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가발부터 한인들의 뷰티서플라이업계 진출은 역사가 깊다. 가발 원모에서 헤어 관련 케미칼에 이르기까지 뷰티서플라이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경기 흐름과 관계없이 고속 성장을 해왔다.
뉴욕 시장에는 대략 500여개의 미용재료 업소들이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는 뷰티제품의 일부만 취급하는 업소나 가발 또는 헤어 케미칼 제품과 헤어 제품만을 취급하는 소규모 업소까지 포함한 것이다.
이 중 헤어케어 케미칼과 헤어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뷰티서플라이업소는 250개 정도며 이중 한인들이 200여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그러나 불황을 모르던 뷰티서플라이업계는 9.11 이후 업소수가 증가하면서 과당 경쟁이 되었고 이후 SVS나 월마트, K마트 등 대형 체인점들의 뷰티 서플라이제품 취급이 확대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타민족 업소들의 뷰티업계 진출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이로인해 업소 당 고객 구매액은 줄어들고 마진 역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한인 뷰티서플라이업계는 이같은 시장 구조에서 흑인 마켓을 중시하는 기존의 업소 운영 형태를 고집해서는 힘들다는 판단아래 백인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백인 마켓 진출
백인 마켓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특징에서 흑인 마켓과 차별화된다. 오가닉이나 내추럴 제품으로 고급 제품이며 헤어 살롱에서 사용하는 전문화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뉴욕은 직장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뷰티 살롱에서 머리 손질을 받기 때문에 미용사들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며 저급 헤어 상품보다 고급 헤어 제품이 잘 판매되는 편이다.그동안 한인 뷰티서플라이업계가 백인 마켓에 잘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같은 헤어 제품을 확보하거나 판매권을 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그만큼 흑인 시장의 뷰티 아이템과 다르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백인 시장 진출은 만만치 않았다.
14년전부터 어퍼 맨하탄에서 백인 및 히스패닉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뷰티서플라이업소 ‘라벨라’의 김춘섭 사장은 “처음에는 물품 구입 루트를 찾기가 어려워 헤어 살롱에서 구입해 판매하기도 했다”며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취급해야만 백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그는 “타민족 시장 침투와 한인간의 과당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뷰티서플라이업계로서는 앞으로 제품의 고급화와 전문화로 백인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인 마켓은 흑인 및 히스패닉계 시장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과당 경쟁을 피할 수 있으며 헤어 살롱이나 네일 등 부가 가치가 높은 상품을 취급해 고가 제품의 영역으로 넓혀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진단하고 있다.
■부가가치 창조
맨하탄과 플러싱 등 3곳에 체인망을 갖고 있는 ‘이브 뷰티 라운지(사장 존 김)’가 업종 다각화에 따른 부가가치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다.
플러싱 소재 이브 뷰티 라운지 경우 1층에 뷰티 서플라이 매장과 2층에 네일 및 헤어 살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각각 2,500스퀘어피트 규모로 고급스럽게 꾸며놓고 있다.
이 업소의 양정태 매니저는 현 뷰티서플라이업계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단순히 백인 시장 진출 뿐아니라 전문 체인화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급 제품을 판매하면서 고객들이 한 자리에서 샤핑과 네일, 헤어 등을 할 수 있는 토탈 서비스의 개념”이라고 업소의 특징을 소개했다.
한인 뷰티서플라이업계에서는 이브 뷰티 라운지처럼 체인화하는 경향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소규모의 단독 업소만으로는 업계의 경쟁 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중동계 및 스패니시계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소규모로는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한인뷰티서플라이협회 이재춘 회장은 “뷰티 서플라이업계가 좋았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며 “앞으로 한인 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인식을 변화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업계가 과당 경쟁이나 가격 경쟁보다는 한인들의 미진출 분야인 백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그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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