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 공화국’ 화면압도 카리스마 연기에 시청자 탄복…
연기자 실버타운이 꿈
요즘 이덕화를 보면 ‘오빠가 돌아왔다’는 김영하의 소설 제목이 떠오른다.
MBC 정치드라마 ‘제 5공화국’(극본 유정수ㆍ연출 임태우, 김상래)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역을 맡은 뒤 이덕화는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입가에 가장 빈번히 오르내리는 이름이 됐다. 대부분이 ‘와! 연기 끝내주지 않아?’와 같은 감탄어린 찬사를 내뱉고 있다. 이덕화가 “데뷔 이후 이렇게 언론에 자주 등장하기는 처음”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화면을 압도하는 그의 힘있는 연기는 엉뚱하게도 ‘전두환 미화 논란’으로 이어지는 뜻밖의 파장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덕화가 설익은 젊은 스타들이 주름잡고 있는 안방극장에 백전노장의 묵은 연기 내공을 뿜어내며 묵직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풍경임에 분명하다.
지난 2일 광주에 내려가 국립 5ㆍ18 묘지를 참배하는 의미있고 상징적인 행사를 치른 그는 그날 밤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조명하기 위해 광주에 둥지를 튼 드라마 제작진과 만나 ‘우리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야’를 외치며 조촐하게 ‘파이팅’의 소주잔을 기울였다.
전두환 역을 연기하는 배우이자 개인적으로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관통한 노장으로?각별한 감회를 맛본 이덕화는 이날 “더우니까 가발을 시원하게 벗어던지고 싶네”라는 너스레도 마다하지 않으며 강행군을 앞둔 제작진을 질펀한 유머로 다독였다. 그는 정말 ‘돌아온 오빠’였다.
#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50대 배우의 굳은 살
이덕화는 자신을 컬러TV 시대의 수혜자라고 생각한다. 북슬북슬한 털 때문에 흑백시대였다면 산도적 역밖에 못 맡았을 것이라는 그는 컬러시대가 막을 올리면서 대표적으로 각광을 받은 두 장르, 즉 버라이어티쇼와 사극을 주도한 만능엔터테이너의 원조였고 간판 TV스타였다.
누구나가 ‘부~탁해요’라며 무대에 불러들이고 싶었던 그였지만 90년대 초 연기 외적인 일로 TV를 떠나 10년 동안 ‘야인’으로 지냈고, 이제서야 다시 안방극장의 가운데에 섰다. 당시 그의 타들어가는 속을 지탱해준 것은 어쩌면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일화 한 가지. MBC 창사특집극 ‘춘사 나운규’ 에 출연하면서 그는 개런티 없이 출연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한국 배우의 뿌리인 나운규를 연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일인 데다가 방송사가 제시한 출연료도 자신이 생각한 정도와 맞지 않아 아예 ‘백의종군’을 자청했다. 그는 출연료에든, 어?일에든, 자존심을 꺾느니 손해를 감수하는 것을 택하는 스타일이다.
이덕화는 “현재 군 복무 중인 아들이 연기자가 되고 싶어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 아쉽다. 3세 배우가 진짜 재능이 있다던데…”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배우(고 이예춘)였던 그는 배우 아들도 두고 싶을 정도로 직업에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 다혈질 해결사의 꿈
연예계 갖가지 대소사를 겪으며 살아온 그는 예전에 동료 배우들이 어려운 일에 처하면 제일 먼저 찾는 ‘해결사’ 같은 존재였다. 부적절한 연애문제로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된 여배우들도 대부분 한밤 중에 전화를 걸어 ‘덕화 오빠! 빨리 와줘’라며 울먹이곤 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그의 기질은 여전하다.
그래서인지 후배 연기자나 스태프들은 54살의 그를 ‘선생님’ 대신 ‘형’이라고 부른다. ‘제 5공화국’의 제작진은 “든든하게 기대고 싶으면서도 스스럼없이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영원한 형님”이라고 이덕화를 치켜세웠다.
이덕화는 장차 연기자들을 위한 실버타운을 세우고 싶은 꿈이 있다. 자식 농사를 잘 지어 부족할 것 없이 부양을 받으며 노후를 보낼 이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할 배우도 있을 터다. 그는 그런 선후배들이 한가족처럼 살며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
이덕화는 “지금은 부질없는 일에 돈을 다 털어먹었지만(웃음), 차곡차곡 돈을 모아 꿈을 이루고 싶다. 예전의 팬들이 잊지 않고 찾아줘 노인이 된 스타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광경, 상상만해도 근사하지 않겠느냐?”고 얼굴 가득 주름을 만들며 웃었다.
/조재원기자 mii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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