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장이 탄생했다. 17일 실시된 LA시장 선거 결선에서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후보가 현직 인 제임스 한 시장을 압도적 차이로 누르고 승리함에 따라 133년 LA시 역사상 처음으로 라티노 시장이 탄생하는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예고된 상황이었다. 4년 전 이미 라티노 시장 탄생 가능성이 ‘정치 현실’로 강력히 대두됐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은 가능성으로 주저앉았었다. 흑인 표의 향방이 결정타였다. 당시 예선서 1위를 차지한 비아라이고사가 흑인 표의 저항으로 결선서 패퇴했기 때문이다. 이 흑인 표가 이번에는 제임스 한 진영에서 이탈하면서 최초의 라티노 시장이 탄생한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LA정치를 좌우해온 정치연합에 대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백인-유대인-흑인계를 잇는 기존의 연합전선이 무너지면서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새 연합이 탄생한 것이다. 새로 형성된 히스패닉-흑인-백인 연합이 그것으로, 이는 히스패닉계 시대의 대두를 알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말하자면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미 전국의 대도시 정치의 미래의 흐름을 알리는 풍향계로, LA 시장선거가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이번 선거는 한인 커뮤니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가져왔다고 본다. 한인 사회와 주류정치와의 관계라인 설정에 벌써부터 상당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라인의 다변화가 이번 선거에서 한인 사회가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비아라이고사 승리와 함께 새 시 정부 요직 인선에 폴 김 전 LAPD 커맨더를 비롯해 여러 한인들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현상으로, 한인 등 아시아계와 새 주류 라인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특히 고무적이다.
한인 유권자의 표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또 한인 사회의 정치적 성숙도를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또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다. 양 후보는 한인타운에서 잇단 공개토론회를 갖고 또 투표일 막바지까지 한인타운을 찾았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특히 비아라이고사 당선자의 경우 한인 사회와의 만남을 정례화하고, LA-아시아국가 무역촉진정책에서 한국을 최우선국으로 하고 이를 위해 한인 인사들로 짜여진 자문위원단 구성하고, 시장실 문턱을 낮추겠다는 등 파격적인 공약을 했다.
그 공약을 얼마나 준수할지는 한인 사회가 함께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정치연합의 대변화와 함께 한인 사회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남은 문제는 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이민 그룹이 몰려 살고 있는 이 LA를 번영의 도시, 평화의 도시로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합이 필요하다. 한인 사회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웃 커뮤니티와의 필요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비아라이고사 후보의 시장당선을 축하하며 그가 새로 형성된 소수계 연합을 통해 LA시를 진정 화합과 번영의 도시로 이끌어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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