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5일 컬럼비아 대학이 89회 퓰리처상(Pulitzer Prizes) 수상자 21명 가운데 테드 쿠스너(Ted Koosner)가 시(詩)분야 퓰리처상을 받게 되었음을 발표하였다. 테드 쿠스너는 아이오와 주에서 태어나 아이오와 주립대학(BS)과 네브라스카 대학(MA)에서 공부하였고, 현재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방문교수로 가르치면서 네브라스카 주 가랜드에 62에이커의 농장에서 살고 있는 전형적인 중부 평원지대의 미국 토박이 시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10집의 시집을 발간하였고 많은 산문집도 출판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시가 미국의 유수한 문학지와 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도 많이 발표되어 그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테드 쿠스너는 유명한 시상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매년 미국국회도서관이 선출하는 계관시인의 명예를 금년에 이어 2006년까지 유지할 정도로 이름이 나있다. 그가 2005년 퓰리처 시상을 받은 시집은 ‘기쁨과 그림자’(Delights and Shadows, 2004년 출판)로서 이 시집 속에 미국사람들이 좋아하고 그의 명성을 널리 알리게 하는 그의 시 59편이 수록되어 있다. 수상시집 ‘기쁨들과 그림자들’에 나타난 테드 쿠스너의 시 세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테드 쿠스너의 시 세계는 모든 일상생활의 세상사를 간략하고 대화식으로 시로 읊으면서 인생의 깊이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그의 시가 접근편의성(Accessbility)과 심원(Profundity)를 잘 균형있게 조화하고 있다고 논평한다. 그의 마지막 시집의 제목이 이를 잘 표출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사항들과 인생의 모든 일들은 평범(Plain)하고, 가정적(Homemade Style)이고, 직설적(forthright)이어서 ‘기쁨과 즐거움’을 보여주고 있지만, 거기에는 어두움을 드리우게 하는 ‘그림자’가 반드시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자’가 바로 그가 시상을 통하여 나타내고 싶어하는 ‘심원’이다.
‘기쁨과 그림자’에 나오는 몇 편의 시를 통하여 테드 쿠스너의 접근편의성과 심원의 시 세계를 알아보기로 하자.
/어둔 밤 얼어붙은 꿀벌집 한 구멍에만 /불이 밝혀 있다 이는 우리에게 마치 /기름등잔의 불빛이 밝혀 있는 베트남 카페처럼 /꽃들마냥 각색의 모양을 가진 냄새가 풍기고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 젓가락소리 가득하다 /유리창 넘어 겨울도시는 오래된 나무다리 마냥 삐걱이고 /강풍이 우리 모두 밑을 지나간다 /창문이 클수록 바람은 너 요란하게 떤다 / (‘In January’에서).
시인은 베트남 카페처럼 불빛 밝은 겨울의 아늑한 방에서 안온함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지만 도시천체(인생전체)를 썩어가는 나무다리 마냥 삐걱이도록 흔들고 지나가는 인생의 강풍이 있음을 형상화한다. 겨울강풍이 그의 그림자이다.
/죽음의 공포가 빛과 같이 어디에나 편안한 날들이 있다 죽음의 공포는 빛나고 /모든 것에 //당신이 그렇게 바라보라고 가르쳐 준 방법이 아닌가? /세상을, 모든 사물에 떠 놀고 있는 인생을 보는 것 //나는 영원히 고독해야 할 것이다/ (‘Surviving’에서).
테드 쿠스너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그의 어머니가 가르쳐 준 것과 같이 우리의 일생은 빛이 비추이고 있는 것과 동시에 죽음의 공포가 언제나 명멸하고 있다고 노래한다. 죽음의 공포와 영원한 고독이 그의 그림자이다.
/이 저녁, 나는 열어 놓은 창문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낮의 빛이 지나가고 책이 /어두움의 일부로 될 때까지 /나는 램프의 스위치를 쉽게 돌릴 수 있었지만 /나는 어두운 밤으로 이 날을 달리고 싶어 /홀로 앉아 읽을 수 없는 책장을 가볍게 넘긴다 /내 손에 드리운 파리한 희색의 도깨비을 가지고 /(‘A Happy Birthday’에서).
시인은 책을 읽으면서 낮의 빛이나 램프의 빛과 같이 인생을 기쁘게 하는 일들을 책에서 얻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어두움이 깔린 책장을 넘기는 손의 도깨비 마냥 인생의 파리한 일들을 형상화한다. 파리한 회색의 도깨비가 그의 그림자이다.
테드 쿠스너 시인은 베트남 카페/ 빛/ 낮의 책 등에서 인생의 ‘기쁨’을 노래하면서, 겨울강풍/ 영원한 고독/ 파리한 도깨비 등의 인생의 ‘그림자’ 아니 ‘심원’을 형상화하고 있다.
백 순/화백문학 미주지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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