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심야의 코미디언 제이 레노의 시간에 가끔 나오는 Jaywalking(도로무단횡단)이란 내용이 있다. 레노가 길가는 사람들을 세워놓고 시사성 있는 질문을 던졌을 때 즉흥적으로 나오는 대답들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사당수의 미국 보통사람들이 무식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7월12일 밤에는 레노가 남녀 여러 사람들에게 ‘샌드라 데이 오코너‘가 누구인지 아는가 하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더욱이 연방대법원 판사들이 선거에 의해 뽑혀지며 임기가 4년이라는 등 내 아내가 잘 쓰는 표현으로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답변들도 적지 않았으며, 대법원의 정원이 몇이냐는 질문에는 1명, 25명, 또는 50명이라는 대답까지 있었다. 그 중 압권은 연방헌법 수정 제1조를 의미하는 퍼스트 어멘드먼트(First Amendment)가 무엇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바람을 피워 자기 아내를 속이면 안 된다”는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수정과 계명(Commandment)를 혼동한 대답이며 계명의 번호 조차 틀린 오답이었다.
위의 예가 극명하게 밝히듯이 미국사람들 대다수가 연방대법원이 국내 정치 정책에 있어서 휘두르는 막중한 역할을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외교나 국방에 있어서의 대통령 권한은 거의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부시가 사담 후세인의 대량학살무기 소유설이나 알 카에다 조직과의 관계에 대해 그런 것들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민들과 의회를 의도적으로 기만하여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였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 하더라도 어떤 시민단체에서 하급 법원들을 거쳐 대법원에 이라크 전쟁을 불법한 것으로 선언해달라고 청원한다고 할 때 대법원은 그 사건을 기각할 것이다. 그러나 낙태가 연방헌법상 보호받게 만든 로우 대 웨이드 사건이 오코너의 후임과 곧 공석이 될 것으로 보이는 윌리엄 렌퀴스트의 자리에 누가 임명되는가에 따라 30몇 년만에 뒤엎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사회의 절반인 여자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영향력이 심대하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때로는 대법원의 판결이 한 개인에게만 국한될 수도 있다. 어떤 사형수의 청원이 받아들여져 사형이 연기되고 새 재판이 명령되는 경우가 그렇다. 또 개인이 관련되지만 비슷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뉴욕 타임스 지의 주디스 밀러 기자가 2년 전 CIA 비밀직원의 이름을 알려준 백악관의 뉴스 출처를 연방 대배심에게 밝히기를 거절했기 때문에 ‘법정모욕죄’로 감옥에 가도록 선고한 연방 지방법원 판사의 결정이 연방 공소법원을 거쳐 대법원에 올라왔을 때 대법원은 그 사건 심리를 거부함으로써 그가 어쩔 수 없이 감방 경험을 하게 된 일이 최근에 있었다. 49개 주와 워싱턴 DC에는 기자들에게 제보하는 뉴스 출처에 대해 기자들이 증언을 거부할 수 있게 보호하는 ‘언론방패법’이 있다. 교직자와 신도, 의사와 환자, 그리고 변호사와 고객 간의 대화를 보호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서 어떤 주에서는 절대적인 방패법이지만 대다수의 주에서는 제한된 방패법이다. 그러나 연방법으로는 그와 비슷한 게 없으며 언론의 자유가 절대적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나 대배심원이 뉴스 출처를 물었을 때 대답을 거절할 권리가 기자에게 있지 않다. 타임지의 기자는 밀러 여사와는 달리 타임 본사에서 대배심원에게 CIA 비밀직원의 이름을 발설한 뉴스 출처를 밝히도록 방침을 정한데다가 뉴스 출처 자체가 자기 이름을 밝혀도 된다고 마지막 순간에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오는 바람에 감옥행을 면했다. 연방판사의 말처럼 증언거부 때문에 처벌되는 법정모욕죄로 인한 수감상태는 당사자가 증언하기만 하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감옥 열쇠가 그의 손에 놓여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코네티컷 주 뉴 런던 시의 재개발 계획을 둘러싼 대법원의 결정도 일반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각급 정부의 소위 토지수용권(eminent domain) 때문에 종전에는 정부 기관이 도로나 학교 건축 등의 공공목적으로 보상을 하는한 개인들의 토지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인데 최근 결정으로 정부만이 아니라 정부의 허락을 받은 단체나 개인기업도 다른 개인들에 대해 보상을 전제로 한 토지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어렸을 적부터 몇십 년 이상 살던 정든 집을 그 근방을 다 헐어버리고 호텔이나 상가를 지으려는 개발업자들에게 도리 없이 팔아야 된다는 결론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