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카’(Machuca) ★★★½
1973년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의 와해와 함께 몰아닥친 혼란과 극우정권 피노체트의 무자비한 폭력과 횡포를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본 정치 영화이자 소년의 성장기. 칠레 영화로 안드레스 우드 감독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산티아고의 교외에 사는 부유한 집의 11세난 곤살로 인판테의 삶은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자신의 사립학교에 달동네 소년들의 입학을 허락하면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교장 매켄로 신부의 방침에 따라 입교한 학생들 중에 인판테와 친구가 되는 소년이 페드로 마추카.
인판테는 마추카의 판자촌에서 우정과 함께 다른 세상을 목격하면서 마추카의 이웃인 소년 실바나와도 사귀게 된다. 인판테는 우정을 통해 자기 밖 세상에 눈뜨게 되나 정치적 긴장이 두 소년의 우정을 갈라놓는다. 페어팩스, 모니카, 타운센터(엔시노) 플레이하우스(패사디나).
‘몬도비노’(Mondovino) ★★★
오랜 역사를 지닌 포도주 제조산업에 관한 흥미 있고 생기 있고 또 통찰력 있는 기록영화. 전통을 고수하는 포도주 제조산업이 최근에 불어닥친 세계화를 맞아 겪는 변화와 포도원 주인들의 갈등을 프랑스의 포도원과 나파밸리 등을 돌며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특히 영화는 나파밸리의 세계 포도주 시장 점령에 대해 다분히 비판적인 톤을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의 소규모 가족 중심의 포도원이 나파밸리 등 대기업의 세계 시장화를 노린 공격형 기업 인수와 상업성 앞에서 느껴야 하는 좌절과 분노 등 각양각층의 포도주 산업 종사자들의 견해를 통해 현 세계 포도주 산업의 실제 모양을 보여준다. 5월5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라벤더의 숙녀들’(Ladies in Lavender) ★★★
영국의 두 고참 연기파 여우 매기 스미스와 주디 덴치가 나오는 두 자매의 정겹고 내밀한 얘기로 한 폭의 고운 풍경화 닮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때의 영국의 작은 해변마을 콘월. 바닷가에 사는 두 나이 먹은 자매 재넷과 어슐라의 조용하고 정돈된 삶이 해변에 부상을 입은 채 표류한 젊은 폴랜드 청년 안드레아로 인해 잔물결을 일으키게 된다.
두 자매는 안드레아를 극진히 돌봐 건강을 회복시켜 주는데 평생 남자를 사랑해 보지 못한 어슐라가 손자뻘인 안드레아에게 반하면서 소녀처럼 흥분하고 상심하게 된다. 이를 염려스럽게 바라보는 언니 재넷.
안드레아가 바이얼린 연주에 뛰어난 솜씨를 지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두 자매는 자신들이 귀하게 간직했던 포획물을 놓아주고 만다. 실내악 같은 화음이 고른 연기가 좋다. PG-13. 선셋 5등 일부 지역.
‘첫사랑’(Primo Amore) ★★★
‘첫 사랑’이라 해도 좋고 ‘사랑밖에 없어’라고 해도 좋은 이탈리아의 실존적 사랑 영화로 다분히 형이상학적이요 심각하다. 자기는 돌보지 않고 자신의 남자를 지나치게 사랑해 자신을 피폐케 만드는 여인과 병적으로 자기 애인을 자기 뜻대로 빚으려는 남자가 빚어내는 비극적이요 변태적인 러브스토리다. 실화가 바탕이어서 더 겁난다.
금은세공사인 비토리오는 평생 자기 이상에 맞는 여자를 찾아온 남자. 그는 신문광고를 통해 상냥하고 지적이며 아름다운 소니아를 만나 사귀게 되는데 문제는 그녀의 체중이 125파운드라는 점. 비토리오는 마치 금은세공하듯 소니아의 몸과 마음을 자기 마음에 맞게 세공하는데 집착하고 소니아가 이에 응하면서 두 남녀의 사랑놀이는 마조키스틱한 파괴의 놀이로 발전한다. 둘은 산 속 외딴 집에 고립돼 살면서 현실과의 접촉을 끊고 위험한 사랑놀이를 계속하면서 끔찍한 종말을 맞는다. 성인용. 뮤직홀(9036 윌셔)
‘엔론’(Enron) ★★★★
탐욕과 거짓말에 의해 발생한 미 최대의 투자회사 중 하나였던 엔론의 몰락을 파헤친 흥미진진한 기록영화다. 터무니없는 사기극을 보면서 놀라고 감탄하고 또 재미를 만끽하게 된다. ‘방의 가장 똑똑한 남자들’(The Smartest Guys in the Room)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2001년 붕괴되기까지 미 제7대 주식회사였던 휴스턴에 본부를 둔 엔론의 급성장과 급몰락의 복잡한 사정을 회사용 비디오필름과 의회 청문회 필름 그리고 전직 회사간부 및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자세히 폭로했다. 매우 직선적이요 솔직하고 또 얘기구성이 치밀하고 뛰어난 일종의 도덕극으로 영화 ‘월스트릿’에서 고든 게코가 강조한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말을 신봉한 엔론 회장 및 고급 간부들의 부패와 기만에 아연실색해 진다.
엔론이 부시 정권의 특혜를 받아 급성장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분개하게 되는데 현대 미국 재벌회사의 내부 해부서 같은 훌륭한 작품이다. 선셋 5등 일부 지역.
‘야오의 해’
(The Year of the Yao)
★★★½
중국서 수입해온 미 프로농구 휴스턴 로케츠의 7피트6인치짜리 키다리 야오 밍의 매력을 해부한 기록영화. 이 영화는 미 프로농구 사상 가장 흥미 있는 루키의 데뷔 중 하나인 야오의 미 진출을 유머 있고 다정다감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수줍어하고 신사적이며 겸손하고 우아하며 위트 있는 키다리의 코트 안과 밖의 모습을 친한 친구가 카메라에 담듯 상냥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가 2002년에 로케츠에 의해 선발됐을 때만해도 농구 전문가들은 그의 능력을 의심했었다. 찰스 버클리는 야오가 한 경기에서 19점을 올리면 야오의 엉덩이에 키스를 하겠다고 공언까지 했었다. 당시 22세였던 야오가 미국 내 문화 충격과 12억 중국인의 희망을 대표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미국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 과정을 그의 통역 콜린 파인과의 관계를 통해 감정적으로 영상에 담았다. PG. 일부 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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