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반장명 내 생애 가장 힘든 연기…
TV드라마의 위력을 잊고 있었다
올해 최고의 여성 ‘김삼순’. 도대체 어디서 이런 여자가 나타났는지 모르겠다.
’못생긴 건 참아도(수술하면 되니까) 뚱뚱한 건 못참는’, 참 희한한 세상에서 서른살 노처녀에 뚱뚱하기까지 한 이 여자가 안방을 휘어잡았다. MBC TV ‘내 이름은 김삼순’(극본 김도우, 연출 김윤철)의 삼순이다.
그 중심에 김선아(30)가 있다. 이 드라마를 위해 실제 7~8㎏의 몸무게를 찌웠고, 화장기없는 맨 얼굴, 아니면 마스카라로 범벅이 된 얼굴, 거기에 입은 좀 거친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야리야리하고 공주같은’ 드라마 여주인공에게 한 방 제대로 날렸다. 김선아는 그런 여자가 사랑을 느껴가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21일 종영을 앞두고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에서 막바지 촬영에 여념없는 그를 만났다.
▲ 뼈가 으스러질 것 같다
농담이 아니다. 그는 만나자 마자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이 몸이 아프다고 했다. 약기운이 떨어지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도 했다. 한약은 상시 복용이며, 해열제도 꼬박꼬박 먹는다. 갑자기 살을 찌워 위장에도 무리가 와 약을 복용중이다.
영화 ‘S다이어리’에 이어 ‘잠복근무’를 연이어 마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다. ‘잠복근무’에서 거친 액션신을 보여줘야 해 몸이 많이 상했는데 추스리지도 못하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이 정도로 쓰러질 내가 아닌데…. 드라마 끝나고 살을 빼는 것은 나중이다. 일단 푹 쉰 다음 살을 빼도 뺄 것 이란다.
거기다 폭우가 쏟아진 한라산 등반 장면은 그의 연기 인생 동안 가장 힘든 일로 꼽을 정도다. 감독님께 제발 도봉산 가서 찍자고 했는데, 전혀 까딱 안하시더라.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올라갔다. 이 말만 했겠는가. 천하의 김삼순이. 김삼순이 곧 김선아인데.
폭우가 쏟아지고 세찬 비바람이 불면서 카메라가 제자리에 서있지 못했다. 나도 바람에 휘청 날아갔다. 기분 좋더구만, 바람에 몸이 날아가니. 키득키득.
▲ 안되면 혼자 독박, 그래도 꽂혔다
타이틀이란 게 그렇다. 잘되면 좋지만, 안되면 혼자 독박 쓰는 거. 그래도 했다. 왜? 꽂혔으니까.
’잠복근무’ 촬영을 마친 1월 시놉시스를 받았다. 전혀 뜻밖의 여주인공 캐릭터가 팔딱팔딱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 몸이 힘들어 고민했다. 그때 시놉시스 위에 박힌 이름이 보였다. 김윤철 PD.
사실 김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안했다. 감독님과는 98년 ‘베스트 극장-그녀의 화분 No.1’을 찍었다. 정찬씨가 파트너였고 김래원의 데뷔작이었다. 그 작품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베스트극장’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내 기억에 남는 작품이며,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감독님이 ‘저만 믿으세요’라고 말하는데 더 이상 고민할 수 없었다.
▲ 인기 비결은 팀웍과 솔직함
겁나지 않았으면 거짓말이다. 현빈, 정려원, 다니엘 헤니, 이윤미 등 모두 다 신인이었다. 극을 끌고가야할 김선아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드라마 출연 결정을 한 2월말부터 감독님, 현빈과 매주 한차례씩 만났다. 이후 정려원도 합류했다. 현빈과 처음엔 너무 어색했는데 조금씩 낯을 익혀갔다. 김선아의 제안으로 이뤄졌던 만남이다.
영화를 하면서도 난 감독이나 상대 배우의 생각,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알아야 이해의 폭이 커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걸 드라마에도 적용했는데 정말 잘한 일 같다. 또한 PD, 작가, 출연배우, 삼박자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기도 힘들다. 그리고 솔직함이다.
’위대한 유산’을 찍을 때 임창정씨가 ‘우리 진짜만 보여주자’고 했다.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 집에 있을 때 어느 여자가 색조화장까지 하고, 고운 옷 입고 다니느냐. 뚱뚱한 여자를 유심히 보면 대부분 허리를 똑바로 못펴고 약간 구부정한 채 다리는 벌리며 신발은 질질 끌고 다닌다. 내가 보통 머리 묶을 때 풀고 나면 머리끈을 오른손에 매는데, 이런 것들도 유심히 봐주는 시청자가 있어 ‘나랑 똑같다’고 한다.
예쁘고, 늘씬해서 남자들의 시선을 한몫에 받는 여자가 아닌, 평범한 여湄湧繭窄?맞다, 맞다라고 공감하는데서 김삼순의 매력이 한껏 드러난다.
▲ 나도 삼순이처럼 살고 싶다
’김삼순’은 여성 시청자들의 정곡을 찌르고, 대변했다. 그가 드라마를 촬영하고 난 후 가장 듣기 좋은 말이며,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글이 나도 삼순이처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시청자의 반응이다.
내 홈피에서 ‘삼순이로 인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순이처럼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다’는 글을 봤을 때 제일 기분 좋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목표를 이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그는 TV 드라마의 위력을 잊고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파급이 클지 정말 예상 못했다며.
영화계 원톱 배우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한 그는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지금까지 연기 인생 중 가장 정점에 올라있다. 그러나 결코 그에겐 정점이 아닐 터. 또다시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다. 지금까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자는 전형화된 모습만 나오지 않았나라고 말을 꺼낸 그의 욕심은 대단했다.
현실에서 영화와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를 찾지만, 그 캐릭터를 통해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게 그의 속내였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솔직히 결말이 궁금했다. 해피엔딩이냐고 물었다. 글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삼순이가 멋있게 삼식이를 희진이에게 보내고 자아를 찾아야 하는데, 워낙~에(삼순이 말투) 삼순이가 솔직한 애라서…. 모르겠다. 대본 아직 안나왔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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