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서비스 개선등 변화해야
▶ 참신한 마케팅 통해 고객층 넓히는 노력 필요
식당업계는 경기를 많이 탄다는 말이 있다. 소비자들이 불경기일수록 지갑을 닫고 밖에서 식사하는 횟수를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카고 일대에 있는 200여개의 한인 운영 식당들은 LA나 뉴욕만큼 많은 손님들을 불러들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판이다. 하지만 요즘 시카고 요식업계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메뉴 개발과 서비스 개선을 통해, 한인 고객은 물론이고 미국 내 여러 민족들의 입맛을 돋우는 한국 음식 제공에 여념이 없다. 한인 요식업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펼치며 치열한 음식 시장을 헤쳐 나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끊임없는 맛 관리와 새로운 메뉴 개발이 중요
식당은 맛있는 집이라는 입소문을 타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만큼, 식당 운영자들의 음식 맛 연구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먼델라인에 있는 김가네의 김소영 대표는 와인 삼겹살, 된장 삼겹살, 허브 삼겹살, 대나무 삼겹살 등 웰빙 삼겹살 시리즈의 소스 맛을 내기 위해 고기 300파운드와 간장 수십 갤런을 소모했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 맛을 끊임없이 확인하기 위해 손님들이 남기는 음식을 먹어 보며 남긴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고 한다.
한인들이 다수 모여 있는 나일스의 골프 길에 있는 장충동 왕족발도 족발 맛을 내기에 여념이 없다. 매일 매일 공급받는 신선하고 맛 좋은 암퇘지의 앞다리 부분을 삶아 족발을 만들고 돼지 한 마리당 3파운드 밖에 나오지 않는 목살 끝부분의 천겹살을 돌판에다 직접 구워서 독특한 맛을 내 인기를 끌고 있다. 장충동 왕족발의 김태훈 대표는 새벽 4시까지 영업하던 것을 조만간 24시간 오픈으로 바꿔서 손님들에게 따뜻한 아침식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황태, 콩나물, 시래기, 선지 등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든 시원한 육수 맛이 일품인 양평신내 해장국을 이른 아침에도 먹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음식 맛을 돋우는 실내 장식
한인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나일스 타운에서 6월 중순에 오픈한 세련된 분위기의 일식집 ‘이찌이찌’는 전통적인 분위기나 현대적인 분위기의 기존 일식집들보다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로 실내 장식을 꾸며 놓았다. 이찌이찌의 이상현 대표는 밝고 환한 인테리어를 통해 가족끼리의 모임은 물론이고 친구들끼리도 편안하게 와서 먹고 즐기며 흥겨운 시간을 가진 후 만족스럽게 돌아가게 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시카고 북서부 서버브인 마운트 프로스펙트에 위치한 대형 중국식 뷔페인 차이나 코스트는 넓고 산뜻한 실내 장식을 통해 80여가지의 메뉴를 더욱 맛깔스럽고 푸짐하게 선보이고 있다.
손님들이 식당을 고르는 데 있어서 깔끔한 실내 장식과 편리한 주차 공간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무리 맛 좋은 음식이라도 지저분하고 칙칙한 장소에서는 그 맛을 느끼지 못하는 법. 요리는 맛과 향은 물론이고 멋진 식탁에서 먹어야 제 맛이기 때문이다. 한인 고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손님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메뉴가 잘 이해될 수 있게끔 메뉴판이나 간판에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도 필수이다.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
시카고 링컨길에 있는 중식당 대북경은 주말 예약을 받지 않는다. 단체 예약 손님들을 위해 2~3명 단위로 온 다른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대북경의 이러한 시스템은 대형 식당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규모가 큰 식당들이 주말에 대목을 챙기기 위해 단체 예약 손님들에게만 신경을 쓸 경우에 몇몇이서 음식점을 찾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서비스에 불만을 갖게 되고 그 식당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버브가 아니라 시카고시에서 대형 음식점을 운영할 경우에는 건물 임대료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아무리 주말에 매상을 올려도 주중에 일정한 숫자 이상의 손님을 받지 못하면 흑자를 보기가 어렵다. 대북경의 고월균 대표가 최상의 서비스를 이루어내기 위해 갖고 있는 나름의 철학도 있다. 종업원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하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주가 종업원들을 잘 대우해 줘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밀워키 길에서 신장개업한 우리마을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깨끗한 유니폼을 입은 젊은 웨이터들이 미소 띤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우리마을의 윤인기 대표는 젊은 지원자들을 선발해서 일주일 동안 친절 교육을 시킨 뒤, 깔끔하고 깨끗한 유니폼을 착용시켜 손님들을 맞이하게 하고 있다.
▲손님을 기다리기 보다 새 마케팅 개발을…
우리마을의 또 다른 특징은 음식 쿠폰이나 할인권을 제공하는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마을의 쿠폰은 해물파전, 소주 등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쿠폰과 10% 할인 쿠폰, 10달러 할인 쿠폰과 같이 세 종류이다. 또한 멤버십 카드를 발행해 주면서 가족사항, 생년월일, 졸업날짜와 같은 각종 기념일을 알아낸 뒤,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해서 그 날짜가 오면 직접 손님에게 편지를 보내 축하도 해주고 이벤트를 마련해 준다는 홍보도 할 계획이다. 멤버십 카드를 갖고 있는 고객은 월~목요일까지는 식사한 금액의 10%를 금~토요일까지는 5%를 적립받을 수도 있다.
요즘 들어 특별히 각광받고 있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홍보이다.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식당 내부와 음식사진을 올려 소개하거나 예약을 받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최근에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local.google.com) 이나 야후(local.yahoo.com)가 지역 정보 검색 기능을 강화하며 한인 음식점들을 잘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검색창에 ‘korean restaurant’을 입력하면 한식당들의 정보가 한 눈에 정리돼 나온다. 이를 보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구글이나 야후에 자신의 식당을 등록해서 광고 효과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독특한 메뉴개발은 성공의 열쇠
초당 순두부 네이퍼빌 지점은 본점에서 제공하는 요리 외에 새로이 두부 비빔밥, 두부 쇠고기 아스파라거스 롤, 두부 해물 스테이크, 두부 샐러드 등을 선보이고 있다. 두부 쇠고기 아스파라거스 롤을 한 입 베어 물면 천연과일로 단맛을 낸 소스가 베어있는 쇠고기와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두부, 씹히는 느낌이 좋은 아스파라거스가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자아내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자신만의 개성있는 메뉴를 골라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는 곳도 있다. 밀워키길과 던디길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스시 갤러리에 가면 마치 갤러리에 가서 그림을 감상하듯 이곳만의 독특한 스시를 음미할 수 있다. 그림 같은 퓨전 마끼(롤)만도 70가지가 넘는다. 마끼 안에 넣을 재료를 손님이 직접 고를 수 있다. 또한 토핑도 직접 골라 요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 먹는 스시다. 입안이 화끈거리는 파이어 드래곤, 다양한 생선 맛을 볼 수 있는 레인보우 드래곤 외에도 치즈맛, 깻잎맛 등 퓨전 스타일을 맛 볼 수 있다. 일식, 한식, 양식을 초월한 메뉴를 선보이는 식당도 눈에 띈다. 도원횟집에서는 광어, 연어, 참치, 하마치와 같은 여러 종류의 회와 더불어 가족 중에 회를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가족 메뉴로 갈비 돌판구이나 돈까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수갑산에서는 아예 한식과 일식을 한번에 맛볼 수 있다. 포터와 발라드가 만나는 길에 위치한 만다린 가든에서는 손님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가지 음식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잡채만두+짜장+짬뽕’, ‘몽고리안비프+잡채만두+짬뽕’ 등 다양한 스페셜 패키지 메뉴를 내놓고 있다.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 고객을 잡아야 …
최근에 시카고 트리뷴에 소개된 솔가는 주말에 오는 손님 중 중국이나 일본계가 약 35% 이고 백인계가 약 15%일 정도로 다른 인종들에게 널리 알려진 음식점이다. 작년 6월에 시카고에서 발간되는 쟁글이라는 유명 일본 잡지에 특집 기사로 나갔고 중국의 세계일보에서도 이 집을 소개했을 만큼 솔가의 명성은 자자하다. 솔가는 음식점이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인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기에 점심 시간대에도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솔가는 한국의 유명 갈비집에서 30년 동안 근무한 전문 주방장으로부터 20가지가 넘는 갈비 양념을 만드는 비법을 전수 받아 갈비 맛을 내고, 계절 별로 실내 장식을 바꾸는데 지금과 같은 여름철에는 곳곳에 꽃을 달아놔서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 종업원들이 아무리 바빠도 손님이 부르면 먼저 달려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을뿐더러 손님들이 오래 기다리는 불편을 주지 않고자 연회장을 제외한 홀 60석에 8명이나 되는 종업원을 배치하고 있다. 알곤퀸 길에 위치하는 우래옥 처럼 한국적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것도 미국인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다. 미국인들도 한식당에 한인들이 붐벼야 그 맛을 믿고 식당 문을 열기 때문에 한인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미 주류 사회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역시 한인 커뮤니티 이외의 다양한 민족들이 즐겨 찾는 식당 중의 하나인 세노야 대표이자 시카고 한인 요식업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전병기씨는 한인들만을 주요 고객으로 상대하며 음식점을 경영해서 이득을 보는 시절은 끝났다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독특한 메뉴를 선보이거나 미 주류 사회의 입맛 까다로운 고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한인 음식점들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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