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아시아나의 대리점 계약 방해
▶ 수수료 차등 지급해 아시아나와 거래 못하게
외국 항공사와의 대리점 계약은 묵인
아사아나 뜨는 날은 세일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판매 경쟁이 잘못된 방향으로 과열되고 있어 불공정 거래 논란이 일고 있다. 7월 31일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아시아나의 첫 취항편을 시작으로 양 항공사는 본격적으로 하늘에서 맞붙게 되지만 항공권 판매 경쟁은 시카고 지상에서 이미 시작됐다.
일단 아시아나 항공은 시카고 일대의 여행사들과 대리점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가 대리점을 확보하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방해하는 영업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신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여행사가 아시아나와도 대리점 계약을 할 경우 항공권 판매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는 방법을 써서 여행사가 스스로 아시아나와의 거래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여행사 대표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말고 자신과 대리점 계약을 맺는 여행사에게만 스페셜 커미션을
주고 있어, 이미 양 항공사와 계약했던 여행사는 아시아나를 포기하고 있고, 아시아나와 새로
계약하려는 여행사들은 아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아시아나 항공과는 대리점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각서를 대한항공에 써낸 여행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 대한항공의 이형근 시카고 판매소장은 영업정책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자유시장경제에 반하는 대한항공의 영업관행이 시카고 항공·관광 산업에 불러일으킬 폐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여행사들은 아시아나와 대리점 계약을 맺지 못하면 아시아나의 다른 대리점으로부터 항공권을 떼어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수수료를 내야하므로 수익이 줄어들고, 이는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항공료를 올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아시아나는 시카고 직항 노선의 개통과 더불어 한국에 시카고 알리기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어, 시카고 관광 붐이 조성만 된다면 이 지역 한인 경제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의 시카고 노선이 경쟁사의 부당한 견제에 발목잡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경우, 이로 인한 시카고 한인 경제의 손실은 막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LA나 뉴욕에 있는 여행사들은 아시아나, 대한항공 모두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정당한
판매수수료를 받으며 자유롭게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뉴욕에 있는 올림피아 여행사의 그레이스 박씨는 뉴욕 일대에 있는 여행사들은 대부분 대한항공, 아시아나와 동시에 대리점 계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나가 직항 편을 띄우기 전에는 대한항공의 대리점이더라도 UA 같은 미국 항공사나 JAL 같은 일본 항공사와 자유롭게 대리점 계약을 체결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이렇게 같은 한국 국적의 아시아나 항공사와의 거래만을 부당하게 견제하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모씨는 여행사 같은 경우 대한항공, 아시아나와 동시에 대리점 계약을 맺으면 좀 더 형편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의 취항을 애타게 기다려 왔는데 이렇게 아시아나와의 대리점 계약 체결이 어려워지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고 대한항공의 표를 파는데도 열의가 생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경우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시카고 노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경우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 항공사가 운항을 해야 서로 서비스와 가격 면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행사의 관계자는 그 동안 대한항공이 시카고 노선을 한국 국적기로는 유일하게 독점 운항하면서 서비스 면이나 가격 면에서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아시아나가 뜨면서 거기에 맞춰 항공료를 내린다는 것은 그 전에도 더 싼 가격에 팔 수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니냐며 대한항공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독점 판매를 하려는 의도를 갖고 아시아나 항공의 정착을 가로막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카고 노선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비행 날짜가 겹치는 날에만 특별히 항공료를 낮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시아나가 매주 화·목·일요일 새벽 1시에 오헤어 공항을 출발하는 스케쥴을 갖고 있는 것에 발맞춰 월·수·토요일 낮에 뜨는 비행기 요금을 다른 요일 보다 낮게 판매하는 식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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