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재미 유도회관
호신술 클래스
‘전광석화’ 앳띤 여사범 “치한도 무섭지 않아요”
반지의 제왕’ 제3편의 도입 부분에 보면 마치 창세기의 카인과 아벨 설화와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작은 몸짓의 귀여운 스미골과 그 친구가 호수에서 뱃놀이를 즐기다 친구가 물에 빠져 절대반지를 발견한 순간. 평화롭던 둘 사이에 갑자기 냉랭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결국 절대반지를 손에 넣고자 하는 스미골의 욕심은 친구의 목을 조르기에 이른다. 스미골의 친구가 호신술을 배우기만 했더라도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탄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착하고 예쁜 사람들이 담벼락도, 무기도 없이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았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우리들 바람 같은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생명의 본능, 삶의 의지는 컸다. 인류 역사의 여명기부터 종족을 유지하고 보호하려는 신체 활동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맨손으로 싸우는 격투 기술은 소박하고 원시적인 형태로부터 씨족 사회, 부족 사회, 도시 국가를 거치면서 각 나라의 풍토, 습관, 민족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화 발전됐다. 유도, 씨름, 태권도, 쿵푸, 삼보, 권투, 레슬링 등 오늘날의 무술은 모두 자기 몸을 지키려는 호신술로부터 비롯된 것. 이들 무술은 이제 심신을 단련하고 즐기는 생활 스포츠로 이어지고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LA의 밤거리를 걷는다는 건 곧 위험에 몸을 내맡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LA, 뉴욕 등 대도시에 사는 우리들에게 있어 치한에 대한 방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호신술 클래스를 참관하기 위해 LA 재미 유도 회관을 찾았다. 시꺼먼 남자들 사이에 간간이 여성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실 예기치 않은 위험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는데 남성이라고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호신술은 말 그대로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몸을 보호하는 신체 기술. 평소 호신술을 배워두면 타인과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음은 물론이요, 더 나아가 심신을 단련,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운동이라 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여러 종류의 호신술 가운데 유도는 부드러움을 이용해 상대의 강한 힘을 제압하는 유능제강의 기술이다. 던지고 꺾고 조르고 차고 때리고 지르는 다양한 기법은 예기치 않은 공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할 능력을 길러준다.
20, 30대 건장한 남자들이나 하려니 생각했는데 가만히 클래스를 참관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수련생들은 10대의 소년, 소녀들은 물론 60대의 할아버지, 40대의 주부, 20대 여대생 등 말 그대로 남녀노소 각계각층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유도와 호신술이 누구든지 쉽게 익힐 수 있는 운동이라는 증거일 터. 지속적인 생활 체육으로 유도를 수련함으로써 건강을 다지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장정미(24·유도 3단) 사범의 호신술 시범은 마치 액션 영화의 명장면들만을 골라 보는 것 같다. 상대방이 총이나 칼을 들이댈 때, 목을 조를 때, 허리를 감아올 때, 팔을 결박할 때 등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준비하다 보면 실제 상황이 다가오더라도 침착하게 대처해 나갈 능력을 갖추게 된다.
유도와 호신술을 연마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성인들의 경우는 자연스런 체중 조절을 통해 당뇨, 고혈압, 대장암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수련할 경우, 유도의 기본 운동이 성장 호르몬을 촉진시키므로 성장 발육에 큰 효과가 있다. 여성들은 미연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체중감량 효과까지 볼 수 있으니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 아닐 수 없다.
■ 호신술 클래스 Tips
장소: 재미 유도 회관 (주소, 3923 W. Olympic Blvd. Los Angeles, CA 90019. Olympic과 Norton 코너.) 건물 뒤편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시간: 월-금요일 정오-오후 1시30분. 어린이 반 월-금요일 오후 6시-7시. 성인 반 월-금요일 오후 7시-8시과 오후 8시-9시 두 차례. 토요일 오전 11시-정오.
대상: 어린이 반, 성인 반, 특히 여성 환영. 현재 30여 명이 호신술을 연마 중이다.
레슨 비: 한 달에 150달러. 한국 일보 독자들에게는 첫 3달의 레슨비를 100달러에 특별 할인해주기로 했다.
전화 (323) 934-3344.
호신기법의 종류
첫째, 최선의 방어법인 선수. 집중력과 사력을 다하려는 자세를 갖추면 상대의 심리상태와 행동의 기미를 간파해 상대편이 위해를 가하기 전, 범행의지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실제상황에서 웬만큼 숙달되지 않고선 선수의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우니 꾸준히 호신기법을 연마하도록 하자.
둘째, 탈출법. 스토킹 범죄자는 신체에 해를 입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많은 허점을 노출한다. 이 때 조금만 신경을 쓰면 잡힌 몸을 상대로부터 탈출시킬 수 있다.
셋째, 역공격 기법. 이는 크게 급소 타격법, 관절 제압법, 넘어뜨리기 등으로 나뉜다. 급소 타격법은 상대의 목, 눈, 귀, 미간, 인중, 겨드랑이, 관자놀이, 턱, 명치 등 신체의 취약 부분을 가격해 상대의 공격의지를 꺾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주먹보다는 손바닥이나 손 모서리 등으로 가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정강이, 무릎, 오금 등 비교적 취약한 신체의 아래 부분을 공격하는 것도 역공격 기법에 포함된다. 이들 부위의 공격은 상대방 신체의 균형을 일시적으로 무너뜨린다. 관절 제압법은 관절을 꺾거나 비틀어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으로 호신술의 가장 보편적인 기술이다. 관절 꺾기는 손목 꺾기와 팔꿈치 비틀기로 나뉜다. 가해자를 넘어뜨림으로써 도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고 제2차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호신술의 기본원리
제1원리는 상대의 힘에 순응하는 것. 가해자는 일반적으로 심리상태가 고조돼 있어 완력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무리하게 대응하면 탈출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제2원리는 몸 전체를 이용하는 것. 힘=질량 속도이므로 체중을 이용하더라도 속도가 느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힘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한다. 여성의 경우 남성 가해자에게 힘으로 저항할 때는 몸 전체의 무게와 힘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3원리는 턴(Turn)의 원리. 팽이의 원리를 생각하면 쉽다. 신체운동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병진운동과 동일한 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회전운동이 특징. 상대의 힘에 순응해 그 힘의 흐름을 역이용하는 제1원리가 좋은 예다.
제4원리는 틈을 이용하는 것. 상대에게 손목을 잡혔을 때 손목 틈을 이용해 상대편 쪽으로 밀어 위기를 벗어나는 원리다. 이때 잡힌 손과 팔을 상대를 향해 길게 펴야 하는데 그러면 상대의 팔은 굽어진다. 구부린 팔은 편 팔의 힘의 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위기탈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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