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은 소화의 마지막 단계가 이뤄지는 곳. 소장에서 나온 음식물에서 수분과 염분이 흡수된 뒤, 나머지 소화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일정기간 저장했다가 밖으로 배설한다. 최명기 내과전문의가 내시경을 하고 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미국인 5명중 1명꼴 경험
설사·변비·복통·잔변감 나타나
섬유질 많이 섭취 과음·과식 피해야
30대 중반으로 자영업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최근 설사가 잦고 가끔 아랫배가 살살 아픈 증상이 여러 주째 계속돼 불편하기 짝이 없다. 속으로 앓다 찾아간 병원에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진단받아 스트레스를 피하고 안정을 취하며 음식에도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았다.
누구나 흔히 경험하는 증상인 설사나 변비. 별다른 이유도 없이 배가 살살 아프거나 설사나 변비가 생기고, 두 가지 증상이 번갈아 생겨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LA 한인타운의 최명기 위장내과 전문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한인들이 많이 병원에 찾아온다”며 “감기만큼이나 흔한 만성적인 질환으로 대부분 여성환자가 남성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지적했다. 잘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이 가뿐해지는 쾌변 역시 중요하다.
대장 장애의 일종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은 과연 어떤 증상인지 최명기 위장내과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보았다.
형광투시법을 통해 살펴본 대장의 모습.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란?
복통이나 개스 찬 증상, 설사나 변비 등 원활한 배변습관이 이뤄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는 소화기 질환의 하나. 원인이 불분명하며 복합적이거나 신체적인 문제보다는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문제로 일어날 수 있어 증후군으로 불린다.
최 내과의는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한 임상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20%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 때문에 한 두번쯤 고생한다고 한다. 더구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는 발병률이 더욱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2~3배정도 많은 편이다. 20, 3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반면 60대 이후 노년층에 처음 발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불면증, 불안증, 신경 과민증,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특히 자주 발생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세가 유발되는 것으로 봤을 때는 신경학적으로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운동을 관리하는 신경을 자극해, 장 운동을 둔화시키거나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 사이에 5명중 1명꼴로 빈번하게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대개 증상은 비교적 가볍다. 또한 증상이 오래된다고 염증성 질환이나 장 조직을 변화시키는 일이 없으며 대장암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대부분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적절히 대응할 수 있으며 식사관리,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스트레스 조절로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한편 우유나 요구르트 등 유제품이나 자극적인 식사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 내과의는 “특히 한인의 85~90% 정도로 많이 나타나는 유당불내증(lactose intolerance), 즉 우유를 소화 시키는 효소가 결핍돼 나타나는 증상 때문에 설사나 복통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복합적으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때는 음식물 조절로 충분히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
흔한 증상은 설사나 변비, 또는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복부가 더부룩한 팽창감, 복부 통증, 헛배부름이나 가스가 차기도 하며, 변을 다 보지 않은 듯한 느낌(잔변감)이 나기도 한다. 대개 만성적으로 나타나며 증상이 자연적으로 호전됐다가 다시 재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최 내과의는 “대부분 환자들은 하복부 복통이나 설사나 변비를 호소한다”며 “복통은 복부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으며 식후나 또는 배변 직전에 가장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통증은 서서히 일어나며 갑작스런 복통은 드물다.
설사증상이 생길 때 변의 양은 적은 편이다. 대변이 가늘게 나오거나 점액이 묻은 묽은 변이 나오는 경우도 흔하다. 이밖에 소화불량 두통, 월경불순, 불면, 요통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가 잠을 자다가 복통이나 설사 때문에 자다 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참고로 보통 성인의 건강한 배변활동의 범주는 많게는 하루 3회에서 적게는 일주일간 3회 보는 정도를 말한다. 변을 볼 때는 통증을 느끼거나 억지로 힘을 줘서 보는 정도가 아니며, 변 상태가 너무 딱딱하지 않고 피가 보이지 않는 것이 건강한 증거다.
하지만 설사가 너무 심하거나 혈변 같은 증상이 동반되거나, 열이 나고, 체중 감소, 심한 복부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다른 질병의 발생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진단
복통이나 설사가 한 두 번쯤 생겼다거나 설사가 오래 지속된다고 꼭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증상이 적어도 3개월이상 계속됐어야 한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증상은 다른 질환에도 나타날 수 있다. 장 운동이 원활한지, 감염에 따른 설사가 나타나는 지 등이 검사된다.
일반적인 신체검사와 혈액검사도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연령과 증상에 따라 직장내시경 검사(Sigmoidoscopy)를 통해 장의 관절염으로 불리는 궤양성 대장염 같은 다른 중병의 존재를 판별하기도 한다. 한편 50대 이후는 이런 증상이 계속 지속되거나 혈변이 있다면 대장암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장내시경 검사는 항문과 가까운 장의 끝 부분을 검사하게 된다. 한편 직장내시경 검사시 유의할 점은 미리 관장하고 가는 것. 약국이나 마켓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Fleets Enemas (2-3)’ 관장약을 항문에 투입한 후 10-15분간 기다려 깨끗하게 관장하고 가도록 한다. 직장 내시경 후, 바로 운전이나 활동하는 데에는 문제없다.
#치료 및 자가관리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치료 역시 완벽한 방법은 없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처하고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 때문이라면 그 원인을 제거하도록 노력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한다. 또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이 아니며 증후군에 걸렸다고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정신적인 안정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당 불내증으로 인한 것이라면 우유, 유제품,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섭취를 피하거나 락토오스를 제거한 유제품을 섭취한다.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면 이모디움(Imodium) 같은 지사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한편 증상이 심할 경우, 장을 안정시키고 장 운동을 조절하기 위한 약을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기도 한다. 벤틸(Bentyl), 리브랙스(Librax), 도나톨(Donnatal) 등 약품이 흔히 사용된다. 다만 이런 종류의 약은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증상을 감소히키는 차원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증세가 심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복용해야 된다.
만약 이런 약물 치료방법을 써도 별다른 차도가 없을 때,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면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신경 안정제나 항우울제를 투여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무엇을 먹어야 좋을까
커피·콜라 피하고 야채·과일 가까이
-변비가 주요 증상이라면 : 과일, 야채, 콩, 곡류,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며 물을 많이 마신다. 양배추, 배추, 시금치 등 야채류를 비롯해 고구마, 토란, 대두, 팥, 강낭콩, 사과, 딸기, 수박, 김, 다시마, 미역 등이 쾌변에 도움된다. 또한 배변을 촉진하는 섬유질 보충제인 ‘Citrucel’ ‘FiberCon’‘Metamucil’ 등 제품이용도 추천할 만하다.
-설사가 주요 증상이라면 : 반대로 식이 섬유가 많은 음식 섭취, 설사를 자극하는 알콜, 카페인, 콩, 브라컬리, 양배추, 사과 등은 피한다.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며 베이컨, 소시지, 버터, 기름등 튀긴 음식은 피한다
-커피는 장 연동운동을 촉진시키므로 증상을 더욱 자극할 수 있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술, 콜라 등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소다, 초컬릿 등은 피한다.
-굶지 말고 규칙적으로 항상 같은 시간에 식사하도록 한다. 설사를 하고 있다면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변비인 경우는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도록 한다.
-물을 많이 마신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과식, 흡연은 피한다
(도움말-최명기 위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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