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자는 가만히 있는데
▶ 한인사회와 한인회장 다시보자
본인 보다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곤란을 겪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사건이다,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한국에서 심심 찮게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의 비리폭로전도 결국에는 ‘주위 사람들이 저렇네. 노대통령도 그리 깨끗한 사람은 못되는 구만’으로 시작되는 절망적인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상이다.
과거 오랜 민주화 운동 끝에 정권을 차지한 전직 대통령들도, 임기 중 성과는 차치하고라도, 주변 또는 가족들의 비리 행각 때문에 민주 정치의 희망을 연 공로가 빛을 발한 경우도 있다.
한인회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회장 선거가 한번 치러지면 올드 타이머들, 기관 단체장 들, 2세들, 유학생, 가족들 까지 동원돼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커뮤니티 발전책을 내놓느라 눈코뜰새가 없다.
주변인물들이 지지인사의 승리를 위해 순수하게 참모, 도움이 역할에만 집중한다면 선의의 경쟁 분위기에서 더 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이 도를 넘어선다면 뻔한 청사진이 그려진다.
상대방에게 비방과 음해, 심지어는 욕설도 서슴지 않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행태가 전개된다면 선거전은 험악해 진다.
과거 누구와 누구의 선거에서 어느 참모가 상대방의 참모의 얼굴을 가격했다느니, 멱살을 잡았다느니 하는 등의 이야기는 매 2년 한인회장이 바뀔 시기가 되면 마치 구전 동화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회장 출마 당사자가 공명선거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여론은 그를 선거 싸움의 중심인물 정도로 밖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사자야 손가락질 한번 받으면 그만이지만 과열된 선거전으로 인해 커뮤니티가 분열에 이른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수십년전, 여러 차례 치러졌던 경선에서 서로 다른 인사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지금 까지 원수처럼 지내는 한인들이 적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처음에 한번 붙었으니까 다음 선거에서 또 대립하고, 다음 선거에서 또 대립하는 질긴 인연은 계속된다. 결국 커뮤니티는 분열과 혼란이 빚은 증오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김길영 후보가 무투표 당선됨으로써 일단락 된 제27대 한인 회장 선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번 선거가 김길영, 이성남 두 당사자들의 경쟁이었다기 보다는 김길영 당선자를 지지하는 김길남, 김창범, 곽길동씨, 이성남 출마예정자를 지지하는 박중구, 박균희 씨의 오래된 감정싸움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모 기관단체장은 현재 양 후보 뒤에 서있는 인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만나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진다는 것은 결국 본인들이 패배하는 것이라는 전쟁심리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경선으로 흐르게 된 배경부터 보자.
이성남씨를 전면에 내세운 박중구 전 한인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김길영 한인회장이 재임 하면 곤란하다. 본인이 한국에 갔다 온 사이 문화회관 건립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애초 본인과 김 회장과 대화를 나눈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문화회관 건립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회장감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었다.
박 전 회장은 최근 퍼플호텔에서 열렸던 공청회에서 “만약 회장으로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본인이 출마하려 했다”는 속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 전회장이 그동안 회장 출마자로 H씨, 세 명의 C씨 등과 접촉했었다는 사실은 이미 본지를 통해서 소개된바 있다.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이성남씨는 박 전회장이 여러 번 다른 인사들과의 접촉끝에 찾아낸 인물이다. 본인의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이씨가 회장 선거에 나선 직접적이 이유였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런 연유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선거전을 통해 볼 때 이성남씨는 후보자 등록 과정에서부터 미비 서류보완, 후보자 결격 사유 판정, 선관위 결정 후 김 당선자, 선관위측과 계속되는 공방전이 이어 지기 까지, 본인이 특별히 나서서 과정을 설명하거나 향후의 방향을 밝힌 적은 거의 없다.
최근 이번 선거와 관련해 퍼플호텔에서 열렸던 공청회에서는, 이 씨측이 마련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식순에는 아예 이성남씨의 순서는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그는 이날 공식 순서가 어느 정도 끝난 후 당사자도 몇 말씀 하시라는 언론인의 요청을 받고 한인 회장에 출마한 배경을 설명한 후 앞으로 김 당선자에 대한 공개 제안서대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다.
공청회 당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법정 소송이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문제는 이미 내손을 떠났다. 지금은 내 주위에 계신분들의 뜻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었다.
이번 선거전이 전개되면서 선관위의 운영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당시의 상황이나 과정이 왜곡된 부분이 많지만 어쨌든 선관위의 실수가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그 동안 이 출마예정자 측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이의를 제기하며 선관위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김길영 당선자가 사퇴하지 않거나 선관위를 재구성,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면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선거전이 법정 소송으로 치닿게 될지 아닐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이성남씨 본인의 생각이다. 이번 선거전이 법정으로 가게 되면, 한인 사회는 분열로 인한 상처를 다시 한번 입어야 함과 동시에 커뮤니티의 위상 마저도 실축될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된다. 한인사회내에서 일어난 일을 가지고 외국인 판사앞에 서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한인들은 한인회장 선출하는 일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치부를 드러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재차 강조되지만 중요한 것은 이성남씨 본인이 이번 선거전은 반드시 법정 소송으로 까지 가서 판결을 받아야 하는 의지가 굳건하냐는 점이다. 본인의 의지와 뜻대로 행한다면야 상관이 없겠지만, 만일 법정 소송을 비롯 선관위 결정 후 전개되고 있는 모든 상황이 본인의 의사보다는 주위 인사들의 바람에 이루어지고 있다면 당사자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 씨가 주변 인물들 없이 본인의 의지만 가지고 선거전에 나왔더라면 더 좋은 평가를 얻었을 텐데” 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선거관련 소송 비용은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다. 몇번 변호사와 만나고 일처리 하다 보면 10만달러 정도는 쉽게 날아간다고 한다.
이 씨 측 모 인사는 소송을 하게되면 변호사비는 당연히 이씨 자신이 내야한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그 돈은 이씨가 감당해야 하는 몫인 셈이다.
이번 선거전이 과연 엄청난 돈을 써가며 법원으로 끌고 가야할지 아닐지는,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본인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박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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