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방상원에 대한 뉴스 가운데 Filibuster란 말이 많이 나온다. 17세기에는 해적이라는 단어였다는데 현재는 의사진행방해를 의미하는 말이다. 1인 1표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뽑혀지는, 그러니까 주 인구에 비례해서 선출되는 하원과는 달리 주의 크고 작음에 관계가 없이 한 주에서 2명씩 뽑히는 상원은 애당초 시민들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하원의 입법활동에 대한 심사숙고의 견제로서 출발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원의원 한 사람만의 의견도(하원의원들에 비해) 더 큰 비중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 온 게 미국의 의회 역사다. 필리버스터도 상원에서만 볼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역사의 배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상원의원 한 사람이 어떤 법안이나 어떤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된 사람의 인준에 반대한다면서 상원의 의사진행을 방해하겠다고 하면 그가 기력이 있는 대로 24시간이건 혹은 그 이상 계속 상원 연단에 서서 연설할 수 있는 특권이 바로 필리버스터다. 엄격히 따지면 비민주적 전통이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방공소법원 판사들로 임명된 사람들 몇몇을 보면 우선 모두 변호사 자격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연방지방법원 판사,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 판사 등의 경력자들이다. 그리고 현재 상원은 55-44-1(무소속)로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상원 법사위원회의 청문회를 거쳐 투표에 붙여지기만 한다면 민주당 상원의원들 44명이 반대표를 던진다 해도 공화당 쪽의 반란이라도 있기 전에는 다 연방공소법원 판사로 임명될 것이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라는 상원의 전통 때문에 그리 되지 않는다.
현행 상원의 의사 규정에 의하면 어떤 상원의원이 필리버스터를 할 때 그것을 중단시키는데는 60명의 찬성이 있어야 된다. 민주당에서 적어도 5명 이상이 의사진행 방해를 중단시키는 데 동의해야 민주당 상원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판사 지명자들이 소수민족계에 대한 편견과 여자들의 낙태권리에 대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어 자격이 없다고 반대한다.
현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 빌 프리스트는 상원에서의 의사진행 방해를 중단하는데 60표가 아니라 단순과반수만 있으면 가능하도록 상원의 의사규정을 개정하라는 보수진영의 큰 압력을 받고 있다. 이것이 소위 핵폭탄급 해결방법(Nuclear Option)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민주당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 중에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상당수의 전문가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우선 공화당이 항상 다수당일 수는 없어 소수당이 되었을 때 필리버스터로 주요 이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개하고자 할 때 단순과반수로 필리버스터에 종지부가 찍히게 될 것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64년 (흑인들의) 민권법안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하원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되어도 상원에서의 필리버스터 때문에 더 진척이 안 되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버지니아 출신 로버트 버드(민) 상원의원이 밤을 새워가면서 장장 14시간 13분의 연설을 했었지만 민주당 원내총무 휴버트 험프리는 숫자 계산을 해본 결과 필리버스터를 종식시킬 수 있는 3분의 2 의원들의 초과반수를 확보했었음을 자신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장장 57일이나 걸린 민권법안에 대한 상원의 토론 종결 표결이 있었는데 그 결과는 71대 29였다. 9일 후에 있은 상원 표결로 민권법이 채택되었다.
그후 1975년에 필리버스터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상원의원 수의 3분의 2인 67명이 아니라 60명으로 양당이 상원의 의사규정을 개정한 일이 있었다.
현재까지의 가장 오래 지속된 필리버스터 기록은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 스트럼 서몬드가 1957년에 세웠다. 철저한 인종분리주의자였던 그는 아마도 흑인들의 권리 향상에 대한 반대로 무려 24시간 18분 동안 연단을 지킨 것이다. 둘째 가는 기록은 그 전해 오레곤 출신 웨인 모스가 세운 것으로 간만지에서의 오일 채존법안에 대한 반대였는데 22시간 26분에 달하는 장광설이었다. 필리버스터 하는 의원들은 성경, 미국 헌법, 셰익스피어 전집 등을 들고 나가 연설 중간중간 그로부터 읽어 시간을 채운다.
부시의 판사 지명자들을 둘러싸고 필리버스터가 있을는지, 혹은 양당 온건 지도자들의 타협이 있어 몇 명은 인준되면서 필리버스터 종식에 필요한 숫자가 60으로 계속될는지 주목된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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