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44분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한국축구의 보물’ 박주영이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올리고 있다. <연합>
한국청소년축구, 나이지리아에 2-1역전승
그것은 ‘기적’이었다.
네덜란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2005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20세이하)에 출전중인 한국대표팀이 나이지리아와의 2차전에서 경기 종료직전 연속 2골을 뽑아내는 믿어지지 않는 역전드라마를 펼치며 패배 문턱에서 기사회생했다.
15일 네덜란드 에멘에서 벌어진 대회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은 0-1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후반 44분 박주영이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따내고 곧이어 인저리타임 2분만에 백지훈이 역전 결승골을 터뜨려 거짓말같은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리그전적 1승1패(승점 3)로 이날 스위스를 1-0으로 따돌린 브라질(1승1무·승점 4)에 이어 조 2위로 올라섰고 브라질과의 F조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지에서 극적으로 살아온 경기였고 믿어지지 않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절대절명 위기에 선 ‘한국호’를 구해낸 선봉장은 역시 박주영. 후반 44분 상대진영 정면 25m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선 박주영은 방어벽을 꿰뚫고 넘어가 골대 안쪽의 사이드 네트에 꽂히는 환상적인 오른발 킥으로 다시 한 번 ‘한국축구의 구세주’임을 입증했다. 박주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3분 뒤인 인저리타임 2분 상대진영 정면에서 나이지리아 수비수 3명을 따돌린 뒤 강력한 오른발 슛을 터뜨렸고 상대 골키퍼가 다이빙하며 쳐낸 볼을 뛰어들던 백지훈이 완전 사각에서 논스탑 슈팅으로 골문을 꿰뚫어 대 역전드라마에 종지부를 찍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어린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만들어낸 믿을 수 없는 ‘기적’이었다.
1차전에서 스위스에 1-2로 역전패한 뒤 배수진을 치고 경기에 나선 한국은 초반 나이지리아의 빠른 스피드에 수비진이 흔들리며 잇달아 위협적인 슛을 허용하는 등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서서히 안정을 찾는 듯 하던 한국은 전반 18분 중앙에서 한 번에 넘어온 롱패스에 허를 찔리며 선취골을 내줬다. 한국 오른쪽에서 패스를 받은 데이빗 아브오가 돌파해 들어오자 골키퍼 차기석이 순간적인 판단미스로 페널티박스 밖까지 뛰쳐나가자 그를 가볍게 제친 아브오는 정확한 오른발 슛으로 빈 골문을 갈랐다.
이후에도 나이지리아의 공세는 계속됐고 수차례 위험한 위기를 넘긴 한국은 중반이후 서서히 공세로 전환했으나 전반 42분 신영록의 왼발 터닝슛이 왼쪽 골포스트에 맞고 골키퍼에 잡혔고 후반 3분에는 안태은이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박주영이 찬 페널티킥이 골키퍼의 다리에 걸려 결정적인 동점찬스를 날리는 등 승운이 따르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후반 중반 박주영이 상대와 몸싸움에서 왼팔이 빠지는 부상을 입어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면서 패배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보였다. 하지만 빠진 팔을 다시 끼워 맞추고 경기에 임한 박주영은 끝내 예술처럼 휘어 들어가는 프리킥 한방으로 ‘마지막 3분의 기적’에 불을 붙였고 백지훈은 전혀 슈팅이 어려울 것 같은 사각을 꿰뚫는 천금의 결승골로 기적을 완성했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왼쪽 팔꿈치 탈골의 부상에도 불구,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고 역전골의 디딤돌을 놓은 박주영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박주영 인터뷰
‘역시 박주영!’
‘축구천재’ 박주영(19)이 불과 13일만에 두 번째로 한국 축구를 사지에서 건져 올렸다. 지난 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44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던 박주영은 15일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또 다시 똑같은 시간대에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비록 성인대표팀 멤버로 중동원정 2연전에 동행하느라 쌓인 피로로 인해 몸놀림이 무거웠고 후반 페널티킥까지 놓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역시 승부의 고비에서 팀을 구해내는 천부적인 ‘킬러’의 본능은 예리하게 살아있었다. 박주영은 경기 후 “페널티킥을 실패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친구들을 보니 웃고 있었다. 내게 힘을 주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고마웠다”면서 “예선 최종전 상대인 브라질은 강한 팀이지만 우리도 강하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팔은 어떤가
▲아프다. 빠진 것이라 끼워 맞췄는데 원래 가끔 빠지는 부위다.
- 팔을 다친 상황
▲공중볼을 다투려고 점프를 떴는데 상대 수비수가 밀었다. 바닥을 팔로 디디면서 빠졌다.
- 페널티킥을 놓쳤지만 프리킥을 골로 넣었는데
▲페널티킥을 실패해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친구들을 보니 웃고 있더라. 힘을 주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고마웠다.
- 프리킥을 차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는데
▲내가 팀의 전담 키커를 맡았고 연습도 많이 해 자신이 있었다.
- 체력 부담은 큰가
▲포메이션에서 변화를 주는 등 배려를 받고 있다. 감독님이 “대표팀 생각은 버리고 청소년대표팀에 전념하라”고 말씀하셔서 거기에 맞추려고 한다.
- 브라질과의 경기가 남았는데
▲브라질을 강한 상대지만 우리도 강하다. 우리의 것을 보여주고 상대의 것을 막을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 4팀 모두 누가 낫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