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비리그 소속 한 연구팀이 인간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A가 B에게 100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한다. B가 이를 수락할 경우 A에게는 1,000달러의 상금이 부여된다. B가 이를 거절할 때는 A나 B나 아무 것도 받지 못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B는 항상 A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하다.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100달러라도 건지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열이면 열이 모두 A의 제의를 거절했다. A가 200달러, 300달러로 오퍼를 높여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500달러 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의를 받아들였다. ‘내가 손해를 보면 봤지 너만 잘 되는 꼴을 못 본다’는 심리가 인간의 내면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한국 속담이 진리임을 이 실험 결과는 보여준다.
‘불공평함’을 참지 못하는 것은 어른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어린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의 하나가 “그건 공평하지 않다”(It’s not fair)다. 직장에서도 똑같이 월급을 적게 받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것은 견디지 못한다.
26일 LA 코리아타운에서 열린 시장 후보 토론회를 놓고 말들이 많다. 12년 전 리오단 시장이 출마했을 때도 LA 시장 후보들이 한인 사회에 와 토론회를 벌였다. 그러나 그 때는 예선을 앞두고 였고 결선을 며칠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한인들만을 위해 두 후보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최측의 수고도 수고지만 그만큼 한인들의 정치력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번 토론회에서 사회의 미숙으로 시장 후보들이 한인타운 발전을 위한 각자의 생각을 충분히 밝히지 못하고 인신공격에 치우친 점은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한 쪽 편을 드는 의사 진행으로 다른 쪽 후보의 분노를 산 것은 토론회 자체의 의미를 손상시킨 중대한 잘못이다. 사회자는 제임스 한 시장의 상대방 비방은 제지하면서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후보의 시장 공격은 제지하지 않는 등 공정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제임스 한 후보측은 토론이 끝난 후 편파적인 사회 진행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이 행사를 주최한 한인 정치력 신장 위원회(KAPEM)의 일부 회원조차 이에 항의, 위원회 탈퇴 의사를 밝히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서 사회를 본 리처드 최씨는 비아라이고사 지지자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사회를 맡긴 것 자체가 주최측의 실수였다. 만약 한인사회에 실망한 제임스 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한인 모두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토론회의 생명은 공정함이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의 생각이 마치 한인 전체를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이는 한인 사회 전체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주최측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한 단계 높은 토론 문화를 이룩하는데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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