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에 사는 이모 할머니는 지난 12일 갑작스럽게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눈이 침침하고 심한 통증과 함께 구토 증세까지 났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응급실에서 급성 녹내장으로 진단 받고 응급처치를 받은 뒤, 다음날 한인타운의 안과병원을 찾아 다시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약 300만명이 녹내장 환자로 추정된다. 녹내장 역시 ‘조용한 도둑’이라 불리는 질병. 병증의 사인이나 징후 없이도 서서히 시신경이 손상되고 시력이 떨어져 급기야는 실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녹내장 환자는 자신이 녹내장에 걸린 줄도 모른 채 생활하기 쉽다. 미국에서는 실명 원인 2번째로 꼽히는 안과질환.
녹내장 환자의 시신경 모습.
시야 좁아지고 침침해지며 통증·출혈도
90%가 나이 들며 서서히 나타나는 만성
완치 불가능… 40대이후 안과 정기점검을
세라노 종합안과병원의 조성진 안과 전문의는 “한인에게 녹내장은 백내장 만큼이나 많은 질병”이라며 “백내장은 시력회복이 가능해 완치가 가능하지만 녹내장은 완치는 힘들며 100%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 훨씬 위험하다. 또한 계속 관리해야 하는 점이 다르며 정기 검진을 통해 녹내장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 설명했다. 녹내장의 정의, 증상 및 치료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녹내장(Glaucoma)이란?
우리 눈에서는 방수(안구의 수양액)가 생산돼 각막의 형태를 유지하며 수정체와 각막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눈의 홍채 주위 공간에 차 있는 수분성의 알칼리성 액체다. 방수의 양에 따라 눈의 압력, 즉 안압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방수는 TM이라 불리는 스펀지 조직을 통해 눈에서 빠져나간다. TM은 방수가 빠지는 문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 TM 부분이 갑자기 닫혀지거나 조금씩 좁아지면서 방수가 눈에서 적절하게 배수되지 않고 방수의 양이 필요이상으로 많아져 안압(눈의 압력)이 올라가 시신경이 손상되는 안과질환이 바로 녹내장이다.
나이가 들면서 시신경은 조금씩 죽기도 하며 TM 역시 나이가 들면서 좁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녹내장 발병확률은 높아진다. 특히 아시안은 이 방수구멍이 타인종보다는 비교적 작은 편이다.
또한 녹내장에 걸리기 쉬운 위험그룹으로는 나이와 유전이 큰 연관성이 있다. 또한 고도근시나 과거 안구에 타격을 입은 사고를 겪은 경험이 있거나, 홍채 염증, 스테로이드계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녹내장을 유발할 수도 있다.
유형별 증상
녹내장은 크게 만성과 급성으로 나뉜다. 녹내장의 90%가 만성으로 TM이 열려는 있지만 안압이 높아 시신경을 서서히 다치게 하는 것이 만성이다. 만성인 경우 안압이 조금씩 서서히 상승하며 시신경이 죽으면서 서서히 실명할 수 있다. 초기에는 증세가 없으므로 환자들이 발견하기 어렵다. 시야가 점차 터널처럼 좁아지고 주위시야가 좁아지면서 잘 안보이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조 안과전문의는 “만성인 경우 시신경이 손상되는 것이 5~10년 정도 걸릴 수 있어 시력이 천천히 떨어지므로 자신의 시력이 떨어지는지 잘 모를 수 있다”며 “신경이 70~80%로 상했어도 시야가 죽지 않고 있다면 안압 조절, 시야 체크 등으로 계속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급성 녹내장은 방수가 빠지는 구멍에 문제가 생겨 안압이 갑자기 오르고, 눈이 터질 듯 심한 통증이 오며 출혈하기도 한다. 또한 사물이 뿌옇게 보이거나 혹은 불빛들이 무지개같이 보이며 두통이나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1~2일 안에 실명할 수도 있어 급히 안과병원을 찾아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드물게 유아나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선천성 녹내장은 태어날 때부터 안압이 높아 눈에 눈물이 많이 나오며 눈동자가 맑지 않고 뿌옇게 되면서 안구가 커지는 병이다. 또한 합병증 녹내장은 포도막 염증, 안암, 약들에 의한 부작용 등 다른 안질로 인해 녹내장이 생기는 경우다.
검사와 치료
녹내장을 조기 진단해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 회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완치할 수 없으며 발병 뒤 더 심해지지 않도록 녹내장 발견당시의 시력과 시야를 유지하기 위해 고혈압처럼 평생 조절해야하는 안과질환이다.
40대 이후는 6개월에서 1년에 한번은 정기적인 안과 체크를 하는 것이 좋다. 검사로는 시신경의 두께를 재는 시신경 검사, 시야검사, 안압검사, 검안경조사 를 비롯해 전문 안과의의 육안 진단 및 컴퓨터로 사진을 찍어 검사하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 약물, 레이저, 수술등 치료를 받게 된다.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면 구태여 수술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약물치료에는 4~5가지 약물이 사용되는데 약물치료는 방수생산을 저하시키거나 방수가 빨리 빠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방수를 조절하면 안압이 떨어져 시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료약에는 티몰롤(베타 블럭커), 프로스트글란드 계열의 잘라탄(Xalatan), 트라바탄, 뉴미겐 등이 있다.
녹내장 꾸준한 정기검진이 중요
조 안과전문의는 “약물치료는 눈이 간혹 침침하거나 조금 따가운 정도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것 외에 큰 부작용은 없다”며 “하지만 매일 한번 약을 써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만성 녹내장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를 게을리 할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안압이 높아도 시신경이 튼튼한 경우도 있으며 안압이 낮아도 시신경이 손상받는 경우가 있다. 원인과 환자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처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3분만에 통증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레이저 치료는 만성인 경우 TM에서 물이 잘빠지게 치료하기도 하며 급성으로 방수구멍이 좁아지면 레이저 치료로 홍채에 구멍을 내고 방수구멍이 막히지 않게 해준다.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로도 효과가 없고 시야가 좁아지며 시신경이 더 망가진다면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에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 수술의 목적은 역시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인공으로 방수채널을 만들어 방수가 빠지게 만드는 수술은 결막 밑에 방을 만들어 방수가 빠져 결막 밑 방에 들어가게끔 만들어 혈관에 흡수되게 만든다.
또한 소형 플래스틱 튜브를 이용해 밸브채널을 각막 변두리 부분에 꽂아 방수를 빼주는 임플란트 수술이 있다.
예방과 관리
환자는 될 수 있는 대로 어두운 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책을 오래 읽지 않도록 한다. 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마시는 경우 방수에 영향을 미쳐 TM이 더 좁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만성은 시야가 더 좁아지기 전, 꾸준한 정기검진 중요하다. 손상된 시력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눈에 좋다고 하는 여러 건강식품을 안과전문의의 치료보다 우선시해서는 안된다.
집안에 녹내장 병력이 있었다면 좀더 자주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눈을 다치는 사고를 겪었을 때도 물론이다.
<도움말 : 세라노 종합안과병원 조성진 안과전문의>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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