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고 과묵하며 유행과 담쌓고 사는 영국인들
밥먹기 겁나네
런던의 명물 중의 하나가 지하철이다. 런던은 공항 건물 지하가 바로 지하철 정거장으로 되어 있어 굉장히 편리하다. 히드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에 들어가면 보통 100달러인데 트래픽이 심할 때는 120달러까지 나와 처음 가는 사람은 눈이 둥그래진다. 독일 등 유럽 여행객들과 외국 학생들은 대부분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온다.
지하철은 싸다. 8달러주고 데이패스를 끊으면 24시간 동안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런던에서는 지하철을 subway라고 하지 않고 tube(튜브)라고 부르며 지하철 정거장을 ‘언더그라운드’라고 한다. ‘튜브’를 타고 시내 중심인 켄싱턴역에서 내린 다음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면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지하철 전동차에는 칸마다 짐을 놓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만약 테러범들이 짐 속에 시한폭탄을 장치 해놓고 내리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결국 지하철 폭파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런던은 물가가 굉장히 비싸다. 한국 식당에서 비빔밥 먹고 20달러를 지불했다고 불평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데 그 정도면 비싼 것이 아니다. 호텔에서 ‘햄 앤 에그’ 아침메뉴가 30달러나 된다. 대신 런던에서는 항상 팁이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따로 팁을 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택시 운전기사에게는 아무리 요금이 비싸게 나와도 꼭 10퍼센트 정도 팁을 줘야 한다. 런던은 시큐리티가 안전하고 무엇보다 영어 사용국이기 때문에 가이드 없이 혼자 여행 해볼 만한 곳이다. 지하철 노선이 14개인데 몇 번만 타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런던 지하철은 1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화 ‘애수’ 등에도 나왔지만 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의 공습을 피해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으며 특히 이번에 테러가 일어난 정거장 중에 ‘킹스 크로스’역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00피트 정도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철을 타고 승객들을 둘러보며 느껴지는 것은 영국인의 절약 검소 정신이다. 옷도 유행이 한참 지난 20여년 전 스타일을 입은 사람들이 많고 여성들의 핸드백이나 구두를 봐도 이들이 유행과는 담쌓고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 등 고급 공무원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며 전기를 아끼느라 밤에는 가정집 대부분이 안방에만 불을 켜놓아 밖에서 보면 집들이 모두 소등을 한 것처럼 보인다. 겨울에는 아무리 추워도 필요 이상 히터를 켜지 않는다. 호텔 화장실 변기의 물도 버튼을 눌러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물을 쓰도록 장치가 되어 있다. 현지 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국인들은 한번 차를 사면 10~20년 탄다고 한다. 낡은 차 타고 다니는 것을 조금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며 분수에 맞지 않게 고급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촌사람 취급하는 모양이다. 브리티시 뮤지엄 등 모든 국립박물관이 공짜다. 시민들은 병원도 무료이고 유학생은 대부분 학비면제며 학생신분이면 자녀 생활보조비까지 정부에서 나온다.
런던은 오후 5시 이후에 올리는 매상에 대해서는 세금이 가중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게가 저녁에 문을 닫아(고급 식당은 예외)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런던의 선셋 블러버드로 불리는 피카딜리 서커스(사진) 거리에는 자정이 넘도록 인파가 넘쳐흘러 이 곳에 가면 저녁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다. 유행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 미소가 없고 말수가 적은 사람들, 필요한 만큼만 남에게 친절한 사람들 - 이들이 런던 시민들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집회장소로 유명한 문제의 핀스베리 팍 사원.
리빙스톤 런던시장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있다(자료사진). 칸마다 여행객들의짐을 놓는 공간이 있어 테러리스트에게 이용될 가능성이 항상 잠재해 있다.
이번에 폭탄이 터진 킹스크로스 부근의 지하철 정거장. 기자가 브리티쉬 뮤지엄을 가던중 우연히 찍어둔 것인데 바로 이 근처가 참사현장으로 변했다.
안개 낀 아침의 런던 출근길 - 시민들이 부지런히 데임스 강 다리를 건느고 있다. 뒤에 보이는 것이 유명한 워털루 브릿지. 데임스 강의 남쪽은 관청이 몰려있고 북쪽은 쇼핑가와 박물관, 박킹검 궁전등이 있다.
박킹검궁 앞에서 열리고 있는 초병 임무교대식. 매일아침 11시에 시작된다.
<이사>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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