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언대
▶ 송주섭 <워싱턴한인봉사센터 금연학교 교장>
독일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안톤 시나크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글에서 둔한 종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 밭에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진 비둘기의 털 등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시대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바이올린 줄도 아니고 연기나 비둘기 털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를 진정 슬프게 하는 것은 흡연이다. 흡연에 의한 생명 손실이 하루에 여객기 다섯 대가 떨어져 모두 생명을 잃는 것과 맞먹는다는 통계를 보면 흡연은 슬프게 하는 단계를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흡연으로 인해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하는 본인의 괴로움은 말할 것도 없고 또한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슬픔은 얼마나 클 것인가.
워싱턴 지역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담배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해 금연학교를 연지 3년 째, 올해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해 작년보다 무려 5배 정도나 발전이 있었다. 작년에는 3명만이 금연학교에 참여했으나 올해는 매일 평균 20명 정도가 참여했다. 이채로웠던 일은 월남인 흡연자 한 명을 위해서 형과 누나, 친구 그리고 통역을 위해서 월남 커뮤니티 금연 관계자까지 와서 강사들이 한국말로 강의하는 것을 우리직원이 영어로 통역을 하면 다시 월남어로 통역을 하는 이색적인 일도 있었다. 또 한 중국인 금연관계자도 참석해서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았다. 학생 7명의 흡연자 중 4명은 완전히 끊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무려 1,000장에 이르는 홍보물을 뿌렸고 발이 닳도록 뛰어 다녔다.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와 교계의 예배시간 할애 홍보라는 파격적인 지원 또한 금연학교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사로 참여해 주신 분들의 성의를 다한 노력이다.
이번 금연학교에는 흡연자들보다 비흡연자들이 더 많았다. 한 흡연자는 부인과 6살 난 아들까지 참여했고, 종강식 때 “아빠가 이제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까 냄새가 안 나서 좋다” 라고 한 말이 보람과 용기를 북돋아 준다. 80이 넘은 할머니는 한국에 있는 아들의 금연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셨다. 아들에 보낼 교재들과 금연 비디오 테이프까지 주문했다.
금연학교를 마치는 것과 때를 같이해 5월 31일은 17회를 맞는 세계 금연의 날이다. 이제 금연은 한 특정한 국가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심지어는 북한에서까지도 세계 금연의 날 행사를 갖는다. 작년 금연의 날에 인민문화궁전에서 ‘담배 통제와 빈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서 담배의 폐해를 지적하고 선전과 통제를 강화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한 바 있다.
2005년 세계금연의 날 주제는 ‘담배 규제에 대한 보건의료인의 적극 참여(Health Professionals and Tobacco Control)’이다. 워싱턴한인봉사센터도 이에 적극 동참하는 마음으로 이 지역 최초로 금연의 날 행사를 오는 31일 오후 6시30분 지구촌교회에서 갖는다. 지구촌교회는 지난 어머니날(5월 8일) 다섯 번의 예배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적극적인 금연 지지를 보여온 교회다. 이 행사에는 1, 2, 3회 금연학교 졸업자들이 초청될 것이며, 그 힘든 금연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사람들의 간증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공로상 등 각종 시상식도 있게 된다.
이 행사의 제일 특이한 점은 학위 수여식이다. 이 학위는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 데, 첫 째는 금연학사(BNS=Bachelor of Nonsmoking)다. 이는 금연학교를 졸업하고 금연을 작정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다음은 금연석사(MNS=Master of Nonsmoking)로 최소 6개월 동안 금연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며, 금연한 지 1년이 넘고 다른 사람까지 금연시킨 일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으로는 금연박사(DNS=Doctor of Nonsmoking)가 있다. 이 학위들이 어떤 지위나 경제적인 도움은 못 될 지 모르나, 이를 통해서 잃을 수도 있는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자랑스럽고 중요한 학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작은 시작이 서서히 번져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은 시내가 모여 강이 되고 강이 모여 바다가 되는 것처럼.
송주섭 <워싱턴한인봉사센터 금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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