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부스 돌며 기념품 받는 재미
곳곳 둘러 앉아 와인에 김밥 즐겨
한인음악 대축제의 막이 오르기 2~3시간 전부터 할리웃 보울 주변에 몰려든 수많은 한인 및 타인종 관객들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축제 전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나라은행, 뉴스타 부동산, 현대·기아자동차, 단월드등 한인업체들이 마련한 홍보부스 마다 많은 한인들이 몰려 기념품도 받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공연장 주변 곳곳에 설치된 야외 피크닉 테이블과 계단은 물론 길거리에까지 가족단위로 둘러앉아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축제 이야기로 꽃을 피웠고 연인끼리 마주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는 정겨운 장면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다이아몬드바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준창(49)씨는 “가수들의 공연도 재미있지만 음악의 명소에서 소풍까지 즐길 수 있어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라디오서울은 한인음악 대축제 방송팀을 편성해 현장에서 생방송으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했고 진행 MC들의 유머 넘치는 현장 중계로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UCLA 한인학생들로 구성된 풍물패 ‘한울림’도 할리웃 보울 주변을 행진하며 신바람 나는 사물놀이를 펼쳤다.
일부 열성팬들은 백스테이지 뒷편 주차장에 모여 좋아하는 스타들의 도착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모습도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비’에 흠뻑 젖으려고 어바인에서 왔다는 대학생 켈리 성(22)씨는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 비와 유명 가수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3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날’로
백발이 성성한 이응우(82) 할아버지와 김생운(78) 할머니에게도 할리웃보울 한인음악대축제 은 웃음이 떠나지 않는 날. 콜로라도에 사는 큰 딸이 합류해 4자녀 14명의 자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설운도, 인순이, 김건모 등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는 “1년에 두 번 정도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데 한인음악대축제 덕분에 모이는 날이 하루 더 늘었다”며 즐거워했다.
3년 연속 개근
“올 때마다 더 새롭고 더 매력있어요.”
성당 식구들과 함께 할리웃보울을 찾은 웨스트코비나 성크리스토퍼 성당 장토마스 총무는 2003년부터 단 한번도 한인음악대축제를 놓치지 않았다.
장씨는 “3회 연속 왔는데 볼수록 재미있어 올해는 신자들과 함께 참석했고 캐나다에서 우리 성당을 방문한 신부님까지 모시고 왔다”고 일행을 소개했다.
‘4.29폭동’악몽이여 멀리…
피해자 30여명 축제장 모여 서로 아픔달래
4·29폭동 피해자 30여명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할리웃 보울을 단체로 찾아 서로를 위로하며 단합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피해자 모임을 이끌고 있는 장진혁(49)씨는 “매달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오고 있는데. 이번 달에는 와인도 한잔하면서 노래를 듣기로 했다”고 전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정태일씨는 “모두 리커를 하다보니 와인에는 저마다 일가견이 있다”며 말을 거들었다.
이들이 가져온 와인은 1인당 대략 3~4병 분량으로 보였다.
이들은 스스로를 ‘화전민’으로 부른다. 폭동 때 업소가 모두 불탄 사람들이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만 산에 불을 놓아 조성한 경작지에서 농산물을 생산해내는 농부들처럼 불탄 파괴의 현장에서 새 삶을 창출해냈다는 자부심이 당당히 담겨 있다.
이들은 폭동 이야기를 묻자 좋은날 악몽이 거론되는게 싫다면서도 그들만의 성공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에게 안주겸, 간식거리로 가져온 자른 오징어 한 봉지 쥐어 주었다.
■스케치
할리웃 보울 음악대축제가 한인사회의 최대 문화행사로 자리잡으면서 한인들의 생활도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새로운 오락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는 음악대축제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입장전 할리웃보울 측에서 관객들의 주류 반입을 금지한다고 밝혀 한 때 혼란이 일기도. 일부 한인들은 대열 속에서 맥주와 와인을 꺼내 마시거나, 참가 부스에 주류를 맡기기도 했으나 입장 직전 할리웃보울에서 주류반입에 문제없다는 최종 입장을 밝히자, 와인을 다 마셔버린 한인들이 아쉬워하기도.
◎…할리웃 보울측은 공연장에서 주류를 즐길 수 있는 특성에 맞춰 과음자를 위한 응급처치반을 운영하기도. 비상약품을 담은 배낭과 소형 산소통을 들고 다니는 이들은 연락을 받는 즉시 신속히 이동,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
◎…행사전 열린 장외행사중 방석을 나눠준 현대자동차가 가장 인기. 또 나라은행은 소형 여행용 가방을 준비, 한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한인타운 방범순찰대(SPART) 대원 20여명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행사가 안전하게 치러질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로 축제에 참여, 할리웃 보울 안전요원들과 함께 주차장과 백스테이지, 무대 등 철통경비.
◎…공연 구경에 나선 한인들 중에는 남편을 떼어두고 나들이에 나선 주부들이 많았다. 딸 제니스(7)와 아들 크리스(3)의 손을 잡고 할리웃 보울을 찾은 김은영(36·LA)씨는 “남편이 일을 하는 바람에 애들만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자녀만 데리고 온 백순주(36)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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