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이영호기자= 한국축구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쿠웨이트시티 알 카즈마 경기장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박주영, 이동국, 정경호, 박지성이 통쾌한 연속골 퍼레이드를 펼쳐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이로써 3승1무1패(득 9, 실 4)로 승점 10을 확보, 오는 8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예선 최종전 홈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자력으로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했다.
일본, 이란에 이어 3번째로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은 지난 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6회 연속(통산 7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6회 연속 본선행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등에 이어 세계에서 9번째이며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80년 이후 25년 만에 쿠웨이트 원정에서 승리를 맛본 한국은 쿠웨이트와의 역대전적에서 8승3무8패로 균형을 맞췄고 본프레레호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10승째(6무4패)를 올렸다.
‘한국 축구의 희망’ 박주영은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전 천금의 동점골에 이어 A매치 데뷔 2경기 연속골을 뿜어내며 ‘박주영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태극전사들이 불굴의 투지로 40℃에 가까운 폭염과 열사의 모래바람을 뚫고 일궈낸 가슴 후련한 압승이었다.
본프레레호는 박주영.이동국.차두리를 스리톱에, 박지성.김정우와 김동진.이영표를 중원과 좌우에, 김한윤.유경렬.김진규를 스리백에 포진시켜 바샤르, 알 하마드를 전방에 세운 쿠웨이트와 맞섰다.
초반 오른쪽 측면 돌파에 주력한 한국은 차두리의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받아 주춤했으나 10분 이후 주도권을 잡았다.
서서히 공세의 수위를 높여간 한국의 선취골은 박주영의 발끝에서 터졌다.
전반 18분 이영표가 수비 뒷공간을 꿰뚫는 스루패스를 찔러넣고 김동진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자 문전으로 쇄도하던 박주영은 수비수 2명의 압박을 뚫고 감각적인 오른 발바닥 터치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영표-김동진-박주영으로 이어진 그림같은 삼각 연결에 박주영의 신들린 골 감각이 만들어낸 합작품.
한국은 전반 28분 김동진의 왼쪽 크로스를 박주영이 잡아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단독 찬스를 만든 순간 쿠웨이트 수비수 알 엔지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중동킬러’ 이동국이 골키퍼 반대편으로 침착하게 꽂아넣어 순식간에 2-0 리드를 잡았다.
흥분한 쿠웨이트 관중의 마구잡이 물병 투척으로 전반 29분 경기가 중단되면서 태극전사들은 잠시 집중력을 잃을 뻔 했다.
본프레레호는 그러나 경기 감독관이 그라운드에 나서 상황을 진정시킨 뒤 12분 만에 재개된 경기에서 한층 더 강한 공세로 쿠웨이트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후반 8분 박주영의 왼쪽 돌파와 크로스로 이동국이 잡은 노마크 찬스는 놓쳤지만 차두리 대신 정경호가 투입되면서 다시 거침없는 골 행진이 시작됐다.
정경호는 후반 10분 교체 투입되자마자 공격에 가담했고 이동국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살짝 내준 볼을 잡아 수비수 한명을 제쳐낸 뒤 낮게 깔리는 오른발 강슛으로 쿠웨이트 골문 왼쪽을 세차게 뚫었다.
릴레이골의 마지막 축포는 ‘본프레레호의 엔진’ 박지성이 장식했다.
박지성은 후반 16분 골지역 오른쪽에서 수비수 한명을 특유의 스피드와 드리블로 가볍게 제친 뒤 엔드라인 근처 사각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척하는 페인트 모션으로 골키퍼 칸쿠네를 속이는 재치있는 슈팅으로 네트를 갈라 4번째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쿠웨이트는 뒤늦게 반격에 나서 알 엔지가 프리킥으로 문전을 위협해봤지만 한국의 든든한 수문장 이운재는 몸을 날려 철벽방어를 펼쳤다.
한국은 이후에도 박주영, 정경호가 위협적인 슈팅으로 상대를 압박했고 본프레레 감독은 곽희주, 안정환을 김동진, 이동국 대신 투입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본프레레호의 일방적인 경기 끝에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분 순간 한국축구는 월드컵 예선에서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원정 징크스를 깨끗이 씻어내며 독일로 가는 진군을 알리는 힘찬 팡파르를 울렸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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