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한국말 술술…‘이태원 온듯’
미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멕시코 사람들이 5월 5일 대대적인 축제를 벌이는 것을 보고 아니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어린이날을 크게 축하하나 싶었다. 가만 보아하니 화장실에서 우는 아이 때리는 것이 서리하다 걸린 동네 장난꾸러기,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는 우리 어른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던데. 멕시코의 5월 5일은 싱꼬 데 마요(Cinco De Mayo). 1862년 프랑스가 푸에블로를 쳐들어왔을 때 그 공격에 승리를 이끌었던 것을 축하하는 날이다. 미국에서의 우리 삶에 있어 가장 가까운 이웃은 바로 멕시코 인들. 싱꼬 데 마요를 앞둔 주말. 자동차로 3시간,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어 외국 같지도 않는 외국, 멕시코로 길을 떠나보자.
자갈치 시장에 온 것처럼 생선 냄새가 코를 찌르는 엔세나다의 수산 시장.
알록달록 풍물들을 팔고 있는 노점상. 옹색한 물건뿐이지만 그 밝은 색깔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60년대 서울처럼 소박한 인심… 가는 곳마다 한국 정서 물씬
아무리 국경이라지만 인간이 그어 놓은 선에 불과한데 그 금을 경계로 어쩜 이렇게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까. 국경선을 넘는 당신의 머리엔 아마도 이런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샌디에고에서 약 30분 거리의 멕시코. 캘리포니아와 맞붙어 있어 애리조나나 네바다처럼 미국의 다른 주를 찾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달리는 차와 사람이 다르고 간판이 다른 국경 도시, 티화나는 외국임이 틀림없다. 포장이 고르지 못한 도로 사정 때문에 자동차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덜컹대도 국경을 벗어나면서부터 야릇한 해방감과 기대감에 가슴은 터지기 직전 풍선처럼 빵빵하다.
60년대 서울처럼 소박하고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국경 도시 티화나는 주거 인구 이외에도 미국 본토와 전 세계 관광객들로 넘실거린다. 그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투박하고 옹색하지만 이국적인 상품을 샤핑하기 위해, 그리고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도 마시고 낭만적인 경험을 해보겠다는 기대를 안고서다.
샌이시드로 국경(San Yisidro Border Crossing)을 통해 국경을 건넌 뒤 리오 티화나 방면이라는 표지판(Rio Tihuana Rio Zone)을 따라 가면 시청(Palacio Municipal) 부근의 리오 티화나(Rio Tijuana)부터 시작해 마치 서울의 이태원 같은 샤핑가가 쭉 펼쳐진다.
이 길에는 가죽 제품, 도자기, 은 세공품, 그리고 알록달록한 꽃, 구슬 장신구, 인형, 아즈텍 문양을 넣은 조각, 장식품, 생활 소품, 가구 등을 팔고 있는 점포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한국 사람들이 돈을 많이 풀어서일까. “아가씨, 싸게 줄께요.” 라는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해가며 호객 행위를 하는 멕시코인 점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남대문 시장에서 요란한 박수 소리와 “골라, 골라.” 하는 북새통 속에 장 보던 기억이 새롭다.
티화나에서 샤핑을 할 때는 과감하게 흥정을 해야 한다. 최고 90 퍼센트까지 깎았던 경험을 들려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그들이 얼마나 뻥튀기 가격을 부르는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티화나 시에서는 물건을 구입했을 때 꼭 영수증을 요구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샤핑 한도액은 400달러.
국경까지 넘어 왔으니 보다 멕시코다운 면모를 볼 수 있는 바다 휴양 도시, 엔세나다(Ensenada)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바하 캘리포니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엔세나다는 카타리나 섬에서 떠난 유람선들이 닻을 내리고 여행객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세계적 관광 도시.
마늘과 매운 고추를 먹고 소주처럼 독한 데낄라를 마셔서일까. 멕시코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우리와 정서가 비슷하다. 데카타, 코로나 등 맥주 상표를 앞세운 칸티나(Cantina, 멕시코 식당)들을 보고 있으면 진로 두꺼비가 그려진 간판의 해안가 횟집이 떠오른다. 즉석에서 대합조개로 회를 떠 주는 옹색한 노상 주점에 앉아 오렌지 색 환타 병을 보고 있자니 멍게와 해삼을 사과에 꽂힌 옷핀을 빼내 찍어 먹던 길거리 포장마차가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생선 튀김을 또띠야에 싸 살사와 온갖 소스를 끼얹어 먹는 피시 타코는 엔세나다의 명물. 노점일 경우 아무리 비싼 곳이라 하더라도 6페소를 넘지 않으니 꼭 맛보기를. 타운에 즐비한 식당에서 즐기는 가재 요리는 또 다른 맛. LA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싸다는 것도 매력이다. 바라쿠다, 보니토, 고등어, 참치, 방어도 많이 잡혀 다양한 생선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엔세나다는 스페인의 수도사가 ‘모든 성인들의 만’(Bay of All Saints)이라 명명했을 만큼 수려하고 멋진 자연 경관이 숨 쉬는 곳이다. 페블 비치 골프 코스 못지않은 27홀의 바하마 골프 코스는 그 가운데 4홀이 계속 바다를 옆에 두고 티샷을 날리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하얀 파도가 페어웨이까지 튀길 정도라니 골프 팬들은 좋겠다.
엔세나다는 멕시코산 와인의 90퍼센트 이상을 생산해 내는 지역. 샌 빈센테 밸리, 산토 토마스, 과달루페 등지에 밀집돼 있는 엔세나다의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의 방문과 투어, 시음을 환영하고 있다. 산토 토마스 와이너리(Santo Tomas Winery), 몬테 샤닉(Monte Xanic) 등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와이너리로 꼭 한 번 들러볼 만하다.
1번 해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65마일 정도 떨어진 엔세나다는 스노클링과 다이빙 등 수상 스포츠와 낚시의 천국. 구멍 뚫린 바위로 파도가 부딪혀 깨어질 때 마치 간헐천의 물이 용솟음치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하는 라 부파도라(La Bufadora. Blow hole이라는 뜻)도 유명한 구경거리다. 도미니카 수도원 유적지, 시에라 산 페드로 마티르 천문 관측소 등 그 외 볼거리도 풍부하다.
멕시코 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은 ‘빨리 빨리.’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는 우리들 눈에 그들이 일을 처리하는 모습은 느리다는 한계를 넘어 복장이 터질 판이다. 멕시코에서 느껴야 할 것은 그들이 참 못 산다는 것도 아니요, 우리가 참 잘 산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숨 가쁘게 달려오던 일상에서 벗어나 순박한 사람들이 여유 있고 한가하게 삶을 즐기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조할 수 있다면 당신이 멕시코 행에 투자한 비싼 개스비는 그 값을 다한 거다.
주말이면 올망졸망한 아이들과 공원을 찾아 바비큐를 즐기고 꿍짝꿍짝 살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밤이 새도록 파티를 즐기는 그들. 어쩜 한번뿐인 삶을 가장 잘 살고 있는 것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는 우리가 아닌 그들이 아닐까. 그들의 단순한 생활에는 행복의 커다란 비밀이 숨어 있는 것만 같다.
■Tips
엔세나다는 로자리토와 엔세나다 방면으로 뻗어있는 리오 티화나 리오 존(Rio Tihuana Rio Zone)을 타고 가면 되는데 길이 높고 꼬불꼬불해 조심해야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멕시코를 끼고 도는 태평양의 또 다른 면모를 만끽할 수 있다. 멕시코 자동차 보험을 들어두는 게 좋다. 멕시코도 외국이다. 갈 때는 꼭 여권과 영주권 등 신분증을 챙겨야 한다.
■호텔들
▲Baja Inn Hotel El Cortez: Paseo Calle Primera #1089 & Ave. Castillo. Ensenada, B.C. 22800. (800)303-2684. info@bajainn.com
▲Baja Inn Hotel Santo Tomas: Bl. Costero #609 & Ave. Miramar. Ensenada, B.C. 22800. (800)303-2684. info@bajainn.com
▲Bahia Resort Hotel: Paseo Calle Primera & Alvarado. Ensenada, B.C. 22800. (888)308-9048. htlbahia@ telnor.net
▲Best Western El Cid: Paseo Calle Primera #993. Ensenada, B.C. 22800. (800)ELCID-05. elcid@ telnor.net
▲Days Inn Villafontana: Paseo Calle Primera #1050. Ensenada, B.C., 22800. (800)DAYS INN. daysinn @telnor.net
■레스토랑들
▲Las Cazuelas: 6 Sangines Blvd. 01152 (646) 176-1044. 멕시코 스타일 새우 요리 전문점.
▲Blue Martlin Restaurant: Blvd. Lazaro Cardenas N.1536. 01152. (646) 177-2254. 시푸드 전문점.
▲Casamar: 987 Lazaro Cardenas. 01152 (646) 174-0417. 가재 전문점.
▲Mariscos Bahi A Ensenada: 207 Riverol St. 01152 (646) 178-1015. 가재 전문점.
▲Sofia Y Alma: 194 Delante St. 01152 (646) 176-4340. 시푸드 전문.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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