기세포에 대한 임상 실험 성공 사례가 그 효능을 증명해주고 있다.
“생명 과학에 대한 천주교의 관심은 지대하다. 왜냐하면 생명과학의 올바른 발전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도 있고,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파멸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 배아를 단순한 세포덩이로 여긴다거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미한 존재로 여기면서 파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 죽음의 문화를 급속도로 확산시킬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에 열광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2005년 6월 4일)
*미국 천주교 주교회의 웹사이트(www.usccb.org/prolife/issues/bioethic)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웹사이트(www.cbck. or.kr)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찬일/워싱톤 한인천주교회 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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