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살 고기·생선-화이트,
붉은 고기-레드’ 공식 지켜라
양념 안한 쇠고기 카버네 소비뇽
갈비·돼지갈비등엔 시라·진판델
생선, 종류에 따라 리즐링·샤도네
7월4일 독립기념일과 함께 본격적인 여름 바비큐 시즌이 시작된다. 올해는 특별히 연휴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거나 바비큐를 즐길 것으로 예상된다.
집 뒷마당에서, 야외 공원에서, 혹은 여행지의 피크닉 에리어에서 차콜에 불을 지피고 고기와 소시지, 감자와 옥수수를 구워먹는 맛이 얼마나 좋은지는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때 차게 한 와인을 한잔씩 곁들인다면 더할 수 없이 즐거운 바비큐 파티가 될 수 있다.
원래 고기 구이에는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라, 한인들은 주로 소주를, 미국인들은 맥주를 많이 마셨으나 요즘은 점차 와인으로 바뀌는 추세다. 특히 그릴에 구운 고기와 레드 와인은 더 이상의 좋은 페어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환상의 궁합을 이루기 때문에 바비큐에서 와인의 인기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음식과 와인의 매치에서 늘 대두되는 공식, ‘흰살 고기와 생선은 화이트 와인, 붉은 고기는 레드 와인’에 대해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거 무시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마시라’고 권한다. 와인의 맛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럴 듯한 충고이지만, 사실은 그 공식은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고기와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리는 이유는 육질을 씹는 거친 맛과 레드 와인에만 있는 떫은 태닌 성분이 서로를 더 잘 느끼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풀바디 적포도주의 진하고 묵직한 맛은 구운 고기의 터프하고 강한 맛과 아주 잘 어울린다. 특히 차콜 그릴에 바비큐한 고기는 굽는 과정에서 열과 연기를 쏘이면서 수분이 방출되고 그을림으로써(smoked) 또 다른 맛이 가미되어 레드 와인이 가진 오크향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그러면 레드 와인 중에서도 어떤 와인이 어떤 바비큐에 좋을까?
일반적으로 질 좋은 프라임 스테이크, 양념하지 않은 쇠고기는 오래 숙성한 드라이 카버네 소비뇽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우리 한국사람들은 바비큐할 때 양념이 강한 갈비나 돼지갈비, 혹은 소시지를 주로 굽기 때문에 드라이한 적포도주보다는 과일 맛이 강하고 진한 시라나 진판델 종류가 더 잘 어울린다.(dry는 달지 않다는 와인용어)
닭고기나 거위고기는 흰살 육류이지만 백포도주보다는 가벼운 적포도주와 더 잘 어울린다. 보졸레나 피노 누아, 혹은 스페인 산 리오하나 이탈리아 산 키안티 종류가 좋은 선택이다.
맵게 양념하지 않은 돼지고기의 경우(예를 들어 삼겹살) 적포도주보다는 때로 샤도네나 피노 블랑과 같은 진한 백포도주나 톡 쏘는 향이 느껴지는 프랑스 알사스 산 게부르츠트라미너, 혹은 피노 누아와 아주 좋은 궁합을 이룬다.
생선은 아무래도 백포도주가 좋은데 생선의 종류에 따라 가벼운 리즐링으로부터 무거운 샤도네까지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다.
한편 바비큐에서 요즘은 여러 가지 야채를 함께 굽기도 하고 생선을 굽기도 하는데 구운 야채와 생선도 매치되는 와인과 함께 먹고 마실 때 훨씬 더 풍요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야채의 경우 풀내음이 나는 소비뇽 블랑이 좋고, 버섯은 가볍고 상큼한 로제와 함께 좋은 궁합을 이룬다.
그런데 사실 평소 와인을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 궁합에 맞추어 와인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쇠고기 뿐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소시지, 야채를 고루 굽는다면 각각 다른 와인을 준비하기도 어렵고 어디에 기준을 두어 한두가지를 사야할 지 난감할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와인이 피노 누아다. 피노 누아는 적포도주이지만 태닌이 거의 없는 가벼운 와인으로서 가장 백포도주와 가까운 적포도주이기 때문에 생선과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에 두루 맞출 수 있는 성질을 지녔다.
위에 소개한 레드와인 5종류는 바비큐에 어울리는 추천 와인들이다. 너무 비싸지 않고 중간 수준에서 맛있게 마셔본 것들 중 하나씩 골라본 것이다. 레드 와인은 상온에서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차게 준비해서 마시면 야외에서 훨씬 상쾌한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멀로
샤토 세인트 미셸(워싱턴, Chateau Ste Michelle) 2002: 햄버거, 소시지, 주물럭 등심(17달러선)
카버네 소비뇽
샤토 몬텔레나(나파 밸리, Chateau Montelena) 2002: 스테이크, 양념 안한 갈비(30달러선)
피노 누아
아카시아(소노마, Acacia) 2003: 생선, 삼겹살, 닭가슴살(20달러선)
시라
펜폴드(호주, Penfold, Thomas Hyland) 2003: 갈비, 양고기(12달러선)
진판델
레이븐스우드(소노마, Ravenswood) 2003: 갈비, 돼지갈비(15달러선)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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