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가 몹시 흔들리고 있나. 중국이 뒤에서 팔을 비튼 건 아닐까. 한국이 전력을 공급해 준다는 데에 솔깃해서인지 모르지…. 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로 했을까. 추측이 난무한다.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이번 회담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 또 참았다. 그런 뒤 성사됐다. 마지막이다. 더 이상 기회를 주어서도 안 된다. ‘노 모어’(no more) - 들끓는 미국 내 여론이다.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말 그대로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니까. 그러므로 해서 한반도는 비핵지대가 되고 동북아에는 항구적 평화가 깃든다. 누구나의 소망 이다.
그러나 꿈 같이 들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6자회담은 실패작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일 체제가 핵무기를 포기한다.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어서다.
왜. ‘내재적 접근법’이라고 했던가. 김정일 체제의 입장에서 북한을 보는 방식 말이다. 그런 식으로 접근해 답을 구해보자.
국력 차이가 거의 30대1이다. 한국이 국내 총생산의 3%만 국방비에 쏟아도 북한은 감당할 수 없다. 체제유지의 방법은 그러면 단 하나다. 핵이다. 그리고 그렇다. 돈을 뜯어내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체제유지에, 또 생존을 보장해 주는 핵이다. 그 핵을 포기한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얘기다.
많은 외부 관측통들도 같은 견해다. ‘깡패 국가’의 저자 제스퍼 베커도 그 중의 하나로 북한 체제는 30여년 전부터 핵무기 개발에 착수해 1997년께는 이미 성공을 했다는 것. 세대에 걸쳐, 또 수백만 인민의 목숨을 희생시키면서 얻은 핵이다. 그 핵을 포기한다는 건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 이다.
서울과 워싱턴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감정싸움 정도가 아니다. ‘모종의 액션’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어 하는 말이다. 6자회담 성공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발언을 했다. ‘AEI’에 대한 자금지원을 끊겠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도 나섰다. “한국정부는 어떤 정황에서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사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몹시 화가 났다는 표현이다.
AEI,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는 미국 내 굴지의 싱크탱크로 부시 행정부 고위관리의 상당수가 이 AEI의 출신이다. 이 연구소가 발행하는 잡지가 여름호 특집을 냈다. 북핵문제다. 필진은 대니얼 케널리, 빅터 데이비스 핸슨, 제임스 릴리,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등 하나같이 쟁쟁한 보수논객이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중국에 압력을 가해라. 선제공격 옵션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을 해방시켜라. 평소 네오컨들이 주장해온 것들이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격분했다.
한국, 특히 한국정부를 보는 시각 때문인 것 같다. 현 정권을 극히 좌파적인 정권으로 그렸다. 이 좌파정권이 한국 내 반미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거다.
주한 미군과 한미 동맹관계는 미국의 북한 제재에 오히려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거침없이 펼쳐진다. 요약하면 미국은 보다 과감히 북핵 문제에 대처하라는 주문이다. 한국정부와의 이혼도 불사하면서.
이로 볼 때 6자회담은 억지로 조율을 마친 흔적이 뚜렷하다. 전혀 다른 시각으로 김정일 체제를 보고 있는 한국정부와 사전조율을 하면서 (미국 정부가) 쏟고 싶었던 말들을 네오컨 논객들이 대신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큰 그림으로 보면 ‘실패를 아예 계산에 넣고 하는 회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정부에 대해 불신감이 여간 깊은 게 아니다. 기존 동맹의 틀을 벗어나 중국에 기울고 있는 데 대한 불쾌감도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맹으로서 함께 6자회담에 임한다.
무슨 의미인가. ‘차라리 실패를 통해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 쇼크요법이 아니고는 한국정부가 친북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므로 또 한 차례의 회담 실패가 오히려 바람직하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황이 더 악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회담 실패 결과 상황이 악화돼 ‘달아난 동맹’이긴 하지만 되돌아온다면 다행이다. 아니면, 그 때는…. 이런 계산 말이다.
또 다시 6자회담이다. 그 후에 오는 것은 그러면 무엇일까. 북한의 위협이란 ‘공통된 악몽’ 위에 세워진 게 한미동맹이다. 또 한차례의 악몽을 맞아 그 동맹이 혹시 와해 수순을 밟는 건 아닐까. 김정일을 보는 한미의 시각이 뚜렷이 갈리고 있으니…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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